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석유 최고가격제' 전격 시행… 유가 폭주에 정부 칼 뽑아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입력 2026.03.10 16:04  수정 2026.03.10 16:20

李 대통령 "최고가격제 신속 추진·유류세 인하 확대" 지시

산업부, 이번 주 내 고시 제정…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최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10일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계소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뉴시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 유가가 한 때 100달러 선을 넘어서며 국내 기름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석유 제품의 가격 상한을 직접 통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29년 만에 부활하는 이 제도는 민생 경제의 가늠자인 유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마지막 보루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985원, 경유는 197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대비 3$ 이상 급등한 수치로 서민 경제의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최근 유류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화물운송, 택배, 배달, 하우스 농가처럼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 에너지 세제 조정과 소비자 직접 지원을 포함해서 추가적인 금융, 재정 지원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는 중동 사태 이후 수입된 원유가 아직 국내 시장에 풀리기도 전에 가격이 먼저 오르는 이른바 '가격 비대칭성'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이번 주 중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한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국민 경제 안정을 위해 산업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하는 것으로, 시행될 경우 29년 만의 첫 가동이다.


정부는 단순히 가격만 묶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사후 관리도 병행한다.


산업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합동 점검반이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실시간 가격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특히 최고가격을 위반하거나 담합·매점매석 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최고가격제와 더불어 정부는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중 안전망을 구축했다. 10일 현재 우리 정부가 확보한 전략 비축유 1억 9,000만 배럴(국제 기준 208일분)에 대한 방출 준비가 완료됐다.


또 정부는 최고가격제 설정 이후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 유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 조치 등의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물가 안정을 가져오겠지만,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장기적인 공급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정유업계와의 긴급 간담회를 열고 원가 절감 방안 및 대체 수입처 확보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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