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윤병세' vs '북 박의춘' 누가 발 빠를까?

목용재 기자

입력 2013.07.01 16:00  수정 2013.07.01 16:21

윤병세 장관, 30일 왕이 중국 외교부상과 '북핵 입장' 재확인

30일 오후 브루나이 반다르 세리 베가완 ICC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과 북한 박의춘 외무상이 1일 오전 브루나이 반다르 세리 베가완 엠파이어호텔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는 박의춘 북한 외무상. ⓒ 연합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 외교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ASEAN 관련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ASEAN과 미국·중국·일본 등을 상대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공조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ASEAN 관련 외교장관 회담 가운데 ARF 외교장관 회담에만 참석하는 북한도 회담 개최 전부터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중단하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ARF 외교장관 회담 개최 이틀 전인 30일에 일찌감치 브루나이에 도착해 북한의 ‘지지세력’을 모으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SEAN 관련 외교장관 회담 무대에서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다.

윤 장관은 지난달 30일 ASEAN 관련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브루나이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왕이 중국외교부장과 1시간가량 회담을 갖고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특히 윤 장관과 왕 부장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계획 포기'를 골자로 하는 9.19 공동성명 및 6자회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향후 벌어질 한반도 상황에 대한 한중 간의 의견 교환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이룰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되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및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윤 장관은 이날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교장관과도 회담을 갖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이에 아니파 장관도 “한국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같은 날 오후에 열린 14차 ASEAN+3 외교장관회의에서도 ASEAN+3 회원국들에 “북한이 비핵화 및 남북관계 개선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호응할 수있도록 회원국들이 일관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ARF 외교장관회담 참석차 30일 브루나이에 도착한 박의춘도 1일 숙소인 엠파이어 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발 늦게 양자회담을 벌였다.

박의춘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중단’‘한반도의 핵문제는 남한과 미국의 탓’ 등 기존의 입장을 왕 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북한에 ‘시큰둥’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설득작업을 펼쳤을 것으로 보인다.

박의춘은 중국과의 양자회담에 이어 러시아·브루나이·베트남·몽골 등의 나라와 양자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춘은 2일 예정된 ARF 외교장관 회담보다 이틀이나 빨리 브루나이에 도착한 만큼 ARF 외교장관 회담 직전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줄 국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적극적인 양자회담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의춘은 현재 ARF 외교장관회담 의장성명 초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은 핵문제와 한반도 지역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근원으로 즉시 중단돼야 한다’는 조항을 통과시키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개발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북한에 대한 ASEAN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ARF 외교장관 회담 종료 직후에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관영 RIA 노보스티통신은 1일(현지시간) 김계관이 블리디미드 티토프 외무 제1차관, 이고르 모르쿨로프 차관 등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RF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남북한을 비롯한 6자회담국의 외교수장이 모두 참석하는 ARF 외교장관 회담은 2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일 저녁에는 ARF 외교장관 회담 참가국 외교 수장을 환영하는 만찬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만찬장에서 남과 북을 비롯한 6자회담국의 외교 수장들이 마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의춘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을 포함한 미국 대표단은 같은 엠파이어 호텔을 숙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북미 간의 '물밑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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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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