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스토킹 살해' 막지 못한 경찰…법왜곡죄 해당할까? [법조계에 물어보니 708]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6.03.17 17:10  수정 2026.03.17 17:11

남양주 사건 경찰 대응 적정성 논란…법문상 경찰도 법왜곡죄 적용 대상

고의·위법성 입증은 쉽지 않을 전망…법조계 "직무유기 적용 가능성 무게"

경찰. ⓒ연합뉴스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 대응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강력 범죄로 이어질 정황이 포착됐으나 가해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단 지적이다.


이를 두고 법왜곡죄 적용 여부마저 거론되고 있다. 경찰 역시 수사기관이라 이론상 법왜곡죄 적용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에 있어 경찰 조치의 고의성과 위법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법왜곡죄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직무상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만큼 직무유기 등의 처벌을 전망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40대 남성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 중이다. A씨가 불출석 의사를 밝히며 영장 심사는 당사자 심문 없이 서면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4일 오전 8시58분께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노상에서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이후 전자발찌를 끊고 자신의 차로 달아났다가 약 2시간 만에 검거됐다. 그는 강간 전력 등으로 전자발찌를 13년째 착용 중이었다.


범행 당시 A씨는 피해자에 대한 특수폭행과 스토킹 행위로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 조치 2~3호와 스토킹처벌법 잠정조치 1~3호를 받은 상태였다. B씨는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범행 직전 스마트워치로 긴급 신고까지 했으나 희생됐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거나 아예 평가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대응이 안일했단 비판이 제기됐다.


B씨는 차량 하부에 위치추적 의심장치가 발견됐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등 두 차례나 신고했으나 A씨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없었다. 경찰이 위치추적 의심장치 장치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A씨에게 2월13일과 27일 두 차례 출석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A씨는 변호인을 선임해 조사받겠다며 일정을 미뤘다.


먼저 스토킹처벌법 잠정조치 3-2호를 신청하고 발부받았다면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단 지적이 나온다. 3-2호는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해 행동반경을 실시간 추적하는 조치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피해자 휴대전화에 자동으로 알림과 위치정보가 전송되고 관제센터·경찰 등 관계기관에도 경보가 울린다.


구속영장과 잠정조치 4호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경기북부경찰청은 구리경찰서를 사건 책임관서로 지정하고 지난달 27일 구속영장 신청과 유치장·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4호 신청을 검토하도록 지휘했다. 이 때는 사건 발생 약 보름 전이다.


이에 대해 구리경찰서는 구속 증거가 되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뢰를 기다린 뒤 잠정조치 4호와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었단 입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법조계는 법왜곡죄의 법문상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경찰에도 적용된다고 봤다.


그러나 법왜곡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의도적으로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단 점이 입증돼야 하는 만큼 이번 사건에서 경찰에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직무유기죄가 검토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이번 남양주 사건의 경우 구속영장이나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하지 않은 판단이 부실수사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현재까지 드러난 사정만으로 이를 곧바로 법왜곡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안은 법왜곡죄보다는 직무유기나 징계, 국가배상 책임과 같은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원혁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법왜곡죄는 단순한 수사 과실이나 부실 대응을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타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법령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구리경찰서의 행위가 법왜곡죄에 해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직무유기죄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는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법왜곡죄 적용 여부와 별개로, 법왜곡죄 시행으로 인해 경찰을 포함한 수사기관 전반의 판단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업무집행에 있어 소극적인 모습이 강화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이번 사건은) 일반적으로 직무상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책임은 물을 수 있다 하더라도 법왜곡죄에 해당할 정도의 고의성, 위법성까지 밝히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와 별개로 법왜곡죄가 시행되며 법관, 검사, 경찰 등이 업무집행을 함에 있어 점점 소극적이 되지 않을까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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