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프로젝트…관광객유치‧도시 인지도 상승 방점
팔공산 정원 ‘사유원’, 자연·건축이 만든 사색 공간 추천
금호강 품은 인터불고, 대구 최초 5성급 호텔…미식·휴식 완성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유원, 대구간송미술관, 더현대 대구, 호텔 인터불고 대구 전경.ⓒ각 사 제공
힐링이 필요한 현대인이라면 팔공산 자락 군위의 숲길을 걷고, 저녁에는 금호강을 품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날 도심 문화·콘텐츠 공간을 찾는 일정은 어떨까. 당일치기 도시로 여겨지던 대구가 자연·숙박·문화를 엮은 1박2일 체류형 모델을 앞세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구는 그간 산업·섬유·치맥 축제의 도시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자연 속 정원과 휴식과 미식의 호텔, 전통 미술과 다양한 팝업 중심의 유통 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머무는 시간을 대폭 늘렸다. 흩어져 있던 자원을 연결해 도시 경험의 밀도를 높였다.
이 같은 구상을 현실로 옮긴 주체는 대구 군위의 ‘사유원’이다. 사유원은 이달부터 6월까지 ▲호텔인터불고대구 ▲대구간송미술관 ▲더현대 대구와 함께 프리미엄 여행 상품 ‘아트 앤 힐링 스테이’를 선보인다.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테마로 기획된 숙박형 패키지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자체 사업이 아닌 민간 주도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구시의 관광 예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관광객 유치와 도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 명소들이 손을 잡았다. 민간 협업으로 추진된 새로운 지역 관광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기자는 지난 7~8일 해당 코스를 직접 경험해 봤다. 일정은 자연(사유원)–숙박(호텔인터불고대구)–전통예술(대구간송미술관)–콘텐츠 공간(더현대 대구)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을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해 도시를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홍매화가 만개한 한국식 정원 '유원'의 풍경.ⓒ사유원
◇ ‘자연·건축·사색이 겹친 정원’…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공간, 사유원
매화가 막 피기 시작한 군위 팔공산 자락의 정원은 고요했다. 계곡과 능선을 따라 세월을 견딘 소사나무와 소나무, 배롱나무와 모과나무 사이로 절기의 바람이 조용히 흘렀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숲의 풍경은 조금씩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숨을 크게 들이쉬자 서울에서는 느끼기 힘든 맑은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사람이 만든 정원이라기보다 자연과 시간이 함께 빚어낸 풍경에 가까웠다. 거친 콘크리트와 붉은 철판 사이로 거장들의 건축이 겹치며 ‘대구 여행’에 대한 익숙한 이미지를 지웠다.
이곳은 이번 여정의 출발점인 대구 군위의 산림 정원 ‘사유원’이다. 2024년 방연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재벌 일가가 사냥을 즐긴 촬영지로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정원 입장료’라는 수식어로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사유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5 한국관광의 별’ 유망관광지에 선정된 곳으로 잘 알려졌다. 국민·지자체·전문가 추천과 심사를 거쳐 한 해 관광 발전에 기여한 관광지와 콘텐츠를 가리는 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사유원은 유재성 TC태창(태창철강) 회장이 설립한 공간이다. 1989년 직원을 통해 300년 수령의 모과나무가 일본으로 밀반출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산항으로 달려가 모과나무 네 그루에 무려 4배의 웃돈을 지불하고 출항을 저지한 게 시작이었다.
모과나무의 보금자리를 찾던 그는 2006년 군위 팔공산 자락에 부지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외부에 공개할 계획이 없었지만, 공사 기간 국악 공연을 열며 방문객들의 권유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약 76만㎡(23만 평)부지에 9개의 정원을 조성했고, 2021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피카소의 베르니카에서 모티브를 알바로시 재해석 해서 드로잉한 작품.ⓒ임유정 기자
지난 7일 정오 무렵 둘러본 사유원은 한마디로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져 완성된 공간이었다. 포르투갈 건축 거장 알바로 시자를 비롯해 한국 건축가 승효상·최욱·박창렬이 각기 다른 건축물을 설계했고, 여기에 조경가 정영선과 박승진이 자연의 흐름을 더했다.
사유원의 산책길은 ▲목련길 ▲백일홍길 ▲모과길 ▲고송길 등 1~4시간 코스로 구성됐다. 이곳을 여러 번 찾은 사람조차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길은 걸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이날은 일정상 주요 공간 위주로 동선을 압축해 둘러봤다.
정오께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둘러본 공간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소요헌’이었다. 이곳은 생명과 죽음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설계된 건축 공간이다. 포르투갈 건축 거장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건축물로,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시자는 원래 스페인 마드리드 오에스테 공원에서 피카소의 ‘임신한 여인’과 ‘게르니카’를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그러나 사유원 조성 과정에서 유재성 회장이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의 격전지였던 이곳에서 그 뜻을 펼쳐도 좋다”고 제안하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시자는 피카소 작품 대신 자신의 조각을 설치하고, 전쟁의 기억과 평화의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소요헌’을 완성했다.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의 격전지였던 이곳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리면서, 전쟁과 평화,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사유하는 공간으로 재해석됐다.
소요헌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또 다른 인상적인 건축물 ‘소대’를 만날 수 있다.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요청으로 조성된 이 공간은 소요헌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약 20.5m 높이의 기울어진 콘크리트 탑이다. 비정형적인 공간이 만들어내는 건축의 신비로움이 몸으로 전해진다.
사담 다이닝ⓒ사유원
산책을 마친 뒤에는 정상부에 자리한 카페 ‘가가빈빈’에서 모과차와 커피를 즐기며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심플하면서도 개방감 있는 카페 내부에서는 팔공산 비로봉이 정면으로 펼쳐진다. 다양한 베이커리 메뉴도 함께 맛볼 수 있어 산책 후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이달부터는 매화축제도 진행한다. 이달 내내 이어지는 매화 축제에서는 매화, 홍매화, 흑룡금매화 운용매화 등 네 종류의 매화를 만날 수 있다. 각 매화는 다른 시기 피어나며 사유원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준다. 매화는 봄의 시작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꽃이다.
사유원 내에서 식사를 원한다면 시그니처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담 다이닝’을 추천한다. 사담 다이닝은 반얀트리 서울, W서울 호텔 출신 김준형 셰프가 신임 헤드 셰프로 합류해 이달부터 런치(1·2부)와 디너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전 예약시 멋진 한 끼 식사를 경험할 수 있다.
양식 외에도 사유원은 ▲몽몽마방(한식) ▲가가빈빈(카페) ▲몽몽차방(카페&갤러리굿즈샵) ▲현암 티라운지 총 5곳의 다이닝 공간을 갖췄다. 산지 정원이라는 환경 위 “가장 한국적이면서 고유한 미식의 여정”을 지향한다는 설명처럼, 산책과 식사가 하나의 동선으로 설계돼 있다.
호텔인터불고대구 ‘더뷔페 앳 인터불고’에서 셰프들이 라이브 스테이션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호텔인터불고대구
◇ 하이엔드 휴식의 완성…인터불고 ‘더뷔페’의 저력까지
아무리 매력적인 여행지라도 편안한 잠자리와 맛있는 식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정의 만족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행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건 결국 머무는 공간과 한 끼의 경험이다. 여행을 할 때 숙소 선택과 식당 검색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는 7일 오후 사유원 관람을 마친 뒤 대구 수성구로 이동했다. 짐을 푼 곳은 대구 최초 5성급 호텔인 인터불고대구. 금호강을 따라 차량이 들어서자, 도심과는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통창 너머로 강과 망우공원 녹지에 둘러싸인 이곳은 ‘도심 속 휴식 공간’에 가까웠다.
본관 1층 수영장은 이 호텔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인피니티풀과 온천풀, 키즈풀이 나란히 배치돼 있어 가족 단위부터 개별 여행객까지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 사계절 내내 온천수를 사용한다. 수면 위로 김이 오르는 온수 풀에 몸을 담그자 긴 이동의 피로가 서서히 풀렸다.
이 온천수는 지하 1200m가 넘는 깊이에서 끌어올린 광천수로, 미네랄 성분과 황산이온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온몸을 감싸는 열기가 쉽게 식지 않는다. 전날 저녁 사우나를 이용하거나, 다음 날 아침 조식 전 잠시 들러도 좋다.
대구 지역 유명 음식 '뭉티기'ⓒ호텔인터불고대구
호텔의 하이라이트는 ‘더뷔페 앳 인터불고’ 뷔페다. 대구에 들린다면 별도의 맛집을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메뉴 구성이 탄탄하다. 양갈비와 민물장어 등이 대표 요리로 꼽힌다. 대구 지역 음식으로 유명한 ‘뭉티기’도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다.
이곳은 대부분의 식재료를 당일 생산·당일 소진을 원칙으로 운영한다. 대구 지역 음식으로 유명한 ‘뭉티기’ 역시 당일 도축한 신선한 한우만 사용해 준비한 물량이 소진되면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 다양한 육류와 해산물이 풍성하게 차려져 서울 주요 특급호텔 부럽지 않다.
특히 뷔페 전반이 라이브 스테이션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대접받는 느낌을 톡톡히 받는다. 음식이 마르거나 간이 강해지는 느낌 없이 신선한 상태로 즐길 수 있다. 메뉴 가짓수만 325개에 달하며, 와인·맥주·하이볼 등 주류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무알코올 음료도 함께 마련돼 있다.
가격은 1인당 주말 디너 기준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러 번 접시를 들고 오가도 모든 음식을 맛보기 어려울 정도의 구성에 놀라운 가격대다. 이 때문에 주말에는 수요가 몰리면서 4부제로 운영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다양한 크기별 룸도 구비돼있어 모임으로도 제격이다.
이오희 호텔인터불고대구 총괄 셰프는 “‘더뷔페 앳 인터불고’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뷔페식당”이라며 “2016년 오픈 이래 10년 동안 대구 최고의 명성과 전국에서 찾아오는 벤치마킹 하고 싶은 뷔페식당으로 고객님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레스토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송의 전통, 더현대의 콘텐츠…대구 문화 동선 ‘강추’② [임유정의 체크인 로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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