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태 핏빛투혼’ 무기력증 KIA 보고 있나
5회 투구 도중 손가락 찢어지는 부상 입어
응급 조치 후 계속 마운드 지키는 투혼 발휘
비록 1경기 호투에 불과하지만 박경태(26·KIA)가 핏빛 투혼으로 타이거즈 선수단에 충격파를 가했다.
박경태는 11일 군산구장서 열린 ‘2013 프로야구’ SK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2이닝 4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크게 활약했다. 팀 타선이 침묵하는 바람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이날 박경태는 최고의 선수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문제의 장면은 5회 1사 후에 나왔다. 첫 타자 정근우를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한 박경태는 조동화와 상대하다 갑자기 더그아웃에 신호를 보냈고, 김정수 투수 코치가 급히 마운드에 올랐다. 엄지손가락이 찢어진 것이다.
그동안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박경태는 마운드에서 많은 공을 던질 기회가 없었다.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4월 두산전에서도 2이닝 3실점으로 부진한 바람에 55개만을 던진 것이 올 시즌 최다 투구였다. 즉, 너무 무리하다 손가락이 탈 난 셈이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동열 감독도 신동수 코치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박경태는 의료진으로부터 간단한 지혈 조치만 받은 뒤 곧 마운드에서 내려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박경태의 의지였다. 손가락이 찢어져 혈흔이 공이 묻어나는 아픔에도 박경태가 첫 번째로 던진 공은 부상을 야기한 슬라이더였다. 그렇게 박경태는 조동화와 최정을 처리한 뒤 이닝을 마쳤다.
박경태의 투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결국, 박경태는 부상 이후 29개의 공을 더 던졌고 아웃카운트는 10개나 잡아냈다. 박경태 호투에 힘입어 KIA는 9회말 신종길의 끝내기 안타로 소중한 1승을 챙길 수 있었다.
올 시즌 KIA는 후반기 이후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후반기 10승 28패라는 최하위 성적표로 팀 순위도 어느새 8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고질적 약점인 불펜은 제대로 가동된 적 없고, 기대를 모았던 주축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급기야 최근에는 투타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지며 연패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전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였던 커트 실링은 지난 2004년 발목 인대 수술을 받은 상태로 양키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 나서 팀의 대역전극을 이끈 바 있다. 실링의 투혼에 자극받은 선수들은 믿을 수 없는 힘을 내기 시작했고, 그해 월드시리즈까지 거머쥐며 지긋지긋하던 ‘밤비노 저주’를 떨쳐냈다.
박경태의 핏빛 투혼도 드라마를 써내려가기 충분하다. 박경태의 혼신의 힘을 다한 투구는 침울해진 KIA 더그아웃에 환기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 시즌은 실패한 한해로 마무리하고 있지만 자극받은 KIA가 남은 시즌 어떤 야구를 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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