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시장에 자신의 가치를 내맡겨 온전한 보상을 받고 싶어 하고, 구단은 가급적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고의 선수들을 잡고 싶어 한다.
특히 몸값이 비싼 스타급 선수들의 FA 협상일수록 선수와 구단 간의 기 싸움도 팽팽해진다. 평소 일반인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수십억의 ‘머니’가 오고가던 FA 선수들의 몸값을 놓고 팬들도 적지 않은 호기심을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종종 선수들의 적정한 몸값과 투자비용 등을 놓고 감정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흔하다.
선수 입장에서 FA는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절호의 이자,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연봉협상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시기다. FA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데뷔이후 9년을 쉼 없이 달려와야 하는 것은 물론, 자격을 얻더라도 웬만한 스타급 선수가 아니라면 큰 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선수들은 FA의 평가기준을 그간의 팀 공헌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바라본다. 선수 입장에선 FA 계약을 통해 그 동안 팀에 헌신했던 부분을 보상받으려고 한다. 한 팀에서 오래 뛰거나, 개인 성적이 뛰어난 선수일수록 FA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구단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물론 그동안 올린 개인성적과 팀 공헌도가 몸값 산정의 기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구단은 FA 계약을 과거 성적에 대한 보상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접근한다. ‘선수가 앞으로도 그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에 더 주목한다.
똑같은 성적을 올린 선수라고 할지라도, 나이가 더 어리거나 부상경력이 없는 선수가 훨씬 유리하다. 9년간 꾸준히 잘한 선수보다, FA 자격 1~2년 전에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몸값이 더 폭등하는 경우도 잦다. 이러다보니 화려하지는 않아도 팀에 오랫동안 공헌해온 고참급 선수들은 서운할 수밖에 없다.
한 선수는 “팀을 위하여 희생한 부분이 많은데, 정작 구단은 협상을 할 때 그런 부분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기록이 없으면 혼자 희생해봐야 손해만 보는 구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LG와 현저한 금액차이를 드러내며 FA 협상이 결렬된 이택근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FA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거품이 많았다. 스타선수는 한정돼 있는데 몇몇 부자구단들이 돈으로 선수를 쓸어 담는 데만 혈안이 되다보니, 과거 성적이나 막연한 기대치에만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투자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은 계약기간을 줄이고 옵션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보완장치가 늘어났다. 선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겠지만, 구단은 보다 전체적인 판에서 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FA 대박을 터트렸다고 평가받는 선수들 중 상당수가 계약이후 ‘먹튀’로 전락한 사실은, 구단들에게 FA 투자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우는 원인이기도 하다. 역대 프로야구 최고액 FA 계약자인 심정수도 2005년 당시 4년 60억의 대박을 터뜨렸으나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옵션을 채우지 못해 실수령액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에이전트가 없이 선수가 직접 구단과 협상을 해야하다보니 돈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서로 감정만 상한 채 테이블을 접는 경우도 잦다. 운동만 해온 선수들에게는 협상이 서툰데다, 몸값이라는 곧 자존심의 상징이기에, ‘내 가치를 이 정도로밖에 보지 않느냐’는 서운함이 클 수밖에 없다.
계약 성사여부를 떠나 협상과정에 빚어진 앙금은 선수에겐 꽤 오랜 시간 후유증을 남긴다. FA 시장이 열릴 때마다 되풀이되는 안타까운 풍경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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