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원년부터 꾸준히 ‘롯데’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30년 역사에서 우승 경험은 고작 두 차례. 반면, SK는 창단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V3을 달성하는 등 프로야구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상대전적은 천적관계와도 같았다. 롯데는 SK를 상대로 2007년 4승14패, 2008년 5승13패, 2009년 6승13패, 2010년 7승12패로 철저히 밀렸다. 물론 8승1무10패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지난해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확연히 다른 팀 컬러도 인상적이다. 롯데는 SK에 없는 확실한 4번 타자와 강력한 타선이 강점이다. SK 역시 롯데의 오랜 고민인 불펜의 두꺼움이 남다른 팀. 하지만 이번 겨울, 롯데와 SK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마치 서로의 것을 취하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에 부임한 양승호 감독은 시즌 초반 대대적인 팀 개편에 나섰다. 작게는 전임 로이스터 감독의 색깔 지우기였고, 크게는 우승을 위해 팀 전력을 두껍게 만들려는 심산이었다.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좌익수 홍성흔-3루수 전준우라는 파격적인 포지션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수비에 신경 쓰느라 타격감이 저해되는 역효과만 발생했다.
투수기용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났다. 고작 22살에 불과했던 '영건' 고원준은 혹사논란에 시달렸고, 특히나 불펜활용에서 많은 의구심을 낳았다. 당시 양승호 감독은 필승조였던 김사율-임경완-강영식-김일엽을 이닝에 상관없이 수시로 투입해 이른바 '김성근식 벌떼야구'를 구사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결과는 대실패였다.
결국, 양 감독은 팬들의 강한 반발과 팀 성적 추락에 맞부딪히자 자신의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했고, 팀은 그 이후 연승행진을 내달렸다. 양 감독 역시 ‘양승호구’라는 비아냥거림에서 벗어나 ‘소통왕’ ‘양승호감’ ‘양승호굿’ 등의 찬사를 받았다.
양승호 감독은 지난 1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던 탓에 아직 자신의 뚜렷한 야구색채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불펜이 강해야하고 수비 등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 양 감독의 지론이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수비훈련에 매진했다. 방망이의 화력도 중요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양 감독은 판단했다. 이는 김성근식 야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한계를 체감한 불펜 보강은 FA 영입으로 고민을 덜었다. 특히 정대현과 이승호 등 SK 출신들만 데려오며 ‘김성근 벌떼 야구’의 핵을 불펜에 이식시켰다.
SK의 이만수 신임 감독 역시 전임 감독의 색을 지우는 대신 자신의 야구 철학을 팀에 고스란히 덧입히고 있다. 이만수 감독의 야구 색깔은 전형적인 ‘메이저리그식’이다. 이미 감독대행을 맡을 때부터 “선발은 최대한 길게 가고 중심타선의 한방으로 승부를 낸다”는 그의 말은 정식 감독이 된 다음에도 변함이 없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직을 역임한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의 스타일과 궤를 함께 한다. 로이스터 감독은 3년간 부임하며 롯데를 공격과 선발진을 강한 팀으로 변모시켜 놨다. 특히 단기간에 변화가 이뤄질 수 있었던 까닭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No fear’(두려움 없는 야구) 정신이 크게 빛을 발했기 때문.
이만수 감독 역시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따라서 지난 시즌 후반기, 그동안 조용하기로 소문난 SK의 더그아웃은 이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의 박수와 응원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인터뷰에서도 로이스터 감독과 마찬가지로 선수의 사기를 북돋아주려고 노력한다.
스토브리그에서의 선수 보강도 이만수 감독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바로 선발투수의 수급. 지난 시즌 도중 영입한 고든이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고도 재계약에 실패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닝 소화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SK는 자유계약으로 풀린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를 영입했다. 로페즈는 38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잔부상, 그리고 불같은 성격 등 약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 감독이 그토록 원하던 ‘이닝 이터’였다는 점에서 선택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 감독은 현재 재활 중인 김광현과 송은범 ‘원투 펀치’에게도 승수가 아닌 많은 이닝 소화를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 FA 영입으로 LG 출신의 조인성을 영입했다. 조인성은 지난 2010년 포수 최초로 100타점을 넘기는 등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뜨거운 방망이를 선보이고 있다. 일단 조인성은 지명타자로 나설 예정이며, 타격에만 집중할 경우 20홈런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유니폼을 바꿔 입었지만 SK 불펜은 여전히 강하다. 마무리로 낙점된 엄정욱은 재활에 한창이고 정우람, 박희수 등은 1이닝을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특급 좌완 계투들이다. 여기에 채병용과 윤길현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지난해 골칫거리였던 우완에 대한 고민도 덜었다. 이만수 감독이 선발 투수 구성에 더욱 힘을 기울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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