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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불편한 여행에 지갑을 여는가


입력 2013.08.18 10:27 수정 2013.08.18 10:31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불편함의 매력은 허위 문화에서 진실 드려내고픈 욕망

‘불편’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도 있다. 깨어있는 이들이라고 자임하는 사람들은 애써 오지를 찾고 고산 지대에서 아슬아슬한 여행을 한다. 험한 산악지역을 종주한다. 사막을 횡단하기도 하고 얼음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편하고, 안전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이런 불편한 여행은 이러한 통념과 배치되는 행동을 한다. 또한 사람들은 이머시브 럭셔리(Immersive Luxury) 관점에서 최첨단 기술과 고급스런 스타일이 결합된 고가의 여행상품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불편하고 때로는 위험한 행동들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불편한 상황 속에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 자체에 대한 대면이다. 또한 다른 하나는 인간의 의지적인 차원에서 불편한 여행을 감수하는 경향도 분명 존재한다. 조닝 아웃(Zoning Out)관점에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개념은 일정한 공간에서 벗어나 외딴 곳에서 연락할수 없는 지경인데도 비용을 아끼지 않고 지불 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율적인 주체이고자 한다. 스스로 걷고 행동하고 무엇인가 자신의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 그것에서 강력한 즐거움을 느낀다. 남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있기 보다는 스스로 운전을 하거나 자신이 스스로 움직여 이동하기를 바란다. 자전거는 자신의 근육을 사용해야 하므로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자신의 근육을 통해 자전거라는 기계를 움직이고 자신조차도 더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성취감을 준다.

한남대 최규영 씨가 지난해 11월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힘차게 뛰고 있다. 극지마라톤대회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중국 고비 사막·이집트 사하라 사막·남극 등 네 곳의 주어진 코스를 걷거나 달리는 경기다.ⓒ연합뉴스

스스로 걸어서 이동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지만 자신의 주체성과 자율성의 실현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 속에서 자신과 대면할수 있다. 그 자신은 바로 문명과를 별개로 생물학적인 존재로 자연과 대면하지만 그 자연속에서 감성적으로 감응하려는 존재가 된다. 자연에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것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가리는 기능을 할 뿐이다.

대개의 여행은 편하게 구성되어 있다. 편안한 숙소에 맛있는 음식 그리고 방문하는 여행지도 아름답고 안전하다. 하지만 이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돈을 지불하고도 그 여행이 진정한 여행일 수는 없다. 그것은 현지의 일부분만 보는 것이고 무엇보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혹은 준비해 놓은 측면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 틀을 벗어나면 스스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이나 깨달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불편한 여행은 또한 다른 이들이 보통 가지 않는 지역이나 공간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차별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부합한다. 언제나 새로운 곳, 차별적인 공간에 도전하는 일은 낯설고 힘든 과정을 수반한다. 이는 도전과제가 주어지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겪어내면 도전과제는 해결되고 큰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게 된다.

공정 여행 차원에서 불편한 여행을 감수하는 이들도 있다. 잘 꾸며진 여행 공간에서 나는 수익은 많지만 그것이 지역에 순환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비정규직이거나 일용직으로 착취를 당하고 지역주민에게 분배되기 보다는 유럽 등의 대형 자본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여행 기업이나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바로 불편한 여행을 감수한다.

민박집을 이용하고, 지역의 가게를 활용하여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음식과 잠자리, 이동 과정이 편하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 다른 깨달음과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불편한 여행자들은 믿는다. 예컨대, 지역주민들의 일상 삶을 더 잘 볼 수 있고, 그들과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존의 여행 프로그램이나 관광지에서 겪을 수없는 체험을 하게 된다.

지역주민들의 숙박시설과 상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와 지역주민들에게 돈이 순환된다. 불편함을 감수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거꾸로 편함을 추구하면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에서 멀어질 수 있다. 생존적인 차원의 여행지 종사자들과 더 큰 부를 축적하기 위한 여행업자들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편함은 본질을 위장한다. 불편함은 본질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그 본질을 찾아 불편함을 감수한다. 하지만 그 감수하는 과정은 고통이 따르고 위험이 동반된다. 어디 여행뿐이겠는가. 어떤 것이든 편함은 본질을 위장하고 그 위장을 통해서 무엇인가 앗아간다. 그 앗아감 속에서 우리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무엇인가를 잃어간다.

누군가 잃어간다면 누군가는 그것을 획득하는 이들이 있다. 그 불편한 진실을 편함이라는 상품화의 연출미학이 만들어내는 구조일수록 파국은 가까워 오며, 불편한 노정을 시작하는 이들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불편한 노정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허위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곳일 게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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