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의한 국제정치 위력 재입증…협상 상대 찾기 어려워져
자유민주주의 동맹 약화 우려 속 정부의 정책 행보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장 차단 등 미국의 핵심 목표가 거의 달성됐다면서 2~3주 이내에 전쟁을 종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이란이라는 늪에 빠졌다는 평가도 없지 않고 군사작전 수행에 관한 세부사항이 자세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 달 여 지속된 군사작전을 통해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능력뿐만 아니라 해군력과 공군력도 거의 무력화시켰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은 ‘힘(power)’에 의한 국제정치의 위력을 재입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침공했지만 이제는 민주주의의 지도국인 미국까지도 힘의 사용을 망설이지 않는다.
군사력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아무런 변명도 없이 미국은 지난 2월 28일 새벽 이란을 기습공격했고 국제사회는 지켜보기만 했다. 북한이 핵무기라는 힘을 사용할 개연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번 군사작전은 전체주의 국가의 핵무장은 군사적 타격 이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도 입증하였다.
이번 군사작전 정당화의 명분으로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언급했듯이 외교적 방법에만 의존함으로써 북한의 핵무장을 허용한 것이 사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하면 이란은 60% 이상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약 450kg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군사작전이 없었다면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을 위한 핵무장에 곧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지난 2015년에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를 체결했다. 이에 의하면 이란은 3.7% 수준의 우라늄만 농축, 그 보유량도 300kg에 국한, 원심분리기도 1만9000에서 5000으로 감소시키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이란은 비밀리에 엄청난 우라늄 농축을 해온 셈이다. 미국의 지난 2018년 JCPOA 탈퇴와 이번 군사작전이 상당한 정당성을 갖는 이유이다. 만약 미국과 한국이 1994년 영변 원자로에 대한 정밀타격을 단행했더라면 한국도 북핵 위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을 수 있다.
이번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은 ‘참수(斬首)작전(decapitation operation)’의 효과와 한계를 동시에 노출시켰다. 폭격과 동시에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상당한 규모의 지도자들이 폭사함으로써 이란이 속수무책으로 미군의 일방적 폭격을 당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지도자들의 대규모 부재 사태로 인하여 미국이 협상 상대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한국의 참수작전은 김정은 제거보다는 위협을 통해 김정은이 핵공격과 같은 위험한 결정을 자제하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온건파를 보전해 협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선별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공격에 대해 이란은 주변국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응하였는데 이론적으로는 이것을 ‘삼각억제(triangular deterrence)’라고 하는데 인질을 활용하여 경찰의 양보를 받아내는 상황과 유사하다.
삼각억제는 이번에 다소의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도 남한을 인질로 삼아서 미국의 개입을 자제시킬 수 있다. 실제로 1994년 미국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을 검토할 때 북한의 반격으로 발생할 엄청난 남한의 피해를 고려하여 포기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이번 이란 사태를 통하여 드러난 가장 우려스러운 사항은 자유민주주의 동맹의 약화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이번 작전을 수행했고 평소 트럼프의 거친 언사에 불편해하던 유럽의 동맹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보장에 동참해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영국도 처음에는 군사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고 스페인은 끝까지 미군의 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수의 동맹국들이 동참해 전쟁비용까지 분담했던 지난 1991년 걸프전쟁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실 한국도 미국의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군함 파견 등의 적극적 조치는 전혀 강구하지 않았다.
지난 3월 19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캐나다 등 7개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난하는 성명을 낼 때도 다음날 마지 못해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4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공개적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때 미국이 약속한 대로 대신하여 핵보복을 감행해줄지 더욱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미국의 군사작전과 관련해 우리는 제 3자의 입장이 아니라 이란을 북한과, 한국을 이스라엘과 바꿔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바꿔서 생각해보면 앞으로 한국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 지 어느 정도는 드러날 것이다.
글/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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