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지션이 3루수인 일본 대표팀의 주포 무라타 슈이치(오른쪽)가 1루 수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자료사진)
야구에서 내야수는 두 종류가 있다.
미들 인필더(Middle Infielder)와 코너 인필더(Corner Infielder)다. 전자는 유격수와 2루수, 후자는 1루수와 3루수. 이처럼 미들과 코너로 내야수를 분류하는 이유는 수비 특성의 차이다.
미들 인필더는 수비 범위가 우선시 되므로 빠른 발과 경쾌한 풋웍을 필요로 한다. 반면, 코너 인필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수비 범위의 상하 보다는 좌우 수비의 요령이 더 중요하다. 번트 수비 시에는 전진이 필요하지만 특정 수비 포메이션에 국한된다. 미들에 비해 코너 수비에서 풋웍이나 범위의 영향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는 슬러거들은 내야수 코너로 수비를 옮기는 경향이 있다. 체중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순발력은 떨어진다. 당연히 풋웍의 경쾌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한 선수도 있다. 'K-로드' 강정호(넥센)같은 미들 인필더 출신 슬러거는 극히 드문 경우다.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장종훈(한화 2군코치)가 평가절상 받았던 이유도 유격수 슬러거였기 때문.
같은 코너 인필더도 1루수와 3루수는 또 다르다. 1루수 수비 요건에 더해 3루수가 갖춰야 할 조건은 송구 능력이다. ‘핫코너’로 불리는 3루에서 1루로 빨랫줄 송구를 뿌릴 수 있는 강견, 그것을 갖춰야 3루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2013 WBC 한국대표팀에 1루수 요원은 넘친다. 류중일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다. 시즌 MVP 박병호가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것도 사실 1루수 포화로 인한 난감한 탈락이었다. 우선 이승엽(삼성)과 이대호(오릭스), 김태균(한화) 3명이다. 대표팀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해야 할 주포들인데 공교롭게도 포지션이 1루수다.
지명타자로 한 선수를 돌린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한 명은 대타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나온 묘안은 선발에 따른 기용이다. 선발이 좌완일 경우에는 좌타자 이승엽을 벤치로 돌리고 이대호를 1루, 김태균을 지명타자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완일 경우엔 1루수로 이승엽, 지명타자로 이대호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 수비는 이승엽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타격능력은 이대호와 김태균이 이승엽에 객관적으로 앞선다. 넘치는 1루수들의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대호의 3루수 전환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대표팀 3루에는 최정(SK)이 버티고 있다. 3루수는 타격도 중요하지만 물샐틈없는 수비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이대호의 3루 전환은 유야무야됐다. 이대호가 3루로 간다면 공격력은 극대화되지만 수비에서는 마이너스다. 최정의 3루와 이대호의 3루는 그물망에 차이가 있다.
한국 대표팀의 주전 1루수 문제는 클린업트리오의 유기적 짜임새, 그리고 타선의 응집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 운용의 묘가 이번 대회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바다 건너 ‘사무라이 재팬’은 한국과는 달리 정반대의 고민에 빠져있다. 3루수가 주 포지션인 거포 무라타 슈이치(요미우리)가 1루 수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 얼핏 보면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서운 노림수가 깔려있다.
현재 2013 WBC 대표팀 후보 명단에는 내야수가 8명 올라있다. 특이한 점은 유격수가 4명이나 된다는 점.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 도리타니 다카시(한신), 이바타 히로카즈(주니치), 마쓰이 가즈오(라쿠텐)다. 최종 엔트리 탈락은 유격수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3루수 요원은 단 둘이다.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와 1루 수비 연습 중인 무라타다. 야마모토 일본 대표팀 감독이 3루수 무라타를 1루 수비 연습을 시키는 이유는 '1루수 좌우 플래툰'이다. 마쓰다는 3루수로 고정해 놓고, 노장 좌타 1루수 이나바 아츠노리(니혼햄)와 무라타를 묶어 좌우 플래툰을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무라타는 좌완투수에 상당히 강한 우타 거포다. 특히, 2009년 WBC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때리는 등 한국에 유독 강했다. 한국이 일본전에 선발로 좌완을 내세울 것을 이미 간파한 수비 훈련으로 볼 수 있다. 무라타의 1루 수비 연습은 한국전을 대비한 야마모토의 지략이다.
많지 않은 3루수를 1루수로 돌리기 위해 고민 중인 일본, 넘치는 1루수 때문에 이대호의 3루수 전환을 고민해야 했던 한국. 양 팀의 고민은 핫코너에서 엇갈리고 있다. 1루와 3루, 핫코너에서 불꽃 튀는 지략 맞대결이 이번 WBC 한일전 운명을 가를 사령탑 '류중일 대 야마모토' 용병술의 백미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