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트럼프 ‘파병 압박’ 돈으로 막았나....日, 110조 2차 대미투자 합의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6.03.20 15:21  수정 2026.03.20 15:21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초청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소를 위한 군사작전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수용하는 대신 그에 대한 확고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거액의 2차 대미투자를 통해 전후(戰後) 에너지 안보 기여 방안을 내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 마련한 다카이치 총리와의 공개 회담 자리에서 대(對)이란 전쟁과 관련해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기대한다”며 “일본에는 4만 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우리는 일본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관계인 만큼 일본이 나서 주리라고 기대하고 그들이 나서더라도 놀랍지 않다”며 “일본은 석유의 90% 이상을 그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고 들었다. 그것이 나서야 할 큰 이유”라고도 덧붙이며 ‘뭉근하게’ 압박했다. 다만 군함 파견 같은 구체적인 지원 방식을 언급하지 않고 ‘나서야 한다’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해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지원 수준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아 왔다. 어제와 그제 우리에게 전달된 메시지를 보면 일본은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파병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서방 안보 동맹체와 달리 일본은 미국 요구에 호응할 여지가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일본 기여를 끌어내려는 압박 성격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의 ‘압박의 예봉’을 피하되 그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카이치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 정세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만이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일본은 이란이 인접 지역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전을 둘러싸고 국내외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적으로 확실히 무게를 실어 준 것이다.


이날 정상회담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미·일 간의 불편한 과거사이자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계기가 된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 말고는 트럼프 대통령도 다카이치 총리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백악관에 도착한 파란색 정장 차림의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악수를 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민 트럼프 대통령의 품에 와락 안기며 친밀감을 표했다. 지난달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이 다카이치 총리와 집권 자민당을 공개 지지한 사실을 부각한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엄청난 선거에서 이기고 기록적 승리를 거둔 아주 특별한 분을 모시게 됐다”며 “매우 인기 있고 강력하고 대단한 여성”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를 ‘폭풍’ 칭찬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대규모 대미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미·일 관계강화를 노렸다. 실제로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2차 대미(對美) 투자 프로젝트, 에너지 및 핵심 광물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뒤 취재진에 “우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천연가스 발전시설 건설을 포함한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의 2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 프로젝트의 사업 규모가 모두 730억 달러(약 109조 4000억원)로 지난달 발표된 1차 프로젝트 규모(36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고 전했다. 1차 투자계획은 AI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위한 가스발전소 건립, 미국의 해상원유수출기지 건설 등에 일본이 참여하는 내용인 것으로 공개된 만큼 1, 2차 모두 미국이 원하는 에너지 프로젝트에 일본이 돈을 대는 셈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한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일본 총리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포옹하며 친밀감을 표하고 있다. ⓒ 미 백악관 엑스(X) 캡처

이와 함께 미국에서 조달한 원유를 비축하기 위한 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싶다는 일본 측의 의사가 전달됐고 일본 혼슈 남쪽 태평양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해역 해저 광물 자원 개발 협력 등 양국이 참여하는 핵심 광물 관련 프로젝트들이 확정했다고 다카이치 총리는 전했다.


더욱이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을 놓고 동맹국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린 가운데 열려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다카이치 총리가 바라는 것은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를 무사히 물리치는 것이었다. 공개 회담에서 이에 대해 즉답하지 않은 그는 “일본 법률의 범위 안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와 취할 수 없는 조치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 상세하고 철저하게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파병과 관련한 ‘평화 헌법’ 체제하 일본의 법률적 제약이 언급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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