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전에서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을 선보였던 김진욱 감독은 3차전 들어 적극적인 작전 지시를 펼쳤다.
“올 시즌 백업 선수들로 팀을 꾸려 여기까지 왔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단합과 투지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 멤버로 총력을 다하겠다.”
지난 7일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두산 김진욱 감독이 한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결과적으로 초보감독의 착각이 되고 말았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두산이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2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이로써 2패 후 첫 승을 신고한 두산은 리버스 스윕의 기회를 잡게 됐다.
두산은 앞선 1~2차전에서 김진욱 감독의 안이한 선수운용과 작전 지시로 인해 다 잡았던 승리를 날린 바 있다.
김진욱 감독의 패착은 투수들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었다. 올 시즌 두산 불펜의 핵이었던 홍상삼은 8회 박준서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나서야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김승회 역시 연장 10회 3점을 내주며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모두 김진욱 감독이 투수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결과였다.
2차전에서도 김진욱 감독의 착각이 계속됐다. 투구수 100개에 다다른 선발 노경은은 동점을 허용한 뒤에야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또한 김 감독은 전날 고개 숙인 홍상삼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재차 기용했지만 이번에도 지나치게 길게 끌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홍상삼은 용덕한에게 결승 역전 홈런을 얻어맞은 뒤 믿기지 않다는 듯 하염없이 외야를 바라봤다.
반드시 점수를 뽑아야하는 상황도 수차례 있었지만 강공과 희생번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특히 2차전 9회말에서 번트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타자는 하필이면 4번 윤석민이었다. 어설픈 번트는 무사 1루의 찬스를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꿔 놓았다. 또한 시즌 내내 부진했다며 경험 많은 거포 최준석을 벤치에만 앉혀둔 부분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결국 김진욱 감독은 벼랑 끝에 몰린 뒤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날 3차전에서의 선수기용과 투수 운용은 앞서 경기들과 상이했다. 비로소 포스트시즌 체제로 돌입한 모습이다.
일단 김진욱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상대 흐름을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선발 이용찬은 구위가 뛰어났지만 롯데 타자들이 주 무기인 포크볼만을 노리고 들어오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욱 감독은 이용찬이 5회 들어 김주찬과 조성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자 투구 수의 여유가 있었음에도 곧바로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좌완 사이드암 김창훈은 좌타자 손아섭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했고, 곧이어 마운드에 오른 변진수가 이닝을 마무리 지으며 롯데의 추격의지를 꺾는데 성공했다.
3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도 자신감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김진욱 감독은 승부가 기운 8회, 홍상삼을 등판시켜 0.2이닝만을 던지게 했다. 투구수도 10개에 머물러 4차전에서의 기용도 가능해졌다. 이후 9회에는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마무리 프록터가 공 19개를 던지며 자신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타선에서도 그동안 배제했던 베테랑 최준석을 기용한 것이 대성공을 거뒀다. 경기가 열리기 전 배팅훈련에서 심상치 않은 타격감을 자랑했던 최준석은 1회 롯데 선발 사도스키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최준석과 같은 경험 많은 베테랑이 왜 필요한지 드러난 대목이었다.
2루 수비에서도 2차전 선발로 나섰던 최주환 대신 오재원을 투입시킨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오재원은 3회 멋진 다이빙 캐치에 이은 감각적인 글러브 토스로 박종윤의 잘 맞은 타구를 병살로 처리했다. 지난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떠올리게 할 만한 메이저리그급 수비였다.
탈락 위기에서 벗어난 두산은 이제 2010년 리버스 스윕의 재연할 기회를 마련했다. 김진욱 감독도 그동안 고집해왔던 용병술을 내려놓자 감독 인생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존재감만으로도 상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두목곰’ 김동주의 부재가 시리즈 내내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두산의 가을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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