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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체인지업' 어센시오…KIA 바꿀까


입력 2013.12.19 09:13 수정 2013.12.20 15:1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체인지업 스피드가 무려 87마일..투심성 구질 감안

KIA 재도약의 핵심 뒷문..어센시오 체인지업 관건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이 국내 타자들에게 통할 수 있느냐는 체인지업의 날카로움에 달렸다. ⓒ 게티이미지

2014년식 KIA 타이거즈는 처음과 끝이 모두 바뀌었다.

리드오프 이용규가 한화로 둥지를 옮겼고, LG 외야수였던 이대형이 FA 시장을 통해 고향팀으로 건너왔다. 사실상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 교체된 셈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마무리도 교체됐다. 작년 진통을 겪었던 마무리 앤서니 르루가 떠나고 메이저리그 출신 하이로 어센시오(30)가 새로운 소방수로 낙점됐다. 도미니카 출신인 어센시오는 189cm·82kg의 건장한 체격조건의 소유자다. 프로필 상으론 82kg이지만 이 몸무게는 시카고 컵스 소속이던 2012년 체중이다. 볼티모어 소속인 올해는 이보다 몸이 크게 불어있는 상태다.

어센시오는 불펜에 특화된 투수다. 지난 4시즌 동안 트리플A에서 13승(7패) 86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2.56으로 수준급이다. 여기에 WHIP는 1.08로 안정적이다. 올 시즌 볼티모어 산하 노포크에서 불펜으로 등판, 5승 무패 평균자책 2.66을 기록했다. 하지만 빅리그 승격 후 성적은 그다지 뛰어나진 않다. 4경기 모두 불펜에서 등판해 2.1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 평균자책점 7.71이 전부다.

어센시오는 3피치 투수다. 자신 있게 던지는 구질은 체인지업-포심-슬라이더. 포심은 최고 구속 148km까지, 슬라이더는 130km 내외의 구속이 나온다. 주의 깊게 볼 구질은 바로 체인지업이다.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은 무려 87마일(약 140km)에 이른다고 한다.‘체인지업이 이렇게 빠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 체인지업의 최고 구속이 89.8마일(약 145km)이 나왔다는 투구 기록도 있다. 마의 체인지업일까. 메이저리그에서 분석한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은 국내 투수들이 던지는 체인지업이 아니라 투심성 구질까지 모두 체인지업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발생한 미묘한 차이로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체인지업을 구사한다는 킹 펠릭스(시애틀)의 체인지업이 88.9마일 약 143km 정도다. 어센시오의 투구 동영상을 보면 포심처럼 가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하게 낙하하는 패스트볼에 타자들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바로 그 구질이 체인지업으로 분류된 변형 투심이다. 국내에선 SK 마무리 박희수의 체인지업이 투심과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 흔히들 'HS 투심' 혹은 투심성 체인지업으로 불린다. 변형 투심이라고도 한다. 바로 어센시오의 주무기가 바로 투심과 체인지업의 경계선 상에 있다.

포심 타이밍에 배트가 출발하지만 홈플레이트 앞에서 스피드도 줄고 자연 낙차가 생기기 때문에 타자들의 헛스윙이 잘 나온다. 이 체인지업은 주로 투 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자주 사용되는 구질이다. 문제는 이 체인지업 구질이 포심과 구속 차이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포심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가 클수록 좋은지 나쁜지 단정할 수는 없다. 써드 피치의 구종에 따라 달라진다. 세 번째 구질이 빠른 변화구(예를 들자면 커터)를 가진 투수라면 포심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는 클수록 좋다. 써드 피치의 구속이 느린 경우는 오히려 체인지업이 빠를수록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킹 펠릭스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등은 고속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반면 제레미 헬릭슨(탬파베이)나 류현진 같은 경우는 11마일(약 16km) 이상의 구속 차이가 나기도 한다. 통상 투수들은 10마일 안쪽에서 포심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가 결정된다.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은 평균을 훨씬 하회하는 구속 차이다. 포심과 투심의 차이만큼이나 투심과 체인지업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어센시오는 투심과 같은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 좌우 로케이션보다는 상하 높낮이 조절로 승부를 거는 투수로 볼 수 있다. 박희수 체인지업의 오른손 버전이라고 보면 가장 적당한 표현으로 보인다.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이 국내 타자들에게 통할 수 있느냐는 체인지업의 날카로움에 달렸다. 예리하기 위한 전제는 역시 포심이 살아야 한다는 것. 메이저리그 타자들 못지않은 컨택 능력을 보유한 국내 타자들을 상대하려면 포심의 타이밍에 배트가 출발하게 만드는 볼끝의 무브먼트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키는 야구'의 창시자 KIA 선동열 감독이 올 시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뒷문이다. 이전 한기주-김진우를 비롯해 시즌 도중 윤석민 카드까지 고민했을 정도로 KIA의 뒷문은 유독 허술했다.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이 통하면 KIA도 변한다.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이 KIA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KIA의 2014 운명은 어센시오의 체인지업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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