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기록' '다이브' '몽유도원' 등 잇따라 개막
젊은 세대 사이서 확산한 '텍스트힙' 문화가 트렌드 일조
최근 공연계에 소설 원작 뮤지컬, 연극 제작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서사를 갖춘 문학 작품이 무대 위 핵심 콘텐츠가 된 것이다. 과거 일부 베스트셀러에 국한되던 원작의 범위는 최근 SF, 스릴러, 역사 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넓어지는 추세다. 문학과 무대 예술의 결합은 흥행 리스크를 줄이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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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작 뮤지컬, 연극 시장의 주요 특징은 초연작의 장르 다변화다. 앞서 이상훈 작가의 장편 역사 소설 ‘한복 입은 남자’의 동명 뮤지컬, 그리고 최인호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를 뮤지컬 언어로 재해석한 ‘몽유도원’이 공연됐고, 한국 SF 문학을 대표하는 천선란 작가의 동명의 연극 ‘뼈의 기록’, 물에 잠긴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단요 작가의 SF 소설을 뮤지컬화한 ‘다이브’,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에 한국적 변주를 더한 국립극단의 연극 ‘반야 아재’,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심리 소설 ‘감정의 혼란’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운베난트’가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는 소설 원작 뮤지컬, 연극의 스펙트럼이 과거 로맨스나 고전문학을 넘어 폭넓게 확장되었음을 시사한다. 신작뿐만 아니라 뮤지컬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서편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여러 시즌에 걸쳐 공연되고 있거나, 공연을 앞두고 있고 라이선스 작품으로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최근 공연 시장은 인건비와 대관료 상승 등으로 제작비가 급증해 흥행 리스크가 커졌다. 제작사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로 소설 원작을 택한다. 단기간에 기획해야 하는 순수 창작 작품과 달리, 이미 시장 검증을 마친 소설은 탄탄한 서사와 완성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원작의 기존 팬덤은 강력한 흥행 동력이다. 활자가 무대로 구현되는 과정을 확인하려는 독자의 호기심은 즉각적인 티켓 구매로 이어진다. 유명 소설은 제목만으로도 화제성을 모아 초기 홍보 비용을 크게 줄인다. 충성도 높은 팬덤이 먼저 관람석을 채우고, 이를 발판 삼아 일반 대중으로 관객층을 넓히는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천선란 작가만 보더라도 앞서 ‘천 개의 파랑’은 서울예술단 뮤지컬로, 국립극단 연극으로 각각 제작돼 매진 신화를 썼고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역시 연극으로 제작돼 지난해 리딩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여기에 올해 ‘뼈의 기록’까지 연극화가 확정되면서 이미 올해의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과거부터 고전을 무대로 옮겨오는 시도가 이어져 왔음에도 최근 들어 소설의 무대화가 ‘트렌드’처럼 읽히는 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하는 ‘텍스트힙’(Text-hip) 문화가 일조한 면이 크다. 독서를 지적이고 매력적인 행위로 소비하는 문화 현상 속에서, 문학 작품의 공연화는 텍스트와 무대 예술의 시너지를 창출한다.
독자는 활자를 읽으며 머릿속에 세계를 구축한다. 공연은 그 상상력을 물리적 공간인 무대 위에 실체화한다. 음악, 조명, 안무, 배우의 연기가 결합하여 평면적인 텍스트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르 간 결합은 기존 공연 팬에게는 문학의 서사적 깊이를, 문학 팬에게는 무대 예술의 현장감을 제공한다. 텍스트힙 열풍과 맞물려 소설과 뮤지컬, 연극이 서로의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한 공연 홍보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수한 문학 IP를 발굴하고 선점하려는 공연계의 움직임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문학을 넘어 해외 소설, 웹소설 등으로 원작의 범위는 지속해서 확장될 것”이라며 “다만 활자의 단순한 이식은 경계해야 한다. 소설의 방대한 서사를 한정된 공연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압축하고, 무대라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각색 역량이 필수적이다. 문학의 언어를 무대의 언어로 얼마나 독창적이고 적합하게 번역해 내는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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