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해안선 절반 차지한 러시아
세계 최초 상업 운항 시작한 중국
안보·경제 두 마리 토끼 노리는 미국
“더 늦으면 참여 기회 없을지도”
북극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북극항로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강대국들은 각각 자원, 물류, 안보를 축으로 북극항로 개발에 속도를 내며 ‘신(新) 해상 패권’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산업은행(KDB) 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주요국의 북극항로 개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극항로 개발에 가장 속도를 높이는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 미국이다.
러시아는 북극항로와 자국 영토가 가장 많이 맞물리는 국가다. 북극해 해안선 53%가 러시아와 맞닿아 있다. 북극 거주 인구 400만 명 가운데 63%가 러시아 사람이다. 국내총생산(GDP)의 7%, 수출의 11%가량이 북극해를 근간으로 한다.
러시아 북극항로 개발 사업은 ‘북극횡단 복합운송회랑’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북극항로를 내륙 교통망과 연결해 세계 에너지와 산업 중심지로 키운다는 국가 차원 전략이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 역사는 오래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7세기부터 북극 탐사를 시작, 소비에트연방 시기인 1932년 공식적으로 북극 전략을 최초 수립한 바 있다. 당시 ‘북극항로 총관리청(글라브세브모르푸트)’을 설립해 북극항로 항행과 기반 시설 개발, 경제 자원 확보, 항만 수로 관리 등을 맡겼다.
이후 1937년 북극항로에서 선박 25척이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명 사고를 당하자 북극항로 총관리청을 해체했다. 이후 북극항로 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가, 2008년 ‘러시아연방 북극정책 기본원칙’에 따라 북극 개발을 재개했다. 나아가 2022년에는 해체한 북극항로 총관리청을 통합 관리 기구로 부활시켰다.
현재 러시아는 순찰선을 제외하고도 45척의 쇄빙선을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8척은 원자력 쇄빙선이다. 1척은 원자력 컨테이너선으로 북극항로의 연중운항을 지원하고 있다.
향후 추가 건조할 14척의 쇄빙선 가운데 4척은 2세대 원자력 추진 엔진을 장착한다. 나머지 10척은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선으로 건조한다.
러시아는 쇄빙선 외에도 2036년까지 상선과 해양 장비 1600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더불어 주요 항만 개발 등 북극항로 운항과 내륙 연결을 위한 시설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북극을 활용한 ‘Polar Silk Road’ 구상 계획. ⓒ한국산업은행
中, 뱃길을 육로까지 연결…‘빙상실크로드’ 구상
러시아는 2036년이면 북극항로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때까지 64억 달러(약 10조원)을 투자해 상선 1600척과 해양장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북극항로 상시 운항에 대비해 컨테이너 터미널과 LNG 원유 터미널 건설 등에만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해상축으로 북극항로를 활용할 계획이다. 중앙아시아와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빙상실크로드’ 전략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북극에 국경을 접하지 않았다. 이른바 비(非) 북극권 국가임에도 다양한 육상 경제회랑과 연결하는 통로로 북극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면 북극항로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LNG를 수립하고, 이를 확대해 새로운 무역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항구에 화물을 하역해 러시아와 터키, 타지키스탄 등 중동·중앙아시아를 경유하는 철도와 도로망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까지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중국은 현재 연구와 보급 용도로 5척의 쇄빙선을 보유 중이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컨테이너 쇄빙선도 2027년 취항을 목표로 건조 중이다.
러시아와 공동 사업은 선박 건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국영회사, 화주, 지방 정부 등이 북극해 연안 러시아 지역 4개 항만에 25억 달러(약 3조7500억원)를 투자한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자루비노(zarubino) 항만을 현대화해 연간 처리 능력 6000만t 규모로 키우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러시아 야말 LNG 프로젝트에 27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지난해 9월 북극항로를 이용한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시장 선점을 노린 정책이다. 당시 중국 선사 ‘씨 레전드(Sea Legend)’는 중국 닝보-저우산항에서 영국 팰릭스토우항으로 4890TEU 규모 컨테이너 선박 ‘이스탄불 브릿지’호를 보냈다. 내빙 기능을 갖추지 않은 이스탄불 브릿지호는 20일이 걸려 목적지인 영국에 도착했다.
북극자원 분포현황 및 그린란드 희토류 분포 현황. ⓒ한국산업은행
美, 군사 목적 넘어 경제적 이익으로
미국은 과거 북극해 연안을 구소련 억제용으로 활용해 왔다. 1951년 그린란드 북서부에 공군기지(현 우주기지)를 건설해 조기경보나 방공 임무를 수행한 게 시작이다. 북극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최단 경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군사적 이유, 즉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 매입을 4차례나 추진하기도 했다.
근래 들어 미국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안보 요충지로서 북극해 활용을 넘어 상업적 운항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안보’를 바탕에 둔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된다.
미 해군은 ‘북극전략 청사진’을 2021년 발표하면서 향후 20년간 해군력 강화와 기반시설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핀란드로부터 최대 15척에 달하는 쇄빙선을 구매하고, 쇄빙 기술을 동맹국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분산돼 있던 북극항로 개발 역할을 백악관이 최종 관리·감독하는 체계로 바꾸기로 했다.
이러한 변화는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동시에, 미래 해상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쇄빙선 건조와 북극 인프라 개발에 9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배정하면서 투자를 키워가고 있다. 쇄빙선 건조에만 약 80억 달러(약 11조9000억원)를 배정해 총 16척의 쇄빙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북극항로 준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 인프라, 중국 물류 네트워크, 미국 안보 질서를 구축 상황에 후발 주자는 참여 기회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쇄빙선 및 항로 운영 경험 부족 ▲전략적 투자 및 정책 일관성 미흡 ▲국제 협력 네트워크 한계 등이 약점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부처 간 역할 분담과 업무 조정을 위한 범정부 기구를 설치하고, 육상과 해상 운송로를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한국도 북극항로 역할을 해상 운송로로 한정하지 말고 육상 혹은 해상 연결망을 구축해 중·장기적인 경제회랑으로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 들어오기 전에 준비해야’…부산항 6대 과제 [줌인 북극항로⑦]에서 계속됩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