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공급 vs 강매 경계 어디까지”…대통령 ‘최대치 제재’에 프랜차이즈 긴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3.27 07:37  수정 2026.03.27 07:37

신전 강매 적발…64억 규모 물품 강제 구매

“최대치 제재” 지시…공정위 집행 강화 신호

‘필수 공급’ 기준 모호…현장 혼선 불가피

중소 본사 직격탄…과징금 리스크 급부상

이재명 대통령이 충북 진천군 혁신도시 한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맛보고 있다.ⓒ뉴시스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피자헛 판결로 촉발된 차액가맹금 소송의 확산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대폭 커진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신전푸드시스 강매 사건을 두고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 제재’를 주문하면서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물품 강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필수 공급’과 ‘강매’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 강도까지 높아질 조짐이 보이면서 업계 전반의 사업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후 11시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신전떡볶이 운영사인 신전푸드시스에 과징금 9억6700만원을 부과했다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글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위 잘한다. 열일하는 공정위 공무원 여러분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어 “규모가 작아서겠지만 과징금 액수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며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치로 부과한 거겠지요”라고 덧붙였다. 가맹본부의 부당 이득에 비해 제재 수위가 낮지 않으냐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신전푸드시스는 2021년 3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젓가락·포장 용기 등 15개 품목 64억6000만원어치를 가맹점에 강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본부가 취한 부당 이득은 최소 6억3000만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신전푸드시스는 2023년 3월부터는 가맹지역본부를 통해 ‘사입품 체크리스트’를 운영하며 점검 체계를 강화했다. 고객 민원이나 배달앱 후기 사진 등을 통해 개별 구매 여부를 확인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점검과 적발, 보고, 내용증명 발송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상표권 보호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가맹점에 특정 품목 구매를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상표권 보호나 브랜드의 동일성 유지, 품질·위생 관리 등 가맹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지정 거래를 허용한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K-푸드페스타에서 한 관계자가 시식용 떡볶이를 담고 있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함.ⓒ외식업계

업계는 이 같은 예외 조항의 해석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어떤 품목이 ‘필수 공급’에 해당하는지, 가격 수준이 어느 선을 넘어야 ‘부당’으로 판단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해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이번 신전푸드시스 제재를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닌 규제 기조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과징금 수준을 문제 삼고 ‘최대치 제재’를 주문한 만큼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집행 강도 역시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지점은 ‘필수 공급’과 ‘강매’ 사이의 경계다. 프랜차이즈 사업 구조상 본사는 브랜드 통일성과 품질 유지를 위해 일정 물품을 지정 공급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위법으로 판단되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컵, 용기, 소스 등 핵심 자재까지 외부 조달을 허용할 경우 브랜드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다”며 “브랜드 차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민원이나 품질 저하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의 문제와 동시에, 이탈한 소비자가 돌아오지 않을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식업계는 대통령의 ‘최대치 제재’ 발언이 업계 리스크를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기존에는 과징금이 일정 수준의 비용으로 인식됐다면, 앞으로는 한 번 적발될 경우 사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소 프랜차이즈의 경우 수억 원대 과징금만으로도 재무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사실상 존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영업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일회성 과징금이 현금 흐름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강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 수위까지 높아지면 정상적인 물류 운영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과도한 규제는 지양하되 시장을 믿고 자율성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순한 불공정 행위 단속을 넘어, 물류 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 전반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규제 방향에 따라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 자체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규제의 초점이 개별 위반 행위를 넘어 구조 전반으로 확장될 경우, 프랜차이즈 산업은 수익 모델과 운영 방식 모두에서 근본적인 전환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서는 제도 취지와 산업 현실 사이의 균형점을 찾지 못할 경우, 시장 위축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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