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美 비만약 사용자 3000만명 육박
식료품 지출 31% 외식 빈도 45% 급감 전망
거거익선 가성비 전략 대신 영양 성분에 주력
건강식 관련 이미지. AI 이미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비만 치료제 열풍이 병원 문턱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위고비로 대표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성인들의 식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식품 및 외식 산업이 유례 없는 수요 절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한국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가 J.P. 모건 글로벌 리서치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GLP-1을 포함한 인크레틴 계열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약 2000억 달러(약 270조원) 규모로 팽창할 전망이다.
사용자 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3년 약 500만명 수준이었던 미국 내 GLP-1 계열 치료제 사용자는 올해 600만명을 거쳐 내년에는 1000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미국 성인 8명 중 1명은 GLP-1 약물을 투여 중이거나, 투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2030년 미국 인구 중 약 3000만명이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제네릭 도입과 경구용 제품 출시가 본격화되면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칼로리 절벽’ 현실화… 외식 빈도 최대 45% 급감
비만 치료제 확산은 식품 산업에 즉각적인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을 모방해 소화를 지연시키고 포만감을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든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GLP-1 사용자 중 절반 가량이 확연한 칼로리 섭취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0%는 하루에 251~500kcal를, 25%는 501~800kcal를 덜 섭취하고 있었다.
J.P. 모건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2030~2034년 사이 식품·음료 산업에서 연간 최대 55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전체 칼로리 섭취량은 약 21%, 식료품 지출은 약 31%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사용자들이 식사를 건너 뛰거나 양을 줄이면서 외식 빈도가 최대 4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 업계 생존 전략… “양은 줄이고 영양은 채워라”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식품 및 외식 업계의 마케팅 전략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과거 대용량을 앞세워 가성비를 강조하던 이른바 ‘거거익선’ 전략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대신 업계는 식사량이 줄어든 고객층을 붙잡기 위해 소형 메뉴와 소용량 패키지 라인업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영양 성분의 재배치도 활발하다. 약물 복용 시 식욕은 떨어지지만 근육 유지를 위한 단백질과 섬유질 보충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기업들은 단백질 함량을 극대화한 스낵이나 섬유질 중심의 새로운 메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발 빠른 기업들은 제품 전면에 ‘GLP-1 친화적’이라는 문구를 넣거나 관련 특성을 강조하며 약물 복용자들을 핵심 고객군으로 포섭에 나섰다.
품목별 희비도 뚜렷하다. 자극적인 스낵과 알코올 소비는 급감하는 반면 요거트와 견과류, 과일 등 건강 지향적인 식품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EY-파르테논 조사에 따르면 GLP-1 사용자들의 알코올 소비량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는 “비만 치료제가 개인의 건강 뿐 아니라 소비 권력까지 나누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며 “향후 기업들의 메뉴 전략과 제품 포트폴리오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정교하게 타격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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