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vs전설]아스날 무패우승 vs 첼시 최다승점

이상엽 객원기자 (4222131@naver.com)

입력 2010.02.07 10:43  수정

2003-04 아스날, 무패 우승 위업

2004-05 첼시, 최다 승점 기록

지난 1992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공식 출범은 수많은 스타 배출과 함께 리그의 세계화에 큰 공헌을 했다.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신화가 자리 잡고 있지만, 맨유도 넘지 못한 특별한 두 시즌이 있다. 바로 2003-04시즌 아스날의 무패 우승과 2004-05시즌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최다 승점 우승이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꾸준함과 강력함을 선보였던 아스날과 첼시.


2003-04시즌 아스날 무패 우승

2004년 5월 15일, 이미 일찌감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아스날은 레스터 시티와의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끝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팬들 역시 1888-89시즌 이후 115년 만의 리그 무패 우승의 위업을 보기 위해 하이버리 경기장으로 속속들이 운집했다.

당시 아스날의 무패 우승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어당겼고, 아스날 선수들도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경기장에 나섰다.

상대는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된 최약체 레스터 시티. 이변이 없는 한 승리는 아스날의 몫으로 여겨졌다. 더욱이 레스터 시티의 공격수 폴 딕코프는 경기에 앞서 “아스날의 기세가 대단하다. 오히려 우리 팀이 부담스러운 경기”라 말할 정도로 심적 부담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아스날에게 유리할 것 같았던 경기는 예상 밖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전반 26분 딕코프의 선제골이 터지자 아스날은 크게 흔들렸고, 이렇다 할 반격 없이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하이버리 경기장은 무패 우승이 물거품 되는 것은 아닌지 아스날 팬들의 술렁임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아스날은 티에리 앙리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분위기를 띄었고, 후반 68분 비에이라의 골이 터지며 2-1 짜릿한 역전승으로 무패 우승의 위업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당시 아스날은 38경기 26승12무(승점90)를 기록했고, 간판 골잡이 앙리는 30득점으로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언론과 팬들은 이런 아스날을 “무패 신화의 대단한 아스날”이라 칭송했다. 앙리는 이후 회고에서도 “무패 우승이야말로 내 축구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 말했고, 벵거 감독 역시 “무패 우승은 아스날을 넘어, 프리미어리그에 커다란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스날은 다음 시즌 10라운드서 맨유에 패하기까지, 49경기 무패 행진으로 프리미어리그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아스날의 무패 행진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꾸준함이다.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각 구단들은 여러 변수들에 부딪힌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순간의 방심으로 경기를 그르치기도 하는 등 생각지 못한 돌발변수까지 있지만, 아스날은 어떠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겨내며 무패 우승을 일궈냈다.


2004-05시즌 첼시 리그 최다 승점 우승

아스날의 무패 우승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프리미어리그는 이듬해 첼시의 리그 최다 승점으로 우승으로 또 한 번 들끓기 시작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는 초반부터 거침없었다. 무리뉴 감독은 4-3-3 전술을 앞세워, 막강 수비력을 과시했고 급기야 리그 최다 승점(95), 최소실점 우승(15실점)의 금자탑을 세웠다.

종전 프리미어리그의 최다 승점은 1993-94시즌 맨유가 기록한 92점이었지만 이는 42경기(22팀)를 치르고 얻은 승점이었다. 38경기에서는 맨유의 트레블 시즌(1999-00)에 나온 승점 91점이 최고였을 뿐이다.

따라서 첼시 팬들은 당시의 최다 승점 우승을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맨유가 1992년 출범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꾸준했다면, 절대 강자는 2004-05시즌 첼시였다는 것. 또한 2004-05시즌 첼시의 멤버들이야 말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스쿼드라고 자부한다.

첼시는 이 해에 고작 15실점의 ‘사해(死海)’와 같은 짠물 수비로 상대의 숨통을 조였다. 72점의 팀 득점은 아스날(87득점)에 이어 2위였지만 이 역시 리그 역사를 살펴봤을 때 가공할만한 득점력이었다.

무리뉴 감독(현 인터 밀란)은 “당시 첼시는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 최강 클럽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회고했고, 푸른 심장의 존 테리도 “어느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최고의 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첼시는 2004-05시즌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클럽 반열에 올라섰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과감한 투자와 무리뉴 감독의 신기에 가까운 용병술은 이듬해 리그 2연패로 이어졌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호성적을 거뒀다.

‘꾸준함’의 아스널 무패 우승과 ‘강력함’의 첼시 리그 최다 승점 우승 이후 프리미어리그는 첼시-아스날-맨유-리버풀로 이뤄진, 이른바 ‘빅4’ 시대를 맞게 됐다. 최근 맨유가 리그 3연패를 내달리며 매 시즌 승자로 기억되고 있지만,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빅4’ 정립 이후 전국시대를 맞이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떤 클럽이 전설을 써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넘보기 힘든 전설의 주인공들인 두 팀은 8일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서 열리는 리그 25라운드를 통해 맞붙는다. [데일리안 = 이상엽 객원기자]

2003-04시즌 아스날 스쿼드
Jens Lehmann(GK)
Ashley Cole, Patrick Vieira, Robert Pires, Freddie Ljungberg, Jose Antonio Reyes
Dennis Bergkamp, Lauren, Thierry Henry, Edu, Pascal Cygan, Gilberto Silva
Gael Clichy, Sol Campbell, Kolo Toure, Jeremie Aliadiere, Justin Hoyte
Sylvain Wiltord, NwanKwo Kanu, Martin Keown, David Bentley, Ray Parlour

2004-05시즌 첼시 스쿼드
Petr Cech, Carlo Cudicini, Lenny Pidgeley(GK)
Glen Johnson, Claude Makelele, Alexey Smertin, Ricardo Carvalho, Frank Lampard
Mateja Kezman, Scott Parker, Joe Cole, Damien Duff, William Gallas, Didier Drogba
Arjen Robben, Wayne Bridge, Geremi, Paulo Ferreira, Eidur Gudjohnson, John Terry
Jiri Jarosik, Robert Huth, Celestine Babayaro, Mikael Forssell, Vilaca Filipe Oliveira
Steven Watt, Nuno Morais, Anthony Grant, Adrian M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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