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렸던 곰이 기지개를 켰다. ‘Again 2010'을 노릴 만한 미러클 두산으로 돌아왔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두산이 11일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와의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2 승리, 대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선발 이용찬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타선이 폭발하며 기사회생했다. 반면, 시리즈 2연승을 내달렸던 롯데는 이날 역시 가을만 되면 유독 안방에서 작아지는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2패 후 첫 승을 신고한 두산은 리버스 스윕의 기회를 잡게 됐다. 두산은 앞선 1~2차전에서 김진욱 감독의 안이한 선수운용 등으로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3차전에서는 선수 기용의 변화와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끈적끈적한 수비도 위기탈출을 도우면서 침체된 팀 분위기가 살아났다.
라인업 수정 승부수 통했다
부상으로 빠진 오재일을 제외하곤 좀처럼 꿈적 않던 라인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김진욱 감독은 최준석 기용과 오재원의 타순 변경이라는 칼을 빼들며 ‘존재의 이유’를 제대로 보여줬다.
정규리그에서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최준석은 선발 출전해 1회말 첫 타석에서 사도스키의 4구를 통타, 사직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비거리 110m)를 터뜨리며 가치를 알렸다. 롯데로 완전히 기울던 시리즈 분위기를 돌려놓는 값진 한 방이었다.
타순 조정도 주효했다. 6번으로 타순을 변경한 오재원도 공수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오재원은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6회말 주자일소 3루타를 작렬하며 쐐기를 박았다. 3회말 1점차로 쫓기던 박빙 상황에서는 그림 같은 호수비로 롯데 추격을 잠재웠다.
라인업 변화를 통해 힘 있는 타선을 완성시킨 게 고무적이다. 특히, 최준석의 홈런은 장타력 빈곤에 허덕이던 두산에 단비와 같았다. 1,2차전 두산이 만든 장타는 고작 2루타 2개에 불과했다.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타선이다. 홈런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진 롯데 투수진의 과감한 정면승부가 가능했던 이유다.
이종욱의 부상으로 갑작스레 교체 출전한 임재철도 수비에서 힘을 보탰다. 3점을 획득한 뒤 곧바로 1회말 만루 위기에서 멋진 홈송구로 이용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두산 필승조, 1명 아니었다
두산은 선발만 무너지면 대책 없었다. 강력한 선발에 비해 중간계투진이 허약했기 때문. 이러한 약점을 롯데는 집중 공략했다. 적극적인 타격본능을 억제하고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며 버텼다. 롯데의 전략은 제대로 통했고 먼저 2승을 따내는 원동력이 됐다. 3차전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변진수 등장으로 롯데 계획은 헝클어졌다. 그로그 상태에 빠졌던 두산 불펜은 변진수라는 새로운 호흡기를 달았다. 2차전에 이어 두 번째 등판이었던 변진수는 신인답지 않게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던졌다.
변진수는 달아오른 롯데 타선을 차갑게 식히며 2⅓이닝 동안 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구원승을 챙겼다. 여기에 좌완 사이드암 김창훈 역시 1차전에 이어 1사 1,3루 위기에 등판해 손아섭을 솎아내며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제몫을 다했다.
전날까지 두산 불펜은 홍상삼이 홀로 책임졌다. 두산 불펜이 책임진 이닝은 6⅔이닝, 그 중에서 홍상삼이 절반인 3⅓이닝을 담당했다. 너무 무거운 짐이었고 결과는 2패로 참담했다. 하지만 이제 파트너가 생겼다. 변진수의 역투가 이보다 더 고마울 수 없는 이유다. 단기전에서 투수진 역할은 절대적이다. 변진수의 발견은 두산에 1승 이상의 큰 의미가 됐다.
김현수
고군분투 김현수, 조력자 생기다
중심타선이 해결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니 득점이 어렵다. 2차전까지 두산 중심타선은 허무하게 물러났다. 테이블세터 이종욱, 오재원이 부지런히 밥상을 차렸지만 걷어차기 일쑤였다. 2차전까지 클린업트리오 기록은 타율 0.320, 2타점, 1득점. 김현수를 제외하면 고작 타율 0.240, 4안타 1득점이다.
김현수가 고군분투 했을 뿐이다. 2게임 동안 김현수는 8타수 4안타(0.500) 맹타를 휘두르며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뒤에서 지탱할 타자가 없었다. 4번 타자 윤석민은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털어내지 못했다. 9타수 2안타(0.222)에 그쳤고 타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1차전 5번 타자로 출장한 오재일은 번트 타구를 수비하다 김강률과 충돌하며 전열에서 이탈했고, 이원석은 2안타를 때렸지만 무게가 떨어진다. 준PO 미디어데이에서의 손아섭이 뱉은 말이 틀리지 않았다. 롯데로서는 오직 김현수만 막으면 만사형통이었다.
하지만 두산의 클린업이 마지막 게임이 될 수도 있었던 3차전에서 위용을 드러냈다. 2차전에서 침묵을 지킨 윤석민의 방망이도 제대로 돌았다. 윤석민은 3차전 2안타, 1득점, 1타점으로 우려를 불식시켰고, 최준석도 홈런 한 방으로 건재를 알렸다. 3차전에서 두산의 클린업은 6안타, 4타점, 3득점, 1홈런을 합작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살아났다. 믿음의 야구를 고집하던 김진욱 감독은 다이나믹한 전술로 변화를 꾀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다시 기적의 2010년 ‘리버스 스윕’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또 그 제물은 2연승의 고공비행을 하던 롯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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