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기업 규제 강화 전방위 확대
80년대 미국·영국 경제정책 재조명
성장 이끌었지만 양극화 심화 부작용도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의 기업 규제가 전방위로 강화되는 가운데, 1980년대 미국·영국이 경제 위기를 감세와 규제 완화로 돌파한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1981~1989년)와 영국 마거릿 대처 행정부(1979~1990년)는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서 감세와 규제 완화로 돌파구를 찾았다.
1980년대 초 미국은 1·2차 오일쇼크가 겹치면서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에 빠졌다. 영국은 과도한 사회복지와 강성 노조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이른바 ‘영국병’을 앓고 있었다.
감세·규제완화로 위기 돌파한 영미
ⓒ클립아트코리아
레이건 대통령은 최고 소득세율을 70%에서 28%로 대폭 낮추고 항공·통신·금융 등 주요 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이른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를 추진했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레이건이 취임한 1981년 물가상승률은 13.5%, 실업률은 7.2%였다. 임기 말인 1988년에는 물가상승률 4.1%, 실업률 5.5%로 떨어졌다.
고용 상황도 개선됐다. 1983년부터 1989년까지 약 17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레이건이 집권한 첫 해인 1981년 미국의 GDP는 3조2837억 달러였지만, 임기 마지막 해인 1989년에는 5조7910억 달러로 70%가량 증가했다.
1979년 영국 총리로 취임한 마거릿 대처는 고비용·저효율로 불리는 이른바 ‘영국병’ 치유를 위해 개혁에 착수했다. 당시 대처리즘(Thatcherism)의 핵심은 재정지출 삭감, 규제 완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처 행정부는 정부 규모를 축소해 재정 건전성 회복에 나섰다. 각종 규제도 완화했다. 1979년 전면적인 외환·자본거래 자유화를 실시했고 1986년에는 증권시장 참가자 제한을 철폐하는 금융 빅뱅을 단행했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도 낮춰 기업 활동의 자유를 넓혔다.
노동시장도 유연화했다.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임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손질해 시장 친화적 고용 구조를 만들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저성장에 빠졌던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중반 이후 3~4%대로 회복됐다. 대처 내각이 금융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한 결과, 집권 후 30년간 영국은 독일·프랑스를 평균 경제성장률에서 능가했고 1인당 GDP에서도 한때 프랑스를 다시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두 정책 모두 그늘도 존재한다.
레이거노믹스 기간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6%에서 41%로 급등했으며, 지니계수는 0.36에서 0.39로 악화돼 양극화가 심화됐다. 긴축 과정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고 이 일자리들은 경기 회복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대처리즘 역시 민영화 이후 서비스 질 하락과 요금 인상으로 서민 생활을 압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석탄·철강 등 전통 산업 붕괴로 북부 지역 공동체가 무너졌고 이 지역의 경제적 피해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영국 사회 갈등의 뿌리로 남아 있다.
한국은 반대 방향…기업 경쟁력 우려 커진다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기업제도경쟁력은 26위에 그쳤다. 특히 노동 분야는 28위, 규제의 기업경쟁력 기여도는 35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국가경쟁력 종합순위가 중상위권인 것과 대조적이다.
노동생산성 지표도 주목된다. 한국생산성본부가 2025년 9월 발표한 ‘노동생산성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1.1달러로 OECD 37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미국(83.6달러)의 61% 수준이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상위권에 속하지만 생산성은 하위권에 머무는 역설적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1월 ‘KDI FOCUS’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생산성 저하 원인으로 역량 향상 유인이 부족한 임금체계를 지목했다.
KDI 관계자는 “노동시간 규제 같은 경직적인 제도들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며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정리해 경쟁을 촉진해야 하며, 경제 역동성 강화를 위해서는 경제적 왜곡을 초래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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