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기에 망정이지' 롯데 가을 울렁증 여전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입력 2012.10.08 22:46  수정

10회초 대거 3점..두산에 8-5 역전승

5회말 ‘무더기 4실점’ 수비 불안

연장 10회초 결승타점을 올린 황재균.

롯데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먼저 가져가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러나 실책이 무더기로 나오며 가을 잔치에서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마터면 또 다시 실책 때문에 경기를 그르칠 뻔 했다.

롯데는 8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5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황재균의 결승 2루타와 손아섭의 기습 스퀴즈번트로 두산에 8-5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롯데는 3-5로 끌려가면서도 8회초 대타 박준서가 동점 2점 홈런을 쳐내는 끈질김을 보여준 데다 9회말 결정적인 위기를 넘기고 곧 이은 연장 10회초에 점수를 뽑아내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4경기 가운데 2경기를 더 이겨야만 한다. 게다가 롯데는 지난 2010년 두산을 상대로 1·2차전을 모두 잡고도 3차전부터 5차전을 내리 내주는 역스윕을 당한 적이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롯데가 이기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불안함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것은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가을 포스트시즌만 되면 실책이 이어지면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날 1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중력을 발휘해 이겼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졌더라면 다시 한 번 징크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뻔 했다.

롯데의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선발 송승준이 호투하는 사이 4회초 두산의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3점을 뽑을 때만 하더라도 롯데 팬들은 또 다시 두산에 당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롯데의 징크스는 5회말에 어김없이 찾아왔다. 첫 타자 임재철의 타구가 2루수 조성환 앞으로 굴러가면서 아웃 카운트를 잡는 듯 했으나 어이없이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한번 실책이 나오자 마운드부터 내야가 와르르 무너졌다. 1루 주자 임재철을 견제하던 투수 송승준은 보크를 범하며 무사 2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양의지의 중전 적시타로 끝내 1점을 내줬다. 조성환의 실책만 아니었더라면, 아니 송승준의 보크만 아니었어도 줄 점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서 두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이마저도 걷어찼다. 김재호의 3루수 앞 땅볼이 병살로 이어지는 듯 했으나 2루 주자를 잡은 2루수 조성환의 1루 송구가 높게 가는 실책이 되면서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될 것을 1사 2루 위기를 만들고 말았다. 여기서 이종욱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롯데는 2-3으로 쫓겼다.

오재원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고 까다로운 타자 김현수를 고의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2루를 만든 것까지도 좋았다. 그래도 역전은 당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승준은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두산 4번 타자 윤석민을 상대하는데 초점을 두기보다 1루 주자 김현수를 잡아내겠다는 욕심을 부렸고 견제하다가 악송구가 됐다. 빠른 발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2루 주자 이종욱이 홈으로 달려들어 3-3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송승준은 윤석민에게마저 적시타를 얻어맞아 3루 주자 김현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가 두산에 4점을 내주면서 얻어맞은 안타는 단 3개. 고의 볼넷까지 합치면 4개 밖에 되지 않는다. 안타 3개와 볼넷 1개 정도라는 아무리 많이 내줘도 2점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보크와 악송구 2개, 실책 등 무려 4개의 실수를 범했다. 보크는 공식 기록상 실책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무려 한 이닝에 3개의 실책을 범하며 무너졌다. 한 이닝 실책 3개는 포스트시즌 한 이닝에 나온 최다 실책 타이 기록이다.

결국 송승준은 4.2이닝동안 4실점하면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러나 모두 비자책이었기에 동점 2점 홈런과 연장 10회초의 행운 3득점이 아니었더라면 송승준은 비자책 패전투수라는 멍에를 쓸 뻔 했다.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4강에 들어 가을 잔치에 초대됐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시리즈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팬들은 이를 비꼬아 '광속 탈락', 또는 '광탈'이라고 부른다. 롯데가 4년 연속 '광탈'을 당한 데는 큰 경기에서 유독 잦아지는 실책에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롯데는 비록 1차전을 이겼지만 실책이라는 변수를 넘지 못한다면 또 다시 덜미를 잡히지 말란 법은 없다. 롯데가 지난 2010년 두산을 상대로 1·2차전 연승하고도 내리 3연패했던 것 역시 3차전의 작은 실책에서 비롯된 대량 실점 때문이었다.

롯데에 희망적인 것은 무더기 실책과 실수로 역전을 당했으면서도 '멘붕(멘탈붕괴)'되지 않고 재역전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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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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