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희한의원 구로디지털단지점 이한별 원장.
3월 봄의 시작을 맞이해서 같은 기온이라도 공기가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두꺼운 외투를 벗을 준비를 하면서 몸도 가벼워지길 기대하지만 막상 진료실에서는 “날이 풀리니까 허리가 더 뻐근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겨우내 쌓인 피로와 활동량 변화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다. “크게 다친 적은 없는데, 어느 날부터 허리를 곧게 펴기가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환경, 집에서의 구부정한 자세, 부족한 운동이 오랜 기간 축적되면서 어느 순간 통증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허리 통증을 이해할 때에는 증상과 구조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에서는 보통 세 가지 범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갑자기 비트는 동작 이후 나타나는 급성 염좌와 근육 긴장이다. 둘째는 추간판(디스크)이 뒤로 밀리며 신경을 직접 압박하는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이다. 셋째는 반복된 부담과 잘못된 자세로 특정 마디의 움직임이 거의 사라진 고정(Fixation, 국소 운동 제한)이다.
이러한 구분은 통증의 원인을 보다 명확히 파악하고 어떤 치료를 우선 적용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추나요법은 이 가운데 구조적인 문제를 직접 다루는 치료다. 추나를 시행하기에 앞서 한의사는 먼저 척추와 골반을 촉진한다. 눌렀을 때 유난히 아픈 부위(압통), 특정 방향으로 움직임이 뚜렷하게 제한된 분절, 한쪽이 더 돌출되거나 내려간 뼈의 비대칭성을 차분히 확인한다.
이 세 가지 소견 중 두 가지 이상이 겹치는 부위는 구조와 기능이 함께 무너진 구간으로, 추나 교정의 우선 대상이 된다. 여기에 다리로 내려가는 저림·당김·힘 빠짐 같은 방사통과, 어떤 자세에서 통증이 완화되는지(antalgic posture)를 함께 평가하면 단순 염좌인지 디스크성 통증인지, 혹은 고정이 주된 문제인지 보다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침치료는 이러한 추나치료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 과도하게 긴장된 요방형근, 둔근, 햄스트링 부위에 침을 시술하면 근육과 인대의 긴장이 완화되고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든다.
실제 연구에서는 만성 요통 환자에게 경혈에 정확히 침을 자침했을 때, 통증 감소와 신체 기능 개선이 위약 침보다 유의하게 높았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통증이 심해 허리를 거의 움직이기 어려운 시기에는 먼저 침으로 통증과 근 긴장을 완화한 뒤 추나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약침치료는 침의 기전에 한약 성분을 더해 염증과 부종을 줄이고 손상된 연부조직의 회복을 돕는 치료다. 허리디스크나 만성 요통 환자에서 디스크 주변과 심부 근육·인대 부위에 약침을 병행했을 때 단순 침치료보다 통증 감소와 기능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는 임상 보고들이 있다.
여기에 환자의 체질과 전신 상태를 고려해 처방하는 한약(첩약)을 더하면 국소적인 통증 조절을 넘어 전신의 회복력과 피로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여러 부위의 통증과 만성 피로를 동시에 호소하는 환자일수록 침·약침·추나에 첩약을 병행했을 때 치료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허리디스크 환자들이 한방치료를 보다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 있다. 허리디스크는 현재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2단계 적용 대상 질환으로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환자 1인당 연 최대 20일분까지 허리디스크용 첩약에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며, 한의원 기준 본인부담률은 30% 수준이다.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므로, 과거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비용으로 치료용 한약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추나요법 또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연 20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단순·복잡 추나 모두 시술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환자 본인부담금은 대략 1~3만원 선으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침·부항 등 기본 치료는 이미 보험 항목에 포함돼 있고 개인 실손보험까지 함께 사용하는 경우 실질적인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다.
허리 통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조와 기능의 균형이 조금씩 무너진 결과이다. 통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이제 몸이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침과 약침으로 통증과 염증을 조절하고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척추·골반 정렬을 회복시키며, 필요하다면 첩약 건강보험을 활용해 전신적인 회복을 도모하는 것은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선택이다. 자연스럽고 부작용이 적은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허리를 단순한 통증 부위가 아니라 몸의 중심축으로 다시 세워 주는 것, 그것이 허리 건강 관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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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한별 한의사·구로디지털단지 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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