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오락가락'에 휘둘리는 민주당
지도부와 국조 특위위원간 의견조율 안돼 혼선
기관보고 공개 놓고도 실리도 잃고 명분 놓치고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당 측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리더십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야당 특위위원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당 지도부와 조율하는 간사로서의 기본적 업무를 깔끔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 때문에 여당 측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협상에 나서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당 안팎으로는 민주당이 무조건 국조를 열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조를 지지부진하게 만들려는 새누리당의 요구에 정 의원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다수는 정 의원의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관계자는 “협상 능력이 떨어져 매번 권 의원에게 당한다는 당내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우선 정 의원은 협상의 첫 단추인 특위위원들과 당 지도부 간 의견 수렴에 있어서부터 뒤뚱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최근 정 의원은 국조의 핵심 사안인 증인채택 문제와 관련, ‘원·판’(원세훈 전 국정원장·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원·판·김·세’(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권영세 주중대사)를 두고 특위위원들과 당 지도부 간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한 차례 태풍이 일기도 했다. 지도부를 포함한 온건파는 국조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변하면서 새누리당으로부터 국조 연장 등의 카드를 받는 대신 새누리당이 ‘김·세’ 증인채택 불가를 고수하는 만큼 이에 대해 ‘추후 논의’로 한 발짝 물러서자고 했으나 특위위원 등 강경파는 ‘무조건 채택’을 외쳤다.
지도부와 특위위원들 간 갈등 상황에서 간사인 정 의원은 가교 역할을 해야 했지만, 이때 정 의원은 ‘무조건 특위위원’을 택했다. 그는 “‘김·세’ 없는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온건파의 안대로 당론을 정한다면 간사직을 사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1일에도 지도부와 상의 없이 “‘김·세’가 없다면 간사를 사퇴할 것”이라고 언론에 말한 바 있다.
결국 지도부가 “‘원·판’ 출석 담보 및 ‘김·세’ 증인채택 노력을 더 한다”면서 김 전 청장, 권 대사와 국정원 사건에 있어 연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증인채택에까지 힘쓰겠다고 하자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후 새누리당과 협상에 나서기 전 최종결정을 하기로 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러한 ‘강경파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야당 특위 수장의 '카리스마'는 어디로?
그는 5일 오전에도 같은 일을 반복했었다. 이날 오전 10시 여야 합의로 국정원 기관보고가 시작됐으나 그는 급작스럽게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와 “지상파 방송 3사(SBS·KBS·MBC)가 국조 중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국조를 거부했다. 지도부와는 상의가 없었고, 특위위원들의 항의만이 있었다. 민주당은 이때 ‘방송사 편성권 침해’라는 오명도 안았다.
앞서 일명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위원 제척’ 문제를 두고도 정 의원은 특위와 지도부를 원활하게 잇지 못했다. 당시 김관영 당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국조 정상화를 위해 두 의원의 제척이 기정사실화되는 브리핑을 했으나 곧바로 정 의원은 강경파의 대표주자이자 특위위원인 신경민 최고위원과 함께 이를 극구 부인하는 입장을 내놨다. 지도부의 체면은 구겨졌다.
정 의원이 이 같이 무조건적으로 특위위원들을 대표하고 있지만, 카리스마 있게 위원들을 휘어잡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신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1차 여야 간사 합의에서 잘못된 합의가 있었다”면서 합의의 주체이자 수장인 정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국조는 원칙적으로 공개인데 공개·비공개 여부를 추후 협의한다고 한 게 잘못된 것”이라며 “악마의 합의”라고 지적했다. ‘팀킬’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즉각 반응했다. 다만 신 최고위원이 아닌 자신과 절차대로 협상을 마친 새누리당을 향해서다.
그는 1일 CBS라디오에 출연, ‘원·판’의 ‘무조건 동행명령장 발부’ 등의 주장을 새누리당 측에서 ‘초법적’이라며 난색을 표하자 갑자기 “그렇게 국회법을 준수하려면 국정원 기관보고부터 ‘완전공개’로 하자”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신 최고위원의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 합의 질타에 정 의원이 이미 협상이 끝난 ‘공개 카드’를 들고 나온 모습이 돼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의견 조율 실패가 고스란히 실전의 패배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다.
김·진 의원의 제척으로 결론이 난 ‘특위위원 제척 문제’는 당내 갈등 조율만 잘했더라도 민주당이 국조 정상화를 위해 김·진 의원을 물러나게 하는 ‘대승적 수용’의 모습을 취할 수 있었으나 결론적으로는 집안싸움을 하다가 새누리당의 수에 끌려간 것으로 보이게 됐다.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 문제 또한 당내에서는 강경파의 ‘전체 공개’와 온건파의 국조 정상화를 위한 ‘일부 공개’라는 의견이 상존했으나 정 의원은 전자로만 새누리당에 맞섰다. 이후 기관보고는 일부 공개가 되기는 했지만, 전제는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비공개’가 되면서 민주당은 체면도 실리도 잃은 셈이 됐다.
증인채택 문제도 마찬가지다. 협상 주체인 정 의원이 주도적으로 당내 의견 청취 및 새누리당과의 협상 상황 등을 고려해 ‘원·판’인지 ‘원·판·김·세’인지를 명확하게 정했어야 하는데 강경파에 치여 나오게 된 “‘원·판’ 출석 담보 및 ‘김·세’ 증인채택 노력”이라는 애매모호한 당론으로 새누리당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권 의원과 향후 국조 일정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세’ 증인채택 문제는 평행선”이라며 “양당 각각의 주장을 담아 ‘계속 협상한다’는 정도로 합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김·세’ 증인채택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인데 이렇게 되면 그동안 ‘김·세 불가’를 고수해왔던 새누리당이 협상서 승리한 모습이 된다.
아울러 지상파 3사가 국정원 기관보고를 중계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와 관련, 정 의원은 방송사와 현 정권과의 결탁부터 시작해 당일 전면적 국조 파행을 할 것처럼 나섰으나 이후에는 권 의원과 브리핑을 갖고 지상파 3사를 향해 중계 요청을 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지었다. ‘방송사 편성권 침해’라는 벽에 부딪친 게 주요 이유로 꼽혔다.
특히 이 또한 새누리당이 주도적으로 일을 마무리했다는 느낌이 컸다. 권 의원은 정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 국조장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를 하자 “방송 3사의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민주당에선 아쉬울 수 있지만, 그 부분 때문에 국조를 안 한다고 하면 오히려 국회가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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