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1)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입단 이후 처음으로 공식경기 주장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맨유는 24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올드트래포드서 열린 아약스(네덜란드)와의 ‘2011-12 UEFA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에서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선제골에도 1-2 역전패했다. 하지만 원정 1차전에서 2-0 승리를 따낸 맨유는 골득실(3-2)에서 앞서며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맨유는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러시아)-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전 승자와 8강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경기 시작 전 선수 소개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역시 ‘캡틴 박’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은 맨유 선수들 가운데 가장 앞에 서서 입장한 뒤 아약스 주장 얀 베르통헨과 페넌트를 교환했다.
박지성이 주장완장을 차게 된 이유는 역시 그만큼 팀 내 입지가 굳건하다는 의미다. 이날 맨유의 선발 라인업에서 박지성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동갑내기’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였지만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공식 주장 네마냐 비디치는 현재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이며 임시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를 비롯해 주장 경험이 있는 리오 퍼디난드,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등도 이날 출전하지 않았다. 따라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국가대표에서 주장직을 역임했던 박지성에게 별다른 고민 없이 완장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박지성이 맨유의 주장완장을 차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초기이던 지난 2005년, 깜짝 캡틴직을 소화한 바 있다. 당시 릴(프랑스)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3차전에 교체 투입된 박지성은 라이언 긱스로부터 주장완장을 물려받아 경기에 나섰다. 이에 국내팬들은 세계 최고 명문 클럽에서 한국 선수가 주장완장을 찬 모습에 열광했고, 국내 언론에서도 대서특필로 다뤘다.
하지만 이는 박지성의 착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며칠 뒤 영국 현지 언론에서는 ‘번역의 오류’라는 제목과 함께 ‘교체 아웃되던 주장 긱스가 퍼디난드에게 완장을 주라했지만 박지성이 이를 못 알아들었다’며 ‘퍼디난드는 이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특히 이 기사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양선수들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장차 동서양의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며 박지성 등이 그 개척자가 될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그리고 7년 뒤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예측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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