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좌불안석 일본, 쪽박 찬 '박지성·김연아 프로젝트'


입력 2013.09.02 09:30 수정 2013.09.02 09:3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해외파 중심’ 가가와·혼다, 성장 멈춘 채 방황

아사다, 갈수록 벌어지는 기량 차에 좌절 반복

가가와 신지(왼쪽)와 아사다 마오. ⓒ 유튜브 영상캡처 /연합뉴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다.”

일본 축구계의 ‘박지성 대항마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또 김연아 타도를 외쳤던 일본 피겨계도 좌불안석이다.

먼저 축구를 살펴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가가와 신지(24)와 CSKA모스크바의 혼다 케이스케(26)는 일본 축구계가 야심차게 내놓은 박지성 대항마다.

혼다의 경우, 박지성처럼 네덜란드에서 유럽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유럽행은 일본 프로축구의 도움 덕분이다. 혼다를 키워준 나고야 구단은 “유럽에서 이적 제안이 오면 혼다를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따라 혼다는 2008년 1월 나고야에서 네덜란드 VVV 펜로(이하 펜로)로 전격 이적한다.

그러나 혼다는 끝내 박지성 대항마로 성장하지 못했다. 2010년 1월 CSKA모스크바의 ‘꼬임’에 넘어간 게 화근이다.

2008-09시즌 네덜란드 2부 리그에서 16골 13도움을 기록, 펜로의 우승과 함께 1부 승격을 견인한 혼다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이를 눈여겨 본 네덜란드 명문 PSV에인트호벤이 혼다 영입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펜로가 혼다를 놓아주지 않았다. 혼다 몸값으로 1,000만 유로(한화 약 150억 원)라는 ‘거품 이적료’를 책정한 것. 에인트호벤이 한발 물러서자, 러시아 모스크바가 혼다를 가로챘다. 모스크바는 펜로에 900만 유로를 건네준 뒤, 혼다에겐 “아시아 최고 스타로 키워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혼다의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모스크바에서 꾸준히 활약했음에도 더 큰 무대로의 꿈은 사실상 접어야 했던 것. 아시아 시장 개척을 꿈꾸던 AC밀란, 리버풀, 인테르 등이 혼다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모스크바가 거절했다. 투자한 금액의 3배 이상 회수하려는 모스크바의 욕심이 혼다 발목을 잡았다.

설상가상 모스크바의 인조 잔디 홈구장에서 뛰다 보니 무릎 관절에 무리가 왔고, 최근엔 라식 수술 후유증까지 겹쳐 예전만큼의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열린 감옥’ 모스크바에 갇힌 혼다는 지금 자포자기 상태다.

가가와 신지도 혼다만큼 딱한 처지다. 박지성의 발자취를 쫓아 맨유 입성엔 성공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맨유 시절의 박지성 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가가와를 영입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마저 은퇴했다.

유니폼 판매과장 오명과 함께 2년차 징크스가 뚜렷한 올 시즌은 축구인생의 최대 위기다. 특히 맨유 신임 모예스 감독은 가가와를 웨인 루니의 ‘자극제’로 활용했다. 웨인 루니 자극제란모예스 감독이 ‘초식동물’ 가가와를 이용해 방황하는 ‘맹수’ 루니를 다잡는 전략이다.

실제로 모예스 감독은 최근 이적설로 들뜬 루니의 자존심을 긁기 위해 가가와를 끌어들였다. 지난달 영국 일간지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루니는 이제부터 부동의 선발이 아니다. 내 관점에서 평가하면 판 페르시 백업요원”이라며 “판 페르시 짝으로 가가와(섀도 공격수)가 중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모예스 감독은 작전을 바꿨다. 반 페르시 짝꿍으로 가가와 대신 루니를 낙점한 것. 모예스 감독의 가가와 선발 발언이 루니 분발을 유도한 ‘채찍과 당근’ 전략임이 드러났다.

한편, 종목은 다르지만 “피겨 퀸 김연아 타도”를 외친 일본 피겨계도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김연아 대항마라 자부하던 아사다 마오는 오히려 김연아를 빛낼 ‘들러리’로 전락했다. 일본 피겨연맹이 아사다를 무리하게 밀어줬지만 모두 제 풀에 지친 형국이다.

아사다는 2011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 추월은커녕, 미혼모 피겨스타 안도 미키에게도 밀려 동네북 신세가 됐다. 아사다 팬들조차 “김연아를 목표로 삼기엔 실력 차가 현격하다. 김연아는 너무 멀리 달아났다. 아사다는 안도 미키나 확실히 제압하라”고 투덜댈 정도다.

아사다의 문제점은 ‘김연아 트라우마’다. 압도적인 김연아를 넘기 위해 옹고집을 부렸다. ‘편법 꽈배기 악셀’ 오명을 듣는 트리플 악셀이 대표적 예다. 지난달 공개한 2013-14시즌 쇼트프로그램 ‘녹턴’에서도 트리플 악셀 집착은 여전했다. 자신 있게 시도했지만 1바퀴 반만을 돌았을 뿐이다.

현재로선 가가와나 아사다 모두 박지성과 김연아 명성을 추월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박지성은 유럽의 고향 에인트호번으로 돌아가 현역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김연아 또한 강렬한 성인무대 데뷔곡 ‘탱고’를 다시 꺼내 집대성 피날레를 준비 중이다.

반면, 가가와는 여전히 맨유 브랜드를 벗기 싫은 듯, ‘유럽의 고향’ 도르트문트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눌러 앉았다. 현상 유지는커녕 퇴보가 우려되는 이유다. 아사다도 마찬가지다. “천하무적 김연아를 이기기 위해선 트리플 악셀을 3번 뛰어야 한다”는 자체 평가가 문제다. 여전히 착오가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닭 쫓던 개는 지붕 쳐다보며 입맛만 다실뿐이다. 닭이 승천하자 개는 허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아사다와 가가와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충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