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감독의 말이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촉매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아전인수 격 해석으로 그칠지는 2차전 뚜껑을 열어보면 알 수 있다.
패장 양승호(51) 감독은 그래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계속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롯데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6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여섯 번째 투수 부첵이 정상호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얻어맞아 6-7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포스트시즌 사직구장 9연패와 함께 홈 12연패 수렁에 빠지며 유독 안방에서 가을 악몽을 되풀이했다.
10회초 한 방도 컸지만, 9회말 1사 만루에서 고감도 타격을 자랑하던 손아섭이 허무하게 병살타로 승리를 날린 충격은 실로 컸다.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롯데 선전에도 ‘아!섭하다’며 손아섭 타격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미소를 잃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롯데 수장 양승호 감독이다. 양승호 감독은 침통한 표정을 짓기 보다는, 선수들의 끈기를 높이 사며 2차전 승리를 기대했다.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패했지만 선수들의 근성은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런 정신과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2차전을 기대할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을 패한 팀(SK)이 내리 3연승 했다“며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SK는 홈 문학구장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에이스 윤석민 구위에 눌려 완패했지만, 2-3-4차전을 거푸 따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지난해까지 열린 23번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1차전을 잡은 팀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확률이 무려 78.3%에 달한다는 통계를 양승호 감독이 모를 리 없다. 충격적 패배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선수단에 회생의 힘을 불어 넣은 멘트다.
아무리 긍정의 힘을 설파하는 양승호 감독도 이 장면은 잊기 어려울 법했다.
6-6으로 맞선 9회말 마지막 공격. 무사 1,3루의 끝내기 찬스에서 대타 손용석의 투수 땅볼과 1사 만루에서 손아섭의 병살타로 허무하게 승리를 날려버린 그 장면이다. 특히,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키 플레이어’다운 공격력을 뿜던 손아섭이 바뀐 투수 ‘홀드왕’ 정우람의 초구 체인지업에 4-6-3 병살타로 무릎을 꿇은 장면은 잊기 힘들다.
그럼에도 양승호 감독은 “항상 잘 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대호가 정대현을 상대로 동점타를 때렸다”며 아쉬운 순간은 털어냈다. 속이야 타들어가겠지만 잘 치고 있는 타자에게 괜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먼저 작동한 것이다.
“초반에 도망갈 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종반까지 잘 쫒아갔다”는 양승호 감독 말대로 비록 패하긴 했지만, 롯데도 SK 불펜에 막연한 두려움은 걷어낼 수 있는 경기였다.
김주찬의 선두타자 솔로홈런 등으로 초반 3-0까지 앞섰던 롯데는 SK 안치용에게 한 방을 얻어맞고 4-6으로 끌려갔지만, ‘철벽’ SK 불펜진을 상대로 2점을 뽑아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대호는 5-6으로 뒤진 8회말 2사 2루서 ´천적´ 정대현을 두들겨 동점타를 만들고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기도 했다.
양승호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도 “몇 차전까지 갈 것 같냐”는 질문에 홀로 손가락 3개를 들었다. 즉,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승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한국시리즈에 오르겠다는 각오였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SK 이만수 감독대행과 박정권 최정, 롯데 송승준 강민호가 모두 손가락 4개를 들어 올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자신감’이었다. 이는 최근 5년간 SK에 철저하게 눌렸던(30승1무62패) 롯데 선수단에 수장으로서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의식한 것이었다.
과연 양승호 감독의 말이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촉매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아전인수 격 해석으로 그칠지는 2차전 뚜껑을 열어보면 알 수 있다. 2차전 선발은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송승준(롯데)과 준PO에서 깜짝 호투를 펼쳤던 고든(SK)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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