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빙의 설정으로 피해자 감정 직접 드러내는 법조물
현실의 법이 다 구제하지 못한 억울함까지 서사 안으로
반복적으로 소비되어 자칫 딱딱하고 거리감 있게 느껴질 수 있는 법조 드라마들이, 귀신·빙의·악마 같은 판타지 요소를 입고 익숙한 전문직 서사에 새로운 결을 더하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의 사연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현실의 법이 다 풀어내지 못한 감정과 정의 실현 욕구까지 건드릴 수 있다.
ⓒ스튜디오S,몽작소
지난 13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이하 ‘신이랑’)가 초반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 6.3%로 출발한 이 작품은 2회에서 8.7%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전작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 3%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신들린 변호사’라는 설정이 있다. 죽은 피해자의 사연이 주인공 신이랑(유연석 분)에게 직접 닿고, 귀신의 영혼이 그에게 빙의되기도 하며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이 구조는 지난해 MBC에서 방영한 ‘노무사 노무진’(이하 ‘노무진’)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진’ 역시 귀신을 보게 된 노무사 노무진(정경호 분)이 유령 의뢰인의 사연과 노동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로, 절대적인 시청률 수치만 놓고 보면 흥행작이라 하긴 어렵지만 간호사 태움 문제,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 문제를 장르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법조·노무라는 전문직 서사에 귀신과 빙의라는 장치를 얹었다는 데 있다. 이런 설정이 힘을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의 감정이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반적인 법정물에서는 기록과 증언, 절차를 통해 우회적으로 다가가야 할 사연이, 귀신 서사 안에서는 곧바로 주인공에게 닿는다. 동시에 주인공도 사건의 본질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며 “절차 중심의 법조물이 갖는 답답함은 줄고, 시청자는 보다 선명한 감정선 속에서 사건을 따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법과 제도가 끝내 다 구제하지 못한 억울함을 대신 풀어준다는 점도 크다. 정 평론가는 “현실의 재판은 느리고, 언제나 감정이 원하는 결론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귀신 들린 법조인은 산 자의 논리만이 아니라 죽은 자의 사연까지 끌어안으며 사건을 해결한다”며 “이 지점에서 법조물 특유의 딱딱함은 누그러지고, 감정적 몰입과 카타르시스는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다른 법조 판타지물에서도 이어져 왔다. SBS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라는 설정을 앞세워 최고 시청률 13.6%까지 기록했고, tvN ‘악마판사’ 역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속 ‘법정 쇼’라는 장치를 통해 최종회 전국 8.0%, 최고 10.1%를 기록했다. 형태는 달라도 공통점은 뚜렷하다. 익숙한 전문직 서사에 초현실적 요소를 결합해, 현실의 법이 다 풀어내지 못한 감정과 정의 실현 욕구를 더 직접적으로 건드린다는 점이다. 귀신 들린 법조인이 끌리는 이유는 단순한 설정의 이색성보다, 법조물이 놓치기 쉬운 감정의 결을 대신 채워주는 데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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