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메시’ 한국, 결연한 북한과 무거운 첫판
여자축구, 강호 북한과 동아시안컵 첫 경기
역대전적 절대열세..북한 "승리 확신"
8년 만에 동아시안컵 정상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첫 상대는 ‘강호’ 북한이다.
여자대표팀은 21일 오후 6시 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북한과 ‘2013 동아시아연맹(EAFF) 동아시안컵’ 첫 경기를 치른다. 동아시안컵 대회 여자부 원년(2005년) 정상에 등극했던 한국은 그동안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했다.
사실 한국 여자축구의 전성기는 지난 2010년. 8월 FIFA U-20 여자축구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9월엔 U-17 월드컵에서 강호들을 연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소연(22·고베 아이낙)과 여민지(20·울산과학대)라는 스타도 탄생했다.
이후 침체기에 빠졌다. 2011 독일 여자월드컵 진출에 실패했고,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재정비한 대표팀은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기점으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의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있지만 홈에서 열리는 만큼, 최상의 전력과 경기력으로 기필코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히는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그래도 버거운 상대들과의 대결은 부담스럽다.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은 FIFA 랭킹에서 3위로 출전국 중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동아시안컵 여자부 첫 경기에서도 이미 중국을 2-0 완파했다. 북한 역시 9위로 한국(16위)보다 높다. 중국이 17위로 한 단계 낮지만 과거 여자축구의 세계적인 강호였다.
윤덕여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 중국, 북한 모두 상당히 높다. 궁극적인 목표는 2015 캐나다월드컵이다. 그 과정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첫 경기)북한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 북한전은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전 선봉에는 ‘지메시’ 지소연이 선다. 고베서 3시즌 째 활약하는 지소연은 2010년 피스퀸컵 이후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 플레이메이커인 지소연은 빼어난 경기운영능력은 물론 빠른 드리블 돌파와 슈팅이 돋보인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A매치에 데뷔, 7년 동안 각 연령별 대표팀을 오갔다.
2011 FIFA 여자 U-20 월드컵에서 실버볼과 실버슈(8골)를 휩쓸었던 지소연은 올 시즌 전반기에 벌써 6골(9도움)을 터뜨렸다. 최근 유럽 클럽의 이적 제의를 받을 정도의 물 오른 기량을 동아시안컵에서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소연과 함께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차연희(27·고양대교), 유영아(25·부산상무), 전가을(25·현대제철)이 공격에 포진할 전망이다. 미드필드에는 김나래(23·수원FMC), 권하늘(25·부산상무) 등 A매치 경험이 풍부하면서 최근 WK리그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 수비수이자 주장 심서연(24·고양대교)도 북한전에 나서는 각오가 남다르다.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심서연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연장 후반에 내 실수로 골을 내줘 진 기억이 있다. 2011년 올림픽 예선 때 또 붙었는데 그 때도 내 실수로 골을 내줬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북한과의 7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역대 전적에서도 1승1무11패로 절대적 열세다. 체력과 기동력,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축구를 구사하는 북한은 세계랭킹 9위로 아시아에서는 최정상 일본에 이어 2위다. 8년 만에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은 2008년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우승, 동아시안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과거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약하던 주축들이 가세해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2006년 러시아서 열린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한때 FIFA 랭킹 5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1년 FIFA 여자월드컵에서 일부 선수들이 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출전이 정지됐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동아시안컵에 참가한 김광웅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기술)감독은 강한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 정도면 높은 수준”이라고 자평하면서 “나라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각오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라운드에서 보면 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남자부 경기에서 첫 A매치를 경험하는 선수를 3명이나 내보내면서도 압도하는 내용을 보였지만 골은 터뜨리지 못하고 호주와 0-0으로 비겼다. 남자부에서 한국과 호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4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풀리그 방식으로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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