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아사다, 소치 금빛 'PCS'가 비춘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3.12.14 10:21  수정 2014.03.05 10:07

구성점수, 표현력과 예술성 따지는 주관적 의견 반영

올 시즌 점수 비교했을 때 그 지점에서 희비 갈릴 가능성 높아

2연패에 도전하는 ‘피겨퀸’ 김연아와 생애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아사다 마오(일본)의 ‘올림픽 리턴 매치’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주니어 시절부터 이어온 둘의 기나긴 승부가 대단원의 막을 내릴 시점이기도 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아사다가 다시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은 사실상 예정에 없던 진검승부. 당초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명예롭게 올림픽 무대와 작별을 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둘은 다시 한 번 올림픽 무대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그리고 두 번째 동계올림픽 맞대결은 세계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한 세대를 접는 의미도 지닌다.

이달 초 김연아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서 열린 ‘골든 스핀’ 대회에서, 그리고 같은 기간 아사다는 그랑프리 파이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맞대결을 펼쳤다. 함께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면면이나 심판진 등 대회 진행과 관련해 두 대회가 성격이나 수준이 상이했지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에 따라 채점이 이뤄진 만큼, 김연아와 아사다의 점수를 통해 둘의 현재 상황을 비교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김연아 ‘근소한 판정승’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한 차례 점프 실수에도 73.37점이라는 시즌 최고점을 받은 데 이어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첫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가 있었지만 이후 연기를 깔끔하게 소화하며 131.12점으로 합계 204.49점이라는 고득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204.02점(쇼트 프로그램 72.36점, 프리 스케이팅 131.66점)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보다 총점에서 0.47점 높은 점수다.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아사다에 앞섰고,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다소 뒤진 점수다. 김연아의 시즌 첫 공식 점수로 기록된 골든스핀 대회의 점수는 아사다의 올 시즌 공식 점수 가운데 최고점인 207.59점(쇼트 프로그램 71.46점, 프리 스케이팅 136.33점)보다는 3점 이상 뒤진 점수.

서로 다른 3개 대회의 점수를 놓고 비교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누가 우세하다고는 평가할 수 없지만 점수만을 놓고 보면 일단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김연아,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아사다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둘의 연기 내용이나 전문가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역시 김연아가 아사다에 비해서는 한두 발 더 앞서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교과서로 불릴 정도의 훌륭한 점프의 질이나 탁월한 표현력 등 김연아는 전체적인 연기의 질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반면 아사다의 연기는 주특기로 내세우고 있는 트리플 악셀이라는 점프에 집중되는 관심이 지나치게 높고, 최근 아사다가 펼친 연기에서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성공시키지 못한 채 회전수 부족이나 두발 착지 등의 문제로 감점을 받다 보니 아사다의 연기 전반이 불안정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김연아의 시즌 첫 점수가 같은 시기 아사다의 그랑프리 파이널 점수보다 높지만 아사다의 시즌 최고점보다 낮다는 사실은 아사다에 대한 심판들의 채점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아사다가 연이은 트리플 악셀에서의 실수와 감점으로 기술점수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도 프로그램 구성점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점수를 받아 순위를 끌어 올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사다의 실력에 대해 평가절하 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김연아에게도 이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있다. 주로 일본의 피겨팬들이나 언론이 김연아가 받는 점수가 그의 연기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을 종종 제기하고 있다. 일본 ‘데일리스포츠’의 곤노 요시히코 기자는 지난 12일 칼럼을 통해 이 같은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곤노 기자는 김연아가 골든 스핀 대회에서 아사다의 그랑프리 파이널 점수를 능가하는 점수로 우승한데 대해 "그랑프리 시리즈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고 경기감도 돌아오지 않은 김연아의 점수가 더 위에 있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아시아다와 김연아의 점수를 보고 석연찮은 마음을 품은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점프의 난이도 등이 평가의 요소가 되는 기술점수(TES)는 비교적 이해할 수 있지만 구성점수(PCS)는 이상하다"며 "흔히 김연아는 구성점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성점수는 연기심판이 '스케이트 기술, 동작, 안무, 곡의 해석, 요소의 연결 등 5개 항목을 각각 10점 만점에 0.25점 단위로 평가 총점을 산출한다. 하지만 아사다와 김연아 사이에 구성점수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김연아가 아사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프로그램 구성점수를 받고 있다는 말인 셈이다.

참고로 김연아가 골든스핀 대회 프리 스케이팅에서 받은 프로그램 구성점수는 71.52점이었다. 반면 아사다가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프로그램 구성점수는 68.79점이었고, 최고점을 받았던 지난 그랑프리 4차 대회 프리 스케이팅에서 받은 프로그램 구성점수는 70.23점이었다.

아사다가 총점을 기준으로 볼 때 올 시즌 김연아에 비해 3점 이상 앞서 있지만 프로그램 구성점수에서 만큼은 김연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사다의 유연하고 능숙한 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일본 피겨팬들이나 기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구심과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구심과 불만은 김연아가 아사다에게 참담한 좌절을 안겼던 지난 2010 밴쿠버 동걔올림픽에서도 강하게 표출된 바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당수 국내 피겨팬들은 반대로 아사다가 현재 가진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프로그램 구성점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김연아와 아사다의 연기와 점수에 대해 가시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이면서 한일 양국 피겨팬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바로 둘의 프로그램 구성점수인 셈이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선수의 프로그램 표현력과 예술성을 따지는 부분이 프로그램 구성점수 항목이고, 이 항목에 대한 채점에 심판의 주관이 상당 부분 반영이 되다 보니 김연아와 아사다를 바라보는 팬들과 심판진의 눈높이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이런 불만들이 생겨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가 리턴 매치를 펼치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프로그램 구성점수는 김연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나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을 제치고 둘의 승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다고 본다면 프로그램 구성점수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두 선수가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어떤 점수를 받게 되느냐에 따라 한 쪽에서 편파판정을 운운하며 큰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소치서 펼칠 현역 마지막 맞대결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요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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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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