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WBC 마운드 오른 류현진 난타, 도미니카에 0-10 콜드게임 수모
에이스로 기대 모았던 곽빈 부진, 결국 베테랑 투수들에게 또 다시 의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원태인·문동주·안우진 등 젊은 투수들 성장 기대
17년 만에 WBC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 ⓒ AP=뉴시스
또 한 번의 기적을 이루는 데 실패한 한국야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서 명확한 과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대회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맞대결서 0-10, 7회 콜드게임으로 패하며 탈락했다.
일본서 열린 조별라운드서 탈락 위기를 딛고 호주를 꺾으며 극적으로 8강에 나선 한국야구는 또 한 번의 이변을 노렸지만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도미니카공화국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결국 마운드가 문제였다.
한국이 8강 토너먼트서 이미 전성기가 훌쩍 지난 류현진(한화)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경험을 믿었지만 세월의 무게 앞에 장사는 없었다.
류현진은 도미니카공화국 강타선을 상대로 1.2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을 내주고 조기 강판되며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등판을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대표팀도 7회 콜드게임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야구는 국제용 차세대 에이스 발굴이 다시 한 번 절실해졌다. 무엇보다 한 경기를 온전히 책임질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간 한국이 국제무대서 호성적을 거둔 2006 WBC,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를 보면 마운드를 이끌었던 에이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2006 WBC에서는 한일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박찬호가 있었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당시에는 류현진과 김광현(SSG)이라는 떠오르는 기대주들이 마운드를 지배했다. 또 2009 WBC에서는 봉중근이 새롭게 구세주로 등장하면서 대회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상대로 3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린 곽빈. ⓒ AP=뉴시스
반면 이번 2026 WBC에서는 마운드를 이끌어갈 에이스가 보이지 않았다. 한일전 선발로 나선 고영표(kt)가 2.2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고,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곽빈(두산)은 도미니카공화국 상대로 3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2실점하는 등 실망감을 남겼다.
대표팀 마운드에 얼마나 믿고 내세울 투수가 없었으면 류지현 감독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조별리그 대만전과 지면 탈락인 도미니카공화국과 8강전서 2009년 대회에 나섰던 류현진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을까.
반면 도미니카공화국은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 필리스)라는 수준급 선발 투수가 5이닝 동안 단 2안타만 허용하고 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무실점 위력투로 팀 승리를 견인해 한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나마 아쉬운 부상으로 이번 대회 나서지 못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문동주(한화), 안우진(키움) 등 가능성 있는 국제용 선발 투수 후보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위안이다. 또 이번 대회에 나선 젊은 투수들이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는 소득도 있다.
류현진의 은퇴로 더는 베테랑 투수들에게 기댈 곳이 없어진 한국야구가 도쿄의 기적에 안주하지 않고 마이애미의 치욕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에이스가 나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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