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지긋지긋한 사직 징크스에서 벗어나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상위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가을엔 여전히 꼴데’라는 말도 이젠 틀렸다.
롯데 자이언츠가 마침내 ‘사직 징크스’를 털어내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롯데는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2 프로야구’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3 역전승,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양대 리그로 치러진 1999년 이후 무려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롯데 야구에 가을잔치는 곧 ‘눈물의 역사’였다.
2000년 플레이오프 삼성전 패배를 끝으로 이후 7년 동안은 아예 가을잔치에도 나가지 못하며 암흑기에 빠졌다. 2008년부터 다시 가을무대에 복귀하며 올해까지 5년 연속 PS진출로 구단 신기록을 세웠지만, 정작 단기전에서는 번번이 들러리에 그쳤다.
2008년 준PO에서 삼성에 3전 전패. 2009년 준PO 두산에 1승3패. 2010년 두산에 2승3패로 무너졌다. 정규시즌 역대 최고성적인 2위를 기록한 지난 시즌에도 PO에서 SK에 2승3패로 끝내 분루를 삼켜야 했다.
지긋지긋했던 사직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났다. 롯데의 지난 2008년 이후 포스트시즌 사직구장 성적은 1승9패. 특히, 준플레이오프에선 지난 1992년 삼성과 1차전 이후 20년째 승리를 따내지 못했기에 이날 승리가 더욱 값졌다.
롯데가 두산을 힘겹게 제압하고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3가지 요인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뤘기 때문이다.
우선 어느 때보다 롯데의 면밀한 분석력이 돋보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듯, 롯데는 정규리그에서 나타났던 약점을 최소화 시키고 장점을 극대화했다.
상대 두산은 장단점이 확연한 팀이다. 선발진은 강한 반면 허약한 허리가 약점이었다. ‘양떼불펜’으로 불리는 막강한 불펜진을 보유한 롯데는 이를 공략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적극적인 타격 본능은 결정적인 찬스에서만 발현됐고 시종일관 진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롯데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막강한 두산 선발진은 롯데 타선을 유혹하지 못하고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4경기 동안 두산 선발진은 평균 6이닝을 버텨내지 못했다.
롯데는 벤치의 용병술 싸움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매 경기 적극적인 경기 개입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1차전 박준서의 대타 홈런은 ‘신의 한 수’였고, 2차전 2-1로 앞서던 상황에서는 강압 번트 수비로 병살타를 유도해 상대의 추격 의지를 잠재웠다.
게다가 양승호 감독은 매 경기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위기를 조기에 차단하는 과감한 결단력도 선보였다. 물론 자충수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포인트가 됐던 부분에선 어김없이 양승호 감독의 전략이 녹아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한 맺힌 응어리를 풀어낸 이들도 있다. 박준서, 용덕한, 문규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매 경기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박준서는 주전 2루수 조성환이 부진에 빠지자 그 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4경기에서 1·2루 수비를 겸하는 동시에 1홈런 4안타 2타점 4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만점 활약을 펼쳤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짓는 마지막 주자가 됐다.
강민호가 불의의 부상을 당해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된 용덕한도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누구보다 두산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던 그는 안정감 넘치는 리드로 투수들을 잘 이끌었다. 공격에서도 2차전 극적인 역전 홈런을 날리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하던 문규현은 준플레이오프가 낳은 최고의 스타였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였기에 그의 플레이는 더욱 빛이 났다. 중심 타선이 제 역할을 못해줘도 문규현을 필두로 한 하위 타선의 폭발로 롯데는 안정적인 득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도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내야진을 안정화시켰다.
롯데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롯데는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곰을 물리치고 상승세를 탄 롯데에 주어진 시간은 3일이다. 준비 시간은 충분하다. 롯데가 16일 어떤 모습으로 인천상륙작전에 나설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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