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임차인 선택지…전월세 실종에 조세 전가 부담 우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3.17 07:00  수정 2026.03.17 07:00

서울 아파트 전셋값 57주째 상승세 유지

전월세 매물 품귀현상 심화…1년 전 대비 31.1% 감소

기존 임차인 ‘눌러앉기’ 선택…신규 세입자 진입 장벽↑

전세 재계약시 추가 월세 요구도…주거비 부담 증대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며 가격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월세 시장의 혼란은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양도소득세 부활에 보유세 강화 검토 가능성에 매매 매물은 출회가 이뤄지고 있으나 전월세 매물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선택지에 임차인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7주째 상승 중이다. 세부 지역별로도 서울 내 모든 자치구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했다.


연초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2678가구)와 잠실 르엘(1865가구) 등 대규모 신축 단지 입주 여파로 3월 첫째 주까지 6주간 하락세던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도 3월 둘째 주 들어 0.05%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이 2월 넷째 주 이후 3주째 떨어지고 있고 3월 둘째 주 강동구까지 하락세가 번진 매매시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월세 매물도 씨가 마르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라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세인 가운데 지난해 10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되면서 구조적으로 신규 전월세 물량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다주택자들이 오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시행 전까지 주택 매도를 서두르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점점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악구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고, 월세고 물건이 없다”며 “2~3년 전 전세가 약세일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연장이 가능한 집들은 임차인들이 최대한 눌러 앉으려고 하고 서울로 이사를 오려는 사람들은 전세 매물이 없어 포기하고 원래 거주하는 곳에서 계약을 연장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월세 매물은 전날인 16일 기준 3만2664건으로 한 달 전 대비 14.3% 감소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31.1% 줄었다.


지역별로 1년 전 대비 전월세 매물이 급감한 곳은 서울 성북구(-87.1%·273건), 노원구(-69.6%·591건), 관악구(-68.6%·336건), 강북구(-66.6%·144건), 도봉구(-66.5%·277건) 등 한강벨트와 강남권을 비껴간 곳이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아파트가 모여 있어 실수요자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기도 해 신규로 서울 아파트 전세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세·반전세 역시 실거주 강화로 매물이 줄어 임차인들의 아파트 거주가 어려워지자 일부는 비아파트로 옮겨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는 “빌라는 보증금보증 가입이 어려운 물건이 많다”며 “특히 아이가 있는 임차인들은 거주 환경이 중요한데 아파트만큼 잘 갖춰진 곳을 찾기 어려워 외곽으로 나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조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임대인들이 전셋값이나 월세를 올려 세금 부담을 줄이는 식이다.


서울의 한 임차인은 “올해 상반기 중 전세 계약이 만료돼 계약갱신을 희망한다고 의사를 전달했는데 집주인이 다주택자라서 매도를 고민 중이더라”며 “집주인이 계약을 연장하고 싶으면 현재 보증금에 100만원의 월세를 더 받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커지면 전세나 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조세 저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은 조세 전가 문제를 고려해 국민들이 조세를 부담할 수 있는 적정 수준 내에서 세제를 손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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