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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 "북 포탄 걱정? 꽃게 안잡혀 걱정"


입력 2013.11.23 10:25 수정 2013.11.23 10:31        이충재 기자

<북 도발 3주기 연평도는 지금>"평화와 안정 되찾아"

눈물 마른 자리 안보의식 싹 틔워 "이석기? 한심하다"

2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당섬부두에서 주민들이 그물에 걸린 꽃게를 수확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젠 평화의 마을이죠. 3년 전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예요.”

연평도가 속한 옹진군 연평면 남부리 신중근 이장은 ‘연평도 포격 도발 3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3년 전 이곳엔 북한의 포격으로 수백여발의 포탄이 떨어졌고, 민가와 상가 등 수십여 채의 건물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6.25전쟁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이 행해진 유례없는 도발이었다.

삶의 터전을 뒤로 하고 피란길에 올랐던 연평도 주민들은 3년 전 포격의 울림을 잊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당시엔 연평도 전체 인구의 약 10%가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현재 인구는 오히려 포격도발 전보다 늘었다.

연평면 관계자는 “떠났던 주민들이 완전히 돌아왔고, 군부대 인원 증강으로 군인 가족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섬이 안정을 찾으면서 연평도로 새로 이주하는 가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주민들의 장기가 체류가 가능한 대피시설 7곳을 확충했다. 포격 피해를 본 주택 19채, 상가 3채, 창고 10채 등 32채의 건물도 복구됐다. 인천 지역 찜질방과 임시주택을 전전했던 주민들은 새 보금자리를 얻었고, 불안감도 떨쳐냈다.

최성일 주민자치위원장은 “이젠 많이 안정됐다. 정부에서 5도서 특별법을 지정하고 각종 지원을 해줬다”고 말했다. 새마을리 박정원 이장도 “이 지역이 완전히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면 된다”며 “3년 전 사태 직후에는 불안해서 잠을 잘 못자는 어르신들도 계셨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다”고 말했다.

전쟁 불안감에 언제든 섬을 떠나기 위해 싸놓았던 짐 보따리는 이미 풀어놓은 지 오래다. 주민들은 “그만큼 우리 군을 믿고, 그 전처럼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겐 연평도가 여전히 지켜야할 생업 터전이었다.

"북한관련 뉴스에 화가 나도 놀라진 않아…'이석기 사태' 한심하다"

3년 전 눈물이 마른자리엔 ‘안보의식’이 싹텄다. 주민들에게 ‘1면 소식’은 여전히 북한 관련 뉴스였다.

“북한 관련 소식에는 늘 그렇듯이 귀 기울여지지요. 북한이 뭐 도발을 준비한다며 협박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놀라진 않아요.”

어업을 하는 연평도 주민 김 모씨는 “그때 일을 떠올리는 사람은 이젠 없는 것 같다”며 “그래도 북한 뉴스라고 하면 보게 되고, 이를 두고 같이 이야기도 나눈다”고 말했다.

이날도 북한이 ‘불바다’ 표현까지 써가며 위협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김 씨는 “군인들이 잘 해주니까 믿고, 우리는 할 일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다”고 했다.

특히 이슈로 떠오른 ‘이석기 사태’에 대해선 “참 한심하다”고 했다. 북한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상 안보의식이 남다른 이곳 주민들이 이석기 사태를 바라보는 눈빛엔 서릿발이 섰다. “내쫓아버리지 뭐 하는거냐”고 목소리를 높인 주민도 있었다.

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해병대가 해상 사격훈련을 할 때마다 대피훈련을 갖는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 없다”고 한다.

2010년 11월23일 오후 북한의 포격으로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도가 검은 연기에 휩싸여 있다.ⓒ데일리안(자료사진)

포격현장이 안보교육장으로 재탄생…"정부지원은 소원해져"

아울러 연평도는 안보관광지로 재조명 받고 있다. 북한의 포격도발로 폐허가 된 현장은 지난해 국민 안보교육장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안보교육장은 43억원의 사업비로 연평도 포격도발 피폭현장(1282㎡)에 피폭건물 보존구역과 교육관으로 나눠 조성됐다. 피폭건물 보존구역에는 안전 구조물을 보강한 뒤 완파된 주택 3채와 주민 생활용품 등 500여점을 원형에 가깝게 보존했다.

옹진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모두 1만3235명이 안보교육장을 방문했다.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평화안보 둘레길, 안보수련원 등 새로운 안보관광지도 속속 조성될 예정이다. 이는 어업에 의존하던 주민들의 생활 패턴도 자연스럽게 바꿔놓았다.

다만, 최성일 위원장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당시에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는데, 지금은 다소 관심이 떨어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시가 내년도 서해 5도 발전계획 사업 예산으로 국비 413억원을 신청했지만 절반 수준인 243억원이 반영됐고, ‘반토막 예산’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걱정되는 건 북한이 아니라 꽃게가 안 잡혀서 걱정이지"

지역주민들에게 ‘제일 걱정되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북한의 도발’이라는 답변은 없었다.

소연평리 이성봉 이장은 “3년 전 사태를 겪은 이후 정부차원의 대책이 잘 마련되어서 현재는 아무 이상이 없고, 주민들도 이젠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보면 (북한의 도발에) 무감각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우리가 불안에 떠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일부 언론에서는 그렇게 보도되기도 하는데, 우리는 3년 전 사건을 잊고 평화롭게 지낸다”고 했다. “마치 우리가 전쟁 걱정하며 사는 것처럼 이상하게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는 주민도 있었다.

실제 지역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중국의 불법조업 등으로 인한 ‘꽃게 어획량이 감소’였다. 숫자가 줄긴 했어도 여전히 연평도엔 꽃게잡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이성봉 이장은 “과거엔 연평도가 전통적인 꽃게 어장이었는데, 요즘은 통 잡히질 않는다”며 “이곳에서 잡히는 주종이 꽃게인데, 다른 어종도 없고...”라며 혀를 끌끌 찼다.

가장 필요한 지원으론 교통문제를 꼽았다. “배편이 부족해 오가는데 불편이 많다”고 한다. 신중근 이장은 “연평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교통”이라고 했다. 옹진군에선 유일하게 다리가 놓인 영흥도를 제외한 다른 섬으로 이동하려면 하루 1~2차례 운항하는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스파이크 미사일 실전배치 '업그레이드된 화력'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주민들이 얻은 교훈은 북한과 대치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안에 떨기만 해선 안 된다’는 의지와 오기도 생겼다. 주민들의 업그레이드된 인식만큼 연평도를 지키는 우리 군의 화력도 더욱 강해졌다.

우리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지난 2011년 6월 서해의 5개 도서를 방어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직할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를 창설하고 1200여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특히 군은 갱도에 숨은 북한의 해안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을 지난 5월 백령도와 연평도 등에 실전 배치했다. 스파이크 미사일은 사거리가 25㎞에 이른다.

또 3년 전 포격전 당시 유일한 대응수단이던 K-9 자주포(사거리 40㎞) 수를 2~3배가량 늘였고, 다연장로켓 ‘구룡’, 신형 대포병레이더 ‘아서’, K-10 탄약운반차량 등도 배치시켰다.

합동참모본부는 연평도 포격도발 3주년을 맞아 22일 서북도서 등에 대한 적 도발 상황을 상정한 국지도발 대비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합참 주관으로 육군 3군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참가하여 적의 포격도발 상황을 상정해 지상·해상·공중에서 입체적으로 진행됐다.

스파이크 미사일의 첫 해상사격도 성공했다. 해병대사령부는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한 스파이크 미사일을 지난달 처음으로 해상사격을 했다”면서 “백령도 서남방으로 20㎞ 떨어진 해상의 표적을 정확하게 명중했다”고 밝혔다.

한편 23일엔 연평평화추모공원에서 연평도 포격 3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추모행사에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송영길 인천시장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참석한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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