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파워’ 첼시·맨시티…돈에 지배된 EPL
첼시, 10년간 과감한 투자로 강호 반열
'오일머니' 맨시티도 보다 더한 자금력
“돈으로 우승컵을 살 수 없다”라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말은 두 차례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44년 만에 1부 리그 정상에 오르며 프리미어리그의 판도를 재편성했다. 맨시티는 13일(한국시각),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인저리타임에 2골을 넣으며 극적인 3-2 역전승을 일궜다.
이로써 맨시티는 같은 시각 선덜랜드를 1-0으로 물리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서며 감격적인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또한 맨시티는 지난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맨유, 첼시, 아스날, 블랙번에 이어 우승을 차지한 5번째 팀으로 이름을 새겼다.
이번 맨시티의 우승이 프리미어리그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일단 ‘맨유-첼시-아스날-리버풀’로 구성된 ‘빅4’ 시대가 완전히 종식됐음을 알림과 동시에 ‘돈의 힘’이 충분히 리그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이 또 한 번 입증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축구 리그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2003년, 러시아의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당시 중상위권 전력이던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아낌없는 투자에 힘입어 이적시장에 나온 선수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특히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선수영입은 물론 감독 선임에도 깊이 관여했는데, 2003-04시즌 팀을 2위로 이끈 명장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를 해임하기도 했다.
이후 첼시는 이전 시즌 FC 포르투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조제 무리뉴 감독을 데려오며 황금기를 맞이한다. 무리뉴 감독은 이전부터 눈여겨보던 디디에 드록바와 마이클 에시앙 등을 영입한 것은 물론, ‘포르투갈 커넥션’인 히카르도 카르발류, 파울로 페헤이라 등도 팀에 합류시켰다.
결국 첼시는 무리뉴 감독 부임 후 첫 시즌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1905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들어 올린 우승컵이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야망은 잉글랜드가 아닌 유럽 정상에 오르는 것.
결국 안드리 셰브첸코 영입 등 선수 구성과정에서 구단주와 충돌을 일으킨 무리뉴 감독이 해임되고, 첼시의 감독직은 심한 부침을 겪게 된다. 그래도 전력만큼은 최상위권이었던 첼시는 리그 우승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선전을 펼치지만 그토록 원하던 빅이어는 아직 단 한 차례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지 올해로 10시즌이 됐다. 지난 10년간 첼시가 이적시장에 퍼부은 돈은 무려 4억 파운드(약 7400억원)가 훌쩍 넘는다. 여기에 지난해 겨울에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대 이적료인 5000만 파운드(약 923억원)를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하는데 사용했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관여한 선수영입에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대체로 성공적인 전력보강을 이뤄왔다.
터무니없는 높은 이적료로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던 디디에 드록바는 이제 첼시의 전설이 됐고, 애물단지이던 윌리엄 갈라스와 고작 500만 파운드를 주고 데려온 애쉴리 콜은 세계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미하엘 발락과 알렉스, 존 오비 미켈은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들이다.
그런 첼시도 돈이라면 맨시티를 따라갈 수가 없다. 지난 2008년 9월, UAE의 왕족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은 술라이만 알파힘과 함께 맨시티를 인수하며 세계 최고의 부자구단으로 탈바꿈시켜놓았다.
만수르 구단주는 아브라모비치 보다 더한 자금을 구단에 퍼부었다. 세르히오 아게로, 에딘 제코, 카를로스 테베즈 등 슈퍼스타들이 영입되며 첼시가 10년 만에 기록한 이적료를 고작 3년 만에 따라잡은 한편, 구장 보수 등 부대시설에 들어간 비용까지 더하면 10억 파운드(약 1조 8000억원)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만수르 구단주는 이번 우승이 확정되고 난 후 이티하드 스타디움을 찾았던 모든 관중들에게 다음시즌 10경기 무료입장권을 제공, 통 큰 씀씀이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처럼 첼시와 맨시티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양 팀 구단주의 성향은 전혀 다르다.
첼시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자신의 입맛대로 팀을 바꿔버리는, 말 그대로 권력형 보스 스타일이다. 실제로 ‘로만 집권’ 10년간 첼시 지휘봉을 잡은 감독만 해도 라니에리-무리뉴-아브라함 그랜트-스콜라리-히딩크-안첼로티-빌라스 보야스-디 마테오 등 무려 9명에 이른다. 성적부진, 팀 내 불화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반면, 맨시티의 만수르 구단주는 일단 기다려주는 성향을 갖고 있다. 부임 당시 “맨시티를 4년 안에 우승시키겠다”고 공언한 그는 4년째이던 올 시즌 드디어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특히 지난 시즌 경질 가능성이 대두되었던 만치니 감독에게 오히려 보다 더한 이적자금을 손에 쥐어주는 등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만수르 구단주는 성적 위주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달리 보다 큰 꿈을 품고 있다. 만수르 구단주의 목표는 맨시티가 맨체스터의 제1클럽이 되는 것은 물론, 전세계 팬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글로벌 구단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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