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부재'로 이라크 추가수주 물거품되나
<칼럼>제2의 중동붐과 국부창출 위해선 반드시 성공해야하는데...
김승연 회장이 구속된 후 한화의 비상경영체제를 꾸리고 있는 김연배 부회장은 요즘 이라크 사업문제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 회장이 진두지휘해서 따낸 80억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따놓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원활히 진행하는 것도 큰 부담이지만, 추가 수주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커다란 숙제다. 2차 발주규모는 100억달러가량으로 1차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한화의 사업수행에 대해 불안해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를 감지하고, 지난 5월 현지를 다녀왔다. 신도시 건설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공사진행 상황도 챙겼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공사수행상의 우려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이와함께 앞으로 있을 2차 수주에 대한 그룹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한화의 이라크 사업은 건설사들이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일궈낸 초대형 사업으로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수주규모도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의 10%나 된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분당 신도시와 규모와 비슷한 부지에 국민주택 10만가구와 도로 및 상하수도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엄청나다. 7년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비스마야프로젝트에는 100여개 국내 중소자재 및 하도급 업체들이 동반진출하면서 연간 55만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지향하는 대-중기 동반성장과 상생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김 회장은 이라크 사업에 올인한 바 있다. 공사발주처 관계자들을 국내로 불러 한화의 시공능력을 확인시켰다. 방한한 이라크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헬기를 타고 한화가 인천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이 정도면 한화도 대규모 신도시 건설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냐?”를 주지시키기 위한 헬기작전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라크 사람들은 김 회장의 열정과 사업수행 의지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마침내 80억달러어치의 공사를 발주했다.
이라크측에선 1차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은 물론 2차사업의 추가 발주를 위해서도 김 회장이 현장에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김 회장은 1차 사업 때 말리크 이라크 총리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
김 회장은 테러등으로 치안이 극도로 부진한 이라크로 날아가 최고위층을 만나 수주담판을 짓는 두둑한 배짱을 보였다. 김 회장이 지금 이라크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100억달러 규모의 2차 대형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한화가 또 하나 주력하는 사업이 태양광사업이다.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집중육성중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내외 태양광사업이 워낙 좋지 않아 일부 경쟁사들은 사업을 접거나, 대폭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고를 외치고 있다. 태양광사업이 최악의 불황으로 허덕이는 가운데서도 공격경영을 하고 있다.
한화는 김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태양광발전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미국 중국 독일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지금은 태양광업계가 세계적인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으로 심각한 터널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조만간 터널을 빠져나와 호황을 누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사업을 축소하는 판국에서 한화는 내년에 극적인 대반전이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황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말 kg당 15달러까지 급락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4월 18달러로 상승한 데 이어 연말까지 20~25달러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세계 공급과잉을 주도했던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 선텍이 파산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도 공급과잉 해소에 청신호를 켜주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내년 이후에 도래할 호황에 무게를 두고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태양광사업은 오너형 사업이다. 초기 적자를 무릅쓰고 5년, 10년, 아니 30년 앞을 내다보고 장기간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김승연회장은 오너특유의 강점을 살려 태양광사업에 베팅을 건 셈이다. 전문경영인이라면 생각도 못할 도전이다. 재임중 적자를 무릅써가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간 큰 전문경영인은 거의 없다.
김연배 부회장은 최근 국내외 태양광사업장을 순회하며 고생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말레이시아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했던 김 부회장은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해야 할 김 회장의 부재로 이 사업의 추진력이 탄력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지금 힘겨운 기간을 보내고 있다. 총수의 부재를 실감하며 비상경영으로 꾸려가고 있다. 오너경영을 하는 그룹 특성상 총수가 장기간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면 미래 먹거리 사업 선정과 투자, 이라크 사업 추가 수주 등에서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한화그룹은 재계 10위그룹이다. 그룹매출은 40조, 계열사도 50개 가량된다. 임직원 5만명에 협력업체만 수천개사다.
김 회장은 성공한 기업인이다. 30여년전 20대 후반에 그룹 총수에 취임했던 당시에 비하면 한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취임 당시 사업은 화약 및 석유화학 등 단촐했다. 지금은 석유화학 등 제조, 금융, 건설. 정보통신, 서비스 및 물류, 신사업 태양광사업등으로 다각화됐다.
김 회장이 선친 김종희 회장의 가업을 성공적으로 수성한 것을 넘어 글로벌 한화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태양광사업과 건설 등의 경우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과 수주등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간의 성과와 발전을 염두에는 오너경영의 장점을 한껏 발휘하면서 눈부시게 성장한 것이다.
김 회장도 외환위기 당시 혹심한 시련을 겪었다. 주요 계열사들이 판매부진에 시달리면서 계열사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부활했다. 2000년대 매물시장에 나온 대한생명을 과감하게 인수하면서 보험업계의 강자로 부상했다. 건설업의 해외진출 등으로 해외사업비중도 커졌다. 글로벌 한화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김 회장은 지금 극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 구속이후 무려 20kg이나 몸무게가 늘었다. 각종 병도 많아 종합병동으로 불린다.
오너경영 특성상 김회장의 비중이 절대적인 한화는 지금 너무나 힘든 고통을 겪고 있다. 최종의사결정권자가 부재중이어서 인수합병, 해외사업수주 등에서 의사결정과정이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영어의 몸이 되면서 2년째 그룹 매출 등 경영전략을 발표도 못한채 표류중이다. 올해 사장단 및 임직원 인사도 지난 5월 뒤늦게 단행했다. 전문경영인체제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사업을 챙기고 있을 뿐이다.
선장이 없다보니 배가 거친 바다로 항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은 1년가량 혹독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재계 랭킹 10위권 총수가 장기간 구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한화의 글로벌 사업이 많은 것을 감안해서 탄력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김 회장의 경우 도주의 가능성이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에게 씌워진 배임죄도 검찰과 변호인간에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안이다.
그가 구속된 사유는 그룹이나 재계로선 충격적이었다. 외환위기이후 부실 자회사를 그룹계열사들이 지원한 것에 대해 배임 행위로 처벌받았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살리지 않았으면, 그룹도 위기에 몰릴 수 있었다. 그룹의 계열사들이 자회사를 살렸기에 자회사가 회생의 길을 걷고, 그룹도 자금위기를 겪지 않았다.
협력업체도 살고, 채권단도 부실채권으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 그룹계열사 주식들을 샀던 소액주주들도 주가가 회복돼 이익을 봤다. 모두가 윈윈했다. 채권단도 성공한 구조조정이라고 칭찬했다. 언론에서 구조조정의 모델케이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뒤늦게 검찰의 별건수사에 걸려 곤욕을 치르고, 재판부에서도 중형을 선고했다. 김회장으로선 청천벽력같은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 등의 경우 김 회장이 직접 나서야 추가 수주가 가능한 상황이다. 사법부마저 경제민주화 영향을 받아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게 사법부 신뢰를 얻는 길일 것이다.
반기업적인 유전중죄(有錢重罪) 포퓰리즘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과거 무전유죄, 유전무죄도 잘못됐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재판부가 총수들에게 대부분 최고형량을 선고하고, 그룹경영이나 투자, 일자리 등을 감안하지 않은채 구속수감부터 관행도 재고할 여지가 크다.
정의의 잣대로 보면 기업인이나 필부필부나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법의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한비자가 강조한 대로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구부려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시대라고 해서 기업인이 역차별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사법부도 고민해야 한다.
기업인들은 기본적으로 국부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중한 집단이다. 정치인이나 법조인들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최근 법원 판결을 보면 피고인의 범죄사안에 대해 정해진 형량 중 최고형량을 선고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총수는 무조건 3년이상 실형과 구속수감이 관행화하고 있다.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감형될 지라도 일단 최고형을 때려보자는 것은 언뜻 사법부 면피주의로 비칠 수 있다. 배임 및 횡령 혐의로 3년의 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SK 최태원회장도 현재 2심이 진행중이지만, 사법부의 중형주의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한화가 진행중인 이라크건설 추가 수주는 제2의 중동붐과 국부창출을 위해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한화가 미래성장사업으로 집중투자중인 태양광사업도 중국 독일 등 경쟁국과의 치열한 치킨게임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태양광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오너의 비중이 절대적인 한화에서 이들 사업은 김회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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