자원 외교 다변화와 핵심 기술 자립으로 리스크 분산
원전 비중 30% 이상 확대…화석 연료 의존도 완화
국익 우선하는 유연한 자원 외교 보폭 넓혀야
중동의 가스 자원과 한국의 수소 기술이 결합되는 미래 에너지 협력 구상. 블루수소 생산과 저장 인프라 구축을 통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전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챗지피티
중동발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상수(Constant)로 자리 잡으면서, 단순한 단기 수급 대응을 넘어선 근본적인 ‘에너지 체질 개선’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특정 지역과 특정 연료에 편중된 현재의 에너지 구조로는 반복되는 지정학적 파고를 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제 대한민국은 에너지 구매자라는 수동적 위치를 탈피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정학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포스트 오일’ 시나리오를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과 중동 분쟁이 얽힌 복잡한 다극화 체제에서 에너지 주권은 국가 생존의 핵심 열쇠다.
에너지 믹스 재구성…원전 비중 확대와 화석 연료 의존도 완화
정부는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전과 무탄소 에너지(CFE) 비중을 대폭 상향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세웠다.
지난해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중동발 화석 연료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원전 비중이 5%p 상승할 때마다 원유 수입 대체 효과는 연간 약 4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현재와 같은 고유가·고환율 국면에서 국가 경제의 하방 압력을 방어하는 실질적인 보루가 된다고 분석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속에서도 에너지 자립 기반을 강화하며 산업을 보호하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제미나이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1일 열린 긴급 점검회의에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실물 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라며 “에너지 기술 자립을 통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자립은 분산형 전원 체계를 구축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 공급망 쇼크 상황에서도 우리 산업 현장의 셧다운을 막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산유국과의 협력 패러다임 전환…기술 파트너십 강화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과 병행해 기존 산유국들과의 관계도 단순한 원유 거래의 관성을 탈피한 ‘미래 산업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이나 아랍에미리트(UAE)의 산업 다각화 전략은 한국의 원전, 방산, ICT 기술과 결합하여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는 유사시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외교적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실제로 최근 체결된 한-사우디 간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은 원유 우선 공급권 확보와 더불어 현지 원전 건설 및 방산 수출을 패키지로 묶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원전 발전소와 송전망이 연결된 산업 인프라 전경. 에너지 믹스 재구성과 전력 안정 공급의 핵심 기반으로 주목받는 원자력 발전 설비. ⓒ제미나이
이러한 패키지 자원 외교는 에너지 공급국이 한국의 기술력에 의존하게 만드는 상호 호혜적 구조를 형성한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의 산업 다각화 의지와 한국의 시공·IT 기술이 결합된 ‘공급망 결속’은 단순 수입 관계보다 3배 이상의 에너지 안보 유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블루 수소’ 생산 협력은 중동의 풍부한 가스 자원과 한국의 수소 저장·운송 기술을 결합해 미래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공동으로 쥐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이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사오는 ‘구매자’에서 함께 에너지를 창출하는 ‘기술 파트너’로 거듭났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형 자원 안보 로드맵의 완성
결국 지정학적 자율성의 핵심은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자생력에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2030 에너지 안보 로드맵’으로 현재 15% 수준인 핵심 광물 및 에너지 자립도를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를 위해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의 실질적인 가동으로 위기 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민간 기업들의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정부의 금융 지원과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에너지의 무기화에 대비해 자국의 자원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원전·해상풍력·수소 저장시설·스마트 전력망이 결합된 미래형 에너지 도시를 통해 다원화된 전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챗지피티
외교안보연구소(IFANS)는 특히 미주와 동남아시아로의 수입 경로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중동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을 옮기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송 경로의 다변화와 비축 시설의 현대화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전략이다. 에너지 주권 확보를 위한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은 국가 경제의 하방 압력을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외교안보연구소 관계자는 “지정학적 위기는 이제 돌발 변수가 아닌 상시적인 환경으로 인식해야 하며, 도입선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중동발 리스크는 우리 경제에 뼈아픈 과제를 남겼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동시에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의지와 기업의 기술적 돌파구가 맞물릴 때 대한민국은 호르무즈의 안개를 넘어 안정적인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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