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권 없어도 처벌” 패션업계 ‘모방 관행’ 제동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3.19 07:00  수정 2026.03.19 07:00

젠틀몬스터 모방 혐의 블루엘리펀트 대표 구속기소

패션업계 ‘디자인 베끼기’ 관행에 경고

브랜드들 창작 과정 증거 관리 강화 전망

젠틀몬스터가 제품(왼쪽)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블루엘리펀트(오른쪽) 아이웨어 제품.ⓒ뉴시스

지식재산처가 젠틀몬스터 제품 형태를 모방한 혐의로 블루엘리펀트 대표를 구속기소하면서 패션·아이웨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디자인권이 등록되지 않은 제품이라도 실질적인 모방으로 판단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첫 사례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디자인 베끼기’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지식재산처와 대전지검에 따르면 블루엘리펀드 대표 등 3명은 젠틀몬스터 인기 제품을 촬영해 해외 제조업체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모방 상품 51종을 2023년 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판매한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이 가운데 전 대표는 구속기소 됐으며, 직원과 법인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당국은 블루엘리펀트는 별도 디자인 인력 없이 기존 제품을 촬영한 뒤 제품 사진 뒤에 자체 로고를 합성해 해외 제조업체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모방 정도도 상당하다는 게 피해사의 설명이다. 젠틀몬스터 측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3D 스캐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총 33개 제품에서 높은 수준의 유사성이 확인됐다.


일부 모델은 유사도가 99.9%에 달하며 대표적으로 2021년 출시된 'JEFF' 모델과 블루엘리펀트 제품은 렌즈를 상호 교환할 수 있을 정도로 동일성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95% 이상의 유사도를 보이는 제품이 30건 이상 확인됐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관행으로 여겨져 온 디자인 모방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상표권 침해나 위조상품 단속과 달리 디자인권이 등록되지 않은 제품 외형은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자리했다.


유행 주기가 짧은 업계 특성상 디자인을 제때 등록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었다. 실제 젠틀몬스터 제품 51종 모두 디자인권이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패션 산업 전반에 ODM이나 해외 위탁 생산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어 허점을 노린 디자인 모방이 적지 않게 이뤄져 왔다.


이에 이번 사례는 업계 실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업계의 관행처럼 행해져 온 디자인 모방 행위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디자인 복제에 대응할 길이 열린 만큼 향후 브랜드들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스케치와 시제품 제작 시점, 수정 이력, 생산 발주 기록 등 창작 과정과 출시 시점을 입증할 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블루엘리펀트 측은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안경이 인체공학 구조상 유사한 형태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특수성이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판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이번 사례가 디자인 창작과 공정 경쟁 환경을 보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디자인권이 없는 디자인 모방이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업계에서는 관련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당 관행을 뿌리 뽑을 수준은 아니지만 긴장감을 주기엔 충분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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