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풍향계>키 높낮이와 대권의 함수관계는...
"키 순서대로 합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를 앞두고 한 말이다.
정 전 대표의 키는 182cm로 168cm인 노 전 대통령 보다 무려 14cm가 더 크다. 당시 노 후보는 단일주자로 선출 된 뒤 "만약 키 순서로 대통령을 뽑았다면 떨어졌을 것"이라고 농을 하기도 했다.
당시 선거유세에 함께 다녔던 두 사람의 키 차이 문제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거를 코앞에 둔 12월 13일 대전 유세에서 정 전 대표에 이어 단상에 오른 노 전 대통령. 단상 위 마이크는 정 전 대표의 ´키 높이´에 맞춰져 노 전 대통령의 이마까지 올라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이크를 자신의 턱까지 끌어내리며 "방금 마이크의 높이를 낮추다가 잘못하면 큰 일 날 뻔했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키 순서로 대통령을 뽑았다면 영락없이 떨어질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대선 경쟁자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 "내가 이 후보 보다는 조금 크다. 이제 키 큰 정몽준 대표와 함께 손을 잡았으니 내가 작아도 우리는 키 큰 팀이다"고 했다. 그만큼, 키 차이에 신경을 썼다는 반증이다.
18대국회 최장신은 누구?
정치인들의 큰 키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장점으로 꼽힌다. 팽팽한 여야 대치상황에서 상대방을 내려다보는 '그림'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그렇다면 18대 국회에서 가장 키가 큰 의원은 누구일까. ´비공인´ 최장신 의원은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이다. 프로필에 게재된 신장은 182cm.
하지만, 선진당은 변 의원의 큰 키가 ´고민 아닌 고민´이다. 최고위원인 변 의원을 제외한 당지도부 구성원 대부분이 단신이기 때문이다. 이진삼 최고위원을 비롯해 신장이 170cm에 못미치는 지도부 인사가 다수다.
이회창 대표의 키는 163cm로 변 의원과 무려 20cm가량 차이난다. 사진 찍힐 일이 있을 때, 변 의원이 이 대표 옆자리를 피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라고 한다.
변 의원은 지난해 2월 ´북한어린이 영양문제,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북한 사람들은 영양에 문제가 있어 키와 체격이 정말 작다. 우리 옛날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나도 ´옛날 사람´인데, 조금 예외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프로필에선 정몽준 전 대표의 신장도 182cm로 변 의원과 같지만, "변 의원이 조금 더 크다"는 게 정치권의 눈높이다. 18대 국회에서 당선됐지만, 6.2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송영길 시장의 키도 182cm다.
대통령의 키는 리더십과 반비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키는 다시 커지는 추세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의 키는 당시로는 상당히 큰 편인 173cm다. 이어 전두환,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키는 모두 170cm를 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장신은 최규하 전 대통령으로 무려 180cm였다. 하지만 ´큰 키´만큼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진 못했다.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65cm로 역대 대통령 최단신이지만, 강력한 ´카리스마형´ 지도자로 꼽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70cm로 '평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72cm로 우리나라 대통령의 키는 ´큰 편에서 작아졌다가 다시 커지는´ 추세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들도 대부분 키가 큰 편에 속한다. 여권의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야권의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그렇다.
하지만, 대선주자 지지율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신장은 162cm다. 그의 당선 여부에 따라 부친(父親)이 가진 ´역대 최단신 대통령´ 기록도 뒤바뀌게 된다. [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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