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차 기업 활력 저하…2020년부터 급격히 하락
산업 평균 생산성 변화, 자원배분 효율화 점검 필요
KDI “기업별 성장 병목 진단·맞춤형 지원” 강조
한국개발연구원 전경.ⓒ뉴시스
창업기 이후 스케일업 단계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관련 지원사업을 통합관리하고, 성과관리 체계를 재구축해 효과적인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책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연구개발(R&D) 투자 위주의 단선적 지원은 효과가 제한되며, 기업별 성장 병목 진단에 기반한 정책 조합의 연계·집행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제언도 더해졌다.
업력 ‘8~19년’ 기업 성장 정체
업력별 고성장 기업 비중 추이.ⓒKDI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같은 내용의 ‘기업의 성공적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 재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KDI는 “저성장과 기업 역동성 저하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주요 선진국 역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주목하는 해법은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스케일업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스케일업 기업은 창업 초기 단계를 넘어, 혁신투자·해외진출·인력확충 등 확장 전략을 추진하며 규모를 키워 가는 곳을 의미한다. 이들은 매출과 고용의 빠른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산업 내 혁신을 촉진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경제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한다.
KDI가 고성장 기업을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0% 이상인 기업’으로 정의하고 국가데이터처의 기업활동조사 자료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의 고성장 기업은 전체 기업 연간 매출액 증가분의 약 50%, 일자리 성장의 38%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업력 8~19년 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다. 기업활동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09~2011년 동안 평균 14.4% 수준이었던 그룹의 고성장 기업 비중은 2020~2022년 7.8%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KDI는 “업력별 분석 결과, 업력 0~7년의 초기 기업보다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해야 할 업력 8~19년 구간 기업의 활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고성장 기업 비중 높을수록 평균 생산성도 높아
고성장 확률 높이는 주요 요인·영향.ⓒKDI
KDI는 산업 총생산성 성장률을 고성장 기업과 여타 기업 집단으로 구분해 두 집단 간 자원배분 효율성의 변화를 측정했다.
각 분해 요소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산업 내 고성장 기업의 활동 정도를 나타내는 두 지표 고성장 기업 매출액 비중, 고성장 기업 수 비중이 산업 총생산성 성장률과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 추정했다.
측정 결과, 산업 내 고성장 기업의 매출액 비중이 1%포인트(p) 높을수록, 산업 총생산성 성장률이 약 1%p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KDI는 기업 평균 생산성 향상(0.5%p), 산업 내 기업 간 자원배분 효율성 개선(0.6%p)이 함께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고성장 기업의 활동과 비고성장 기업의 생산성 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산업 내 기업 중 여타 기업에 한정해 분석한 결과, 고성장 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여타 기업의 평균 생산성 성장률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KDI는 “산업에서 고성장 기업은 생산성 개선과 연관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고성장 기업 비중의 감소가 산업 평균 생산성 변화나 자원배분 효율화 등 생산성 개선 메커니즘의 약화와 맞물려 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 생산성 향상…서비스업, 상표권 보유
기업의 고성장 요인으로는 고성장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 스케일업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제조업에서 기업의 고성장 가능성은 생산성 향상과 혁신·지식 기반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구체적으로 총요소생산성(TFP) 성장률, 종사자 수 성장률, 무형자산 및 R&D 투자, 특허 보유 등은 고성장 확률을 유의하게 높였다. 수출이 활발하고 AI를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고성장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제조업과 비교해 고성장과 연관된 요인이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종사자 수 성장률과 함께 1인당 무형자산, 디자인권 및 상표권 보유가 고성장 가능성을 유의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이는 서비스업에서 제품·공정 혁신뿐 아니라 브랜드·디자인·고객경험과 같은 무형자산이 시장 확장과 수요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KDI는 “서비스업에서는 생산성과 무형자산이 서로 대체재라기보다 보완재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며, 생산성 개선이 성장의 기반을 형성하는 가운데 무형자산이 시장에서의 차별화와 확장을 통해 고성장 전환을 뒷받침하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스톱 진단…스케일업 지원정책 명확화
KDI는 기업 스케일업 정책으로 ▲원스톱 진단 기반 ‘정책조합-민간연계’ 신속집행 체계 ▲스케일업 지원정책 명확화 및 성과관리 체계 정비 등을 꼽았다.
KDI는 “기업 성장 지원정책은 특정 업력·수단에 고정된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별 핵심 성장 병목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지원수단을 가장 효과적인 조합으로 설계·연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장 요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개별 사업을 따로 찾아 신청하기 전에 원스톱 진단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기존 정책수단의 조합’을 먼저 설계하고, 이를 부처 간 연계해 신속히 집행하는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DI는 정부가 ‘단일 신청–단일 진단–다수 수단 조합’ 구조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원스톱 진단, 정책 조합 설계, 민간역량 연계 집행 등 3가지 단계를 제시했다.
원스톱 진단은 재무·성장·생산성·수출 등 기업 정보와 인터뷰·현장 점검을 결합한 성장 병목 도출을 정책 조합 설계는 R&D, 공정·서비스 고도화, 해외진출, 인력·조직역량, 무형자산, AI·데이터 전환, 금융 등 기존 지원수단 기업별 조합을 의미한다.
또 민간 서비스 제공자를 매칭해 실행을 지원하고, 성과 달성에 따라 후속 지원을 연계하는 민간역량 연계 집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스케일업 지원 정책 명확화, 성과관리 체계 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I는 “스케일업 지원사업의 성과를 생산성 향상 등 실질 역량 제고 중심으로 평가하고, 투입성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지원사업 중 스케일업을 목표로 하는 사업을 정의·분류하고 이를 통합관리해 사업 단위 성과를 집계하고 다음 연도 예산 배분에 반영하는 체계를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2023년 스케일업 지원사업은 총 8131건에 약 9811억원 규모로 집행됐으며 대부분의 사업이 100개 내외의 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비 중심으로 지원하는 형태였다.
KDI는 “스케일업 사업의 통합관리를 시행해 유사·중복 사업 정리, 공통 KPI 도입, 신청·평가·사후관리 데이터의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생산성 향상, 인적자원 확보, 무형자산 투자 등 지식 자본과 관련한 활동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지표는 지원 기업의 금액 중심에서 벗어나 매출 성장률, 고용 증가, 수출 증가, 투자 증가 등의 성장지표, AI·데이터 활용도, 핵심 인재 채용 등의 역량지표를 결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KDI는 “평균 지표는 소수 기업의 성과로 인해 왜곡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산업 평균 성장률 초과 달성 기업 비율과 같은 효과성 측정을 위한 보조지표를 도입해 지원 기업 전반의 성과를 정확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