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통제vs과제] "수익원은 막혔는데 리스크만 산더미"…금융권, 정책 비용에 '신음'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3.23 07:32  수정 2026.03.23 07:32

정부 정책과제 수행하느라

금융권 체력 고갈되는 형국

"시행착오 부담 여건 부족"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를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와 기업 대출 확대 압박이 맞물리면서 금융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 안정적인 수익원은 막힌 반면, 경기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를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리스크 관리 비용과 부실 위험은 민간 금융사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다.


당초 2월 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강화를 위해 세부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1.8%)보다 하향조정하고,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가장 확실한 담보물과 낮은 연체율을 보장하던 주담대 비중을 강제로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국이 설정한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취급을 중단하는 고육책을 반복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연 4.14~6.74% 수준으로 집계됐다. 상단 기준 연 7%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가계대출의 빈자리를 채우라는 정부의 주문은 기업 대출로 향한다.


AI·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려 경제 활력을 제고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선 이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주담대는 부동산이라는 실물 담보가 존재해 경기 하락기에도 손실 보전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경기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고금리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연체율 지표가 악화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 대출의 지난 1월 말 연체율은 0.67%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0.06%p 올랐다.


이중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12%에서 0.13%로 0.01%p 상승에 그쳤다. 1년 전 대비로도 상승폭은 0.08%p였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0.82%로, 전월 말 0.72% 대비 0.10%p 높아졌다.


중소법인 연체율은 0.78%에서 0.89%로, 0.10%p 상승했고,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3%에서 0.71%로, 0.08%p 올랐다.


정책에 발 맞추기 위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은행이 고스란히 짊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 금융을 동원하면서, 정작 부실이 발생했을 때의 안전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더 높은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수익성은 악화되는데 잠재적 부실에 대비해 쌓아둬야 할 돈은 늘어나는 구조다.


동시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확대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은 '삼중고'에 빠진 모양새다.


건전성을 담보해야 할 은행이 정부의 정책 과제를 수행하느라 오히려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라면 장기적으로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의 원리가 아닌 정책적 필요가 우선될 경우, 자금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금융사의 위기 대응 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과 공공성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센 건 사실"이라며 "선순환을 원하는 정책의 취지와는 달리 시행착오를 부담할 수 있는 여건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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