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버전 발표 이후 중국서 AI 에이전트 오픈클로 설치·이용 급증
베이징·상하이·선전 등서 오픈클로 무료설치·체험행사 줄이어
지방정부 주도하고 AI 및 테크기업 적극 동참, 설치 붐 확산시켜
中 당국의 시스템 오류나 데이터 유출 위험 경고에도 열풍 지속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올해 정부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차세대 스마트 단말기와 AI 에이전트를 서둘러 보급하겠다”며 “AI 오픈소스 커뮤니티 발전을 지원하고 오픈소스 생태계의 번영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랍스터 키우기’(養龍蝦)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오픈소스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인 오픈클로(OpenClaw) 보안경고령을 내렸음에도 랍스터 키우기 열풍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랍스터는 중국인들이 오픈클로를 지칭하는 또다른 이름인데, 캐릭터가 빨간 랍스터인 오픈클로 설치와 이용을 중국인들은 ‘랍스터 키우기’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랍스터 키우기 인기는 지난 1월 말 첫번째 공식 버전이 발표된 이후 한 달여 동안 중국 전국 각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선전(深圳)시 등 대도시에서 오프라인 오픈클로 체험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중국 관영 증권시보(證券時報) 등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공학자 피터 스타인버거가 개발해 공개한 오픈클로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다. 질문과 답변만 가능했던 기존의 AI 챗봇의 한계를 넘어 e메일 답장과 주식 모니터링, 티켓 예매, 여행일정 관리, 항공편 예약과 프로그램 작성, PPT 작성, 코딩 등의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까닭에 ‘AI 비서’인 셈이다.
간단한 명령을 내리면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스마트폰 앱을 직접 가동해 일을 처리한다. 스타인버거는 오픈클로를 공개하며 “실제로 일할 수 있는 AI가 목표”라고 강조했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오픈클로를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라고 상찬했다.오픈클로는 올해 2월 스타인버거가 오픈AI에 합류하면서 오픈AI에 인수됐다.
14일 오후 2시30분 광둥성 선전시 룽강(龍崗)구에서 열린 ‘천인(千人) 랍스터 대회’. 룽강구 정부와 AI 업체 문샷(MoonShot) AI의 모델 '키미‘(Kimi)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랍스터 키우기와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행사장에서는 오픈클로 무료 설치 서비스와 함께 키미 기반 AI 에이전트 '키미클로’(KimiClaw) 체험판도 제공됐다.
오픈클로 랍스터 캐릭터. ⓒ 홍콩 성도일보/연합뉴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스(財聯社)는 "행사 시작 한 시간이 지났는 데도 대기표를 들고 입장을 기다리거나 노트북을 들고 무료 설치 번호표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현장이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했다. 앞서 6일 정보기술(IT) 기업 텅쉰(騰訊·Tencent)이 오픈클로 무료 설치 이벤트를 진행하자 프로그램 개발자뿐 아니라 학생과 주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1000여명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오픈클로 열풍이 식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대표로 오픈클로 보안 문제를 제기한 가오원(高文)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언어모델(LLM)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는데 AI 스타트업 ‘딥시크(深度求索·DeepSeek) 충격’ 이후 바뀌었다”며 “AI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친숙함이 랍스터 키우기 바람이 부는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랍스터 키우기 바람은 중앙정부의 ‘AI 플러스 이니셔티브(AI+)’ 정책과 맞물리면서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가오신(高新)구 정부는 9일 최대 100만 위안(약 2억 1695만원)을 지원하는 오픈클로 보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구정부는 이날 AI+ 3개년 행동계획 회의를 마치고 ‘오픈클로 등 오픈소스 커뮤니티 프로젝트 및 1인 기업 커뮤니티 융합발전에 관한 약간의 조치’도 공개했다.
가오신구가 내놓은 ‘오픈클로 12대 조치’에 따르면 오픈클로를 무료로 배포하거나 개발 키트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최대 1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오픈클로를 활용해 피지컬 AI 휴머노이드를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최대 500만 위안까지 지원한다. 이곳 무석일보(無錫日報)는 “누구라도 오픈클로를 활용해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하면 돈을 주는 정책”이라며 “창업자에게 최장 3년간 무료로 사무실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선전시 구 정부들도 동참했다. 룽강구 정부는 7일 ‘오픈클로 10대 조치’를 내놓고 오픈클로를 제조업과 행정 분야에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푸톈(福田)구는 오픈클로를 여론분석 및 각종 인허가 행정에 활용하는 ‘정부 랍스터’ 서비스를 공개했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첨단기술개발구,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샤오산(蕭山)구 등도 잇따라 관련지원 정책을 내놨다. 이들 정책에는 오픈클로 기반 프로젝트와 기업에 컴퓨팅 파워 등 AI 인프라는 물론 최대 500만~1000만 위안 규모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6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 텅쉰 본사 앞에서 열린 오픈클로 무료 설치 행사장에서 관계자들이 시민들의 오픈클로 설치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 텅쉰 제공
빅테크(기술대기업)와 AI 기업들도 앞다퉈 동참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어떤 플랫폼이 AI에이전트를 장악하느냐가 산업 주도권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테크기업이 오픈클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AI에이전트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으며 '랍스터 전쟁'에 뛰어든 연유다.
텅쉰은 AI 에이전트 ‘큐클로’(QClaw)를 개발 중이며,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의 '두클로(DuClaw)'와 짧은 동영상 플랫폼(숏폼)인 틱톡의 모회사 즈제탸오둥(字節跳動·ByteDance)의 ‘아크클로’(ArkClaw) 등 중국 빅테크들은 잇따라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 AI 경쟁의 중심이 기존 챗봇에서 AI 에이전트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 AI 챗봇은 한 번 대화 시 수백 개 수준의 토큰(token·AI가 문장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최소단위)을 사용하지만 오픈클로 에이전트는 하루에 그보다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의 토큰을 소모한다. AI 에이전트 사용이 늘어나면 클라우드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호출 등 인프라 수요도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오픈클로 설치 과정을 단순화하고 무료 설치행사까지 열며 랍스터 열풍을 띄우는 테크기업들의 속내다.
더욱이 오픈클로는 대화형 AI인 딥시크나 챗GPT와 달리 설치 방법이 매우 복잡해 중국에서는 유료 설치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원격 설치에 50~100위안, 출장 설치 서비스는 300~800위안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9.9위안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올해 전국인대 정부업무보고에 처음으로 ‘새로운 형태의 지능형 경제를 창출하자’는 문구를 넣고 AI 에이전트의 도입을 강조하며 사실상 'AI 중심 경제 전환'을 선언했다. 후강(胡剛) 지난(暨南)대 교수는 “각 도시가 미래 산업을 위한 인재와 프로젝트,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른바 '랍스터 키우기 경쟁'은 사실상 AI 산업 주도권 경쟁"이라고 말했다.
ⓒ 자료: 외신종합
물론 오픈클로 보안 위협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프로그램 권한 문제로 시스템 오류나 데이터 유출 위험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 사이 공업정보화부와 국가인터넷판공실, 국가인터넷응급센터 등이 오픈클로가 사이버 공격이나 정보 유출에 취약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공업정보화부와 국가인터넷응급센터 등 산하 기관들이 10일과 11일 잇따라 주의 권고를 쏟아내자 오픈클로 탈출 행렬이 본격화했다. 일부 정부기관과 국유기업, 대학에서는 업무용 컴퓨터에서 오픈클로 사용을 금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오픈클로 설치' 대신 '오픈클로 삭제' 유료 서비스 광고가 더 많아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쑤(江蘇)사범대, 안후이사범대, 주하이(珠海)과기대 등 대학들이 학내 오픈클로 사용을 금지했다. 12일 한때 알리바바 산하 중고거래 플랫폼 셴위(閑魚)에서 ‘오픈클로 제거’가 검색어 1위로 올라왔다. 샤오훙슈(小紅書)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오픈클로 제거 서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픈클로는 백도어(비정상적 접근을 가능케 하는 뒷문)를 남기지 않고 삭제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부 판매자들은 삭제 서비스를 299위안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그렇지만 호기심과 열광을 막지 못했다. 오픈클로를 이용한 1인 창업은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선언한 AI 경제 전환과 들어맞는 만큼 리서치와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 앞다퉈 1인 창업자가 생겨났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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