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육해상 노조 "50년 공든 탑, 정치 제물로"…청와대 앞 공동전선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3.25 14:57  수정 2026.03.25 15:04

창립 50주년 기념일 무색…청와대 앞엔 '강제이전' 반대 피켓

"영업효율 40% 급감 우려…말 다리 부러뜨리고 목발값 내주나"

"자동차선 매각 비극 반복 말라"…해상노조도 정책 실패 경고

사무금융노조 HMM지부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본사 부산 강제 이전 반대 및 생존권 사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대한민국 해운업의 자존심 HMM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25일, 축배를 들어야 할 노동자들의 손에는 ‘강제 이전 반대’ 피켓이 들렸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주도의 본사 부산 이전 추진을 ‘국가 해운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해 행위’로 규정하며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그간 입장을 아껴왔던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까지 전격 연대하며 투쟁의 파고를 높였다.


"효율성 40% 급감 우려…말이 좋아 이전이지 강제 이주"


이날 현장에서 정성철 HMM 육상노조 지부장은 “50년 역사를 일궈온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축배가 아닌 강압적 이전과 파업으로 내몰리는 벼랑 끝 현실”이라며 “해양수도 완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는 부산 표심만을 노린 정치적 야욕이 숨어있다”고 직격했다.


노조 측 분석에 따르면 서울 본사의 운영 효율성을 100으로 볼 때 부산 이전 시 효율성은 60~70 수준으로 떨어진다. 화주와 선박 금융기관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인위적인 거점 분산은 숙련된 인력 이탈과 경영 비효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검토 중인 ‘톤세 영구 적용’ 등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정 지부장은 “명백한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위배이자 제도의 본질을 왜곡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비상식적 행태”라며 “멀쩡한 말의 다리를 부러뜨려 놓고 그 목발 값을 국민 세금으로 내놓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달리는 말에 당근은 못 줄망정 기업 경쟁력을 망쳐놓고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는 발상은 해괴하다”고 성토했다.


사무금융노조 HMM지부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본사 부산 강제 이전 반대 및 생존권 사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해상노조까지 연대…"잘못된 정책 결정 비극 반복 말라"


이번 투쟁은 육상 인력(약 900명) 중심의 육상노조와 부산 기반 선원(700여명) 중심의 해상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그간 해상노조는 선박이 근무지인 데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두고 있어 본사 이전 문제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판단에 노조 갈등을 우려,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밀어붙이기가 결국 기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전격 가세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전정근 HMM 해원연합노조 위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부채비율 규제 정책으로 인해 현대상선(HMM)이 자동차운반선 사업부를 매각했던 아픈 기억을 소환했다.


전 위원장은 “정책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지는 만큼 특정 집단의 일방적 희생이 발생하는 결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태갑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역시 “HMM은 엄연한 민간 기업임에도 정부가 지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노사 합의 없이 이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명백한 경영권과 노동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기철 일반사무업종본부장 또한 “노동자들을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철 HMM 육상노조 지부장(왼쪽)이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행정관에게 'HMM의 미래와 대한민국 해운사업을 위한 호소문'을 전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주총 앞두고 긴장감 확산…정관 변경 강행 시 총파업 돌입


노조가 주총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 앞으로 집결한 이유는 이번 주총 안건이 ‘본점 소재지 변경’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정원을 줄이고 부산 지역 인사와 산업은행 출신을 전면 배치하는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다. 노조는 정관 변경이 강행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내달 2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파업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 지부장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12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정부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사측과의 협상은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내일 주총에서 대주주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이사회의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발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조의 교섭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을 고리로 사업 이전 등 경영상 결정 사항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총파업의 길이 열렸다는 점이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조는 정부와 경영진에 공개 정책 토론회 개최 등 3대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마지막 경고를 보냈다.


정 지부장은 “부산 이전이 진정으로 국가 해운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확신한다면 당장 전문가와 노동자가 모이는 공개 토론회를 열자”며 “밀실에서 결정하고 힘으로 찍어 누르는 독재적 방식은 언젠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선거용 표를 위해 기업과 노동자의 삶을 흔드는 행위를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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