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는 아직도 실험 중…12년 전 참사 데자뷔?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3.29 08:08  수정 2026.03.29 11:16

가상의 남아공 상대로 0-4 무기력한 대패

12년 전에는 '예방 주사' '본선 다를 것' 발언

코트디부아르전서 0-4 대패한 대표팀. ⓒ 연합뉴스

홍명보호가 월드컵 본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공수 모든 면에 걸쳐 심각한 약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8일(한국시각) 영국 밀턴킨스의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했다. 이 경기는 오는 6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겨냥한 ‘맞춤형 스파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스파링은커녕 대표팀의 약점만 드러나고 말았다.


평가전 1경기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디까지나 실험의 성격이 강하고, 승패의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를 돌이켜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월드컵 직전 마지막 A매치 성적은 본선 조별리그의 향방을 가늠하는 이정표로 작용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였던 만큼 대한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히딩크호의 담금질이 계속됐다. 2월과 3월, 5월 계속해서 A매치가 펼쳐졌고, 마침내 본선 직전인 6월 열린 세 차례 평가전서 1승 1무 1패의 성과를 냈다. 상대는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 등 유럽의 강팀들이었다. 이후 파죽지세를 보인 한국 축구는 ‘4강 신화’를 썼다.


2010년도 준비가 잘 됐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허정무호는 한일전서 2-0 승리로 기세를 올리더니 유럽으로 날아가 벨라루스, 스페인을 잇따라 만났다. 결과는 두 경기 모두 0-1 패였으나 경기 내용은 매우 탄탄했다. 그리고 본선 조별리그서 1승 1무 1패를 거둔 대표팀은 사상 첫 원정 16강에 도달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는 5월에 단, 두 차례 평가전만 치렀다. 2000년대 월드컵 본선 전에 펼친 최소 경기 A매치였다. 결과도 참담했다. 튀니지에 0-1로 패하더니, 가나에 0-4 완패하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때 대표팀 감독은 “예방주사를 맞았다”라고 에둘러 말했으나 이는 곧 다가올 참사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당시 대표팀은 유럽 2팀(벨기에, 러시아), 아프리카 1팀(알제리)과 조편성이 이뤄졌으나 유럽팀에 대한 대비는 미흡했고, 알제리전만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조별리그서 알제리전 2-4 대패의 참사가 발생했고, 앞선 준비는 소용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당시 대표팀 수장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2000년 월드컵 본선 직전 평가전 결과. ⓒ 데일리안 스포츠

이제 남은 기회는 단 한 번이다. 홍명보호는 다음 달 1일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이 경기마저 패한다면 북중미 월드컵은 시작하기도 전에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패하더라도 경기 내용이 납득가는 수준이라면 그나마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팀이며, 유럽 특유의 강한 피지컬이 돋보인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나타난 무기력함이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역사가 증명하듯, 월드컵 직전에서의 평가전 결과와 내용은 그대로 본선까지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경기가 끝난 뒤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월드컵이 석 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도 실험을 마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까.


축구팬들에게는 12년 전 가나와의 평가전 0-4 대패 이후 “예방주사 맞았다. 본선은 다를 것”이라 한 뒤 참사를 겪었던 홍명보 감독의 발언을 잘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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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비씨타도
    뭔 기대들을 한 거지? 바랄걸 바랬어야지
    2026.03.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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