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로 만든 8강행’ 불안한 마운드로 2라운드 버틸 수 있나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3.10 08:19  수정 2026.03.10 08:54

문보경-김도영 앞세운 타선, 조별리그 내내 맹타

선발 부족-불안한 불펜진으로 2R 버티기 쉽지 않아

극적으로 2라운드 진출에 성공한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한국 야구대표팀이 타선의 힘을 앞세워 극적으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상황에서 방망이가 폭발하며 실낱같던 희망을 현실로 만들었다.


하지만 1라운드를 돌아보면 분명한 명암이 존재한다. 타선은 기대 이상의 화력을 선보였지만, 투수진 특히 불펜은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남은 토너먼트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C조 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2위를 차지했다. 호주, 대만과 승패가 같았지만 아웃카운트당 실점률에서 앞서며 17년 만에 WBC 8강 무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여러 복잡한 경우의 수가 얽혀 있었지만 결국 팀을 살린 요인은 타선이었다.


이번 1라운드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단연 문보경이었다. 문보경은 한국 타선의 해결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체코전에서는 만루홈런을 포함해 무려 5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전에서도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운명이 걸린 호주전에서는 5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문보경은 1라운드 4경기에서 무려 11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까지 대회 전체 타점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들로 평가받는 루이스 아라에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오타니 쇼헤이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타점 선두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문보경의 타점은 대부분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한국이 어려운 상황에 몰릴 때마다 그의 방망이가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문보경과 함께 대표팀 타선을 이끈 또 다른 축은 김도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도영은 1번 타자로 나서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빠른 발과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투수들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김도영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시타를 터뜨리며 점수를 만들어냈다. 단순한 안타 생산뿐 아니라 주루 플레이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역할을 했다.


타선의 힘으로 8강에 오른 대표팀. ⓒ 연합뉴스

이정후 역시 팀의 중심을 든든하게 지켰다.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이정후는 안정적인 타격감으로 중심 타선의 무게감을 유지했다. 특히 호주전에서는 결정적인 적시타를 터뜨리며 경기 흐름을 한국 쪽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 일본전에서도 꾸준히 출루하며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다. 이정후 특유의 정교한 타격은 대표팀 공격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여기에 안현민, 저마이 존스 등도 제 몫을 다했다. 안현민은 호주전에서 출루와 도루, 희생플라이 등으로 팀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저마이 존스 역시 장타력을 앞세워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결과적으로 한국 타선은 여러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필요할 때마다 점수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마운드였다. 특히 불펜의 불안함은 1라운드 내내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경기 후반 리드를 잡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고, 위기 상황에서 제구가 흔들리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호주전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드러났다. 한국은 5-0으로 앞선 상황에서 불펜이 흔들리며 실점을 허용했고, 경기 후반에도 추가 위기를 맞았다. 결국 승리를 지켜내긴 했지만 안정적인 운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투수진은 1라운드 내내 불안했다. ⓒ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투수진은 투구 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운영이 더욱 까다로운 상황이다. 선발 투수들이 긴 이닝을 책임지기 어려운 만큼 불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현재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불안 요소가 분명하다. 게다가 한국은 피홈런 허용이 너무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상대 타선의 장타력이 강한 팀들과 맞붙게 될 2라운드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가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베네수엘라 등 메이저리거 중심의 강력한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펜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버티기 쉽지 않다.


결국 한국이 8강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선발 투수들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동시에 불펜 투수들도 제구 안정과 위기 관리 능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다행히 타선의 흐름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문보경을 중심으로 김도영, 이정후 등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공격에서는 충분히 상대와 맞설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번 1라운드에서 한국은 여러 차례 경기 흐름을 뒤집거나 필요한 순간 점수를 만들어내며 타선의 저력을 증명했다.


결국 2라운드의 관건은 투수진이다. 타선이 만들어낸 흐름을 마운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켜낼 수 있느냐가 8강 이후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17년 만에 WBC 1라운드의 벽을 넘어선 한국 야구대표팀은 이제 미국 마이애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타선이 보여준 폭발력은 분명 희망적인 요소다. 하지만 마운드의 불안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한국 야구가 이번에는 투타 균형까지 찾아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