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이라는 폭탄이 터지며 자멸할 것처럼 보였던 롯데가 특유의 불방망이로 두산 마운드에 폭격을 가하며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았다.
롯데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두산과의 1차전에서 8회 박준서의 동점홈런과 연장 10회 대거 3득점에 성공하며 두산을 8-5로 꺾었다. 역대 21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확률은 무려 85.7%(18회). 이로써 1차전 승리를 따낸 롯데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 발 다가섰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에겐 고민만 남게 된 1차전이었다. 이날 롯데는 상대 에이스 니퍼트를 상대로 4회 3점을 뽑아내며 달아났지만 5회말 수비 때 가뜩이나 불안한 수비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자칫 경기를 그르칠 뻔 했다.
시작은 베테랑 2루수 조성환이었다. 조성환은 선두타자 임재철의 평범한 땅볼타구를 놓친데 이어 병살 처리 과정에서도 송구 미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자 선발 송승준마저 흔들렸고, 1루 견제구가 뒤로 빠지는 바람에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앞서 임재철의 출루 후 보크까지 범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멸한 것과 다름없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실책 남발은 불명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한 이닝 3개의 실책을 비롯해 한 경기 4개의 실책은 각각 포스트시즌과 준플레이오프 타이기록이며, 2개의 공식 에러를 기록한 조성환은 89년 태평양 정진호와 2009년 롯데 김주찬과 함께 준PO 통산 최다 실책 동률을 이뤘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롯데의 실책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공식 실책은 물론 기록되지 않은 미스플레이로 인해 번번이 조기탈락의 쓴맛을 봤던 롯데였기에 자연스레 악몽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롯데는 2008년 준PO 3경기에서 실책 2개, 이듬해에는 두산과의 4차전까지 무려 8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한 바 있다. 2010년 준PO에서도 3차전부터 매 경기 실책을 저지르며 2승 후 3연패로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3년간 로이스터식 ‘두려움 없는 야구(No Fear)’가 몸에 밴 선수들에겐 점수를 내주더라도 방망이로 역전을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감은 곧 현실로 형상화 됐다. 시즌 막판 타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집단 슬럼프에 빠졌던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접어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불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특히 득점을 올리진 못했지만 3회 볼넷 3개로 만루 기회를 얻은 것이 니퍼트를 무너뜨린 발판이 됐다. 선두 타자 조성환은 8구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냈고, 문규현과 김주찬도 무리한 타격보다는 볼을 골라내는 방법으로 1루에 걸어 나갔다.
대타 작전도 잘 들어맞았다. 3-5로 뒤지던 8회, 대타 박준서는 상대 불팬의 핵 홍상삼의 2구째 밋밋한 포크볼을 그대로 걷어 올려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문제는 양승호 감독의 깊어진 고민이다. 양 감독은 실책으로 자신감을 잃은 조성환을 교체 아웃시키며 2루수 기용에 대한 숙제를 떠안았다. 보이지 않는 실책도 마찬가지다. 1회 내야 안타로 출루한 김주찬은 니퍼트의 견제구에 걸려 아웃됐고, 5회 이종욱의 2루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볼을 더듬는 실수를 범했다. 연장 10회말 2루수 박준서의 악송구도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었다.
양승호 감독은 2차전 선발로 외국인 투수 유먼을 예고했다. 올 시즌 땅볼과 뜬공이 비율이 0.77로 전형적인 뜬공 투수란 점이 위안이다. 하지만 이후 등판할 사도스키와 고원준, 그리고 불펜의 정대현과 강영식 등이 땅볼투수란 점을 감안하면 롯데의 수비는 여전히 폭탄을 떠안은 불안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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