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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름으로' 안도 미키…험준한 소치 도전기


입력 2013.12.21 09:15 수정 2013.12.22 09:13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기대 이상의 기량 회복 속도..전일본선수권 출전

"포기없다" 딸에게 보여주는 안도 소치 도전에 갈채

안도 미키의 기량이 점차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일본 피겨 스케이팅 팬들은 물론 전 세계 피겨 팬들은 경악할 만한 소식 하나를 들었다.

세계선수권 2회 우승 경력의 ‘피겨 스타’ 안도 미키(26·일본)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을 했다는 소식이다. 안도는 일본 TV아사히 '보도 스케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경 임신 사실을 알았다"며 "지난 4월 딸을 낳았으며 아이의 출산 당시 몸무게는 3.35kg이었다"고 밝히면서 딸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날 안도는 자신의 출산 소식을 전하면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작년 은퇴의사를 번복하고 현역 은퇴시기를 소치동계올림픽 이후로 미룬 것. 안도는 "출산으로 공백이 생기면서 스케이팅의 소중함을 알았다. 빨리 은반에서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빨리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로서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하겠다"며 "빙판 위에서 책임감 속에 열심히 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까지 전했다.

안도는 출산 직후인 지난 5월부터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한 훈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안도가 정식 결혼절차 없이 ‘싱글’ 상태로 출산한 것과 ‘싱글맘’의 몸으로 3회 연속 동계올림픽 출전에 도전하기로 한 두 가지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체적으로 안도가 소치동계올림픽 무대에 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안도는 훈련을 재개했지만 출산으로 인한 몸 상태의 변화로 인해 훈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안도는 지난 9월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서 열린 네벨혼 트로피에서 총점 162.86점으로 2위에 오르며 2년 만의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후 안도는 지난달 동일본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총점 147.21점으로 전체 2위에 오르며 소치행 티켓이 걸린 전일본선수권대회 출전티켓까지 거머쥐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연발한 끝에 13위(41.97점)에 그치며 상위 5명에게 주어지는 전일본선수권 출전티켓 획득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며 105.24점을 받으며 기사회생한 결과다.

하지만 네벨혼 트로피나 동일본선수권에서 안도가 받은 점수로는 소치동계올림픽 무대에 서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여자 싱글 부문 동계올림픽 엔트리는 총 3명이다. 일본빙상경기연맹은 그랑프리 시리즈 최우수선수, 전일본선수권 우승자 및 상위 입상자 등으로 엔트리 3명을 꾸릴 예정이다. 따라서 안도가 소치행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일본선수권에서 최소한 2위 안에 입상을 해야 소치행을 바라볼 수 있다.

그랑프리 시리즈에서의 점수로 놓고 볼 때 이번 시즌 연이어 200점대의 점수를 받으며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는 소치행이 사실상 결정됐고, 그 뒤로 스즈키 아키코(시즌 최고 점수: 193.75점), 무라카미 카나코(시즌 최고 점수: 165.95점), 미야하라 사토코(시즌 최고 점수: 170.21) 등 안도보다 점수에서 앞서 있는 선수가 3명이나 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안도의 기량이 점차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안도는 그랑프리 시리즈와 같은 기간 열린 크로아티아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 김연아와 나란히 출전해 2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안도가 받은 점수는 쇼트 프로그램 62.81점, 프리 스케이팅 114.01점, 총점 176.82점.

스즈키의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최고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라카미나 미야하라의 점수를 넘어서는 일본내 3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비록 유럽의 B급 대회에서 받은 점수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채점 기준에 입각해 받은 것으로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할 만한 점수라고 할 수 있다. 약 10개월의 임신 기간과 출산을 거쳐 2년 만에 은반에 복귀한 선수가 이처럼 빠른 기간 안에 동계올림픽 티켓에 근접했다는 것만으로 안도는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힘의 근원은 결국 아기였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는 안도의 의지와 책임감이 안도를 기적으로 이끌고 있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분명한 사실임을 안도가 몸소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안도는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케이팅과 육아를 모두 맡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만 몸도 정상적인 상태에서 육아를 맡지 않는 것은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강한 모성애를 드러내면서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데 대해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고 기권하고 싶었지만 링크에서 집으로 돌아와 딸의 웃는 모습을 보면 결과가 어떻든 딸에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출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도의 소치행 도전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전일본선수권대회는 오는 21일 개막한다. 안도는 22일 쇼트 프로그램과 23일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펼친다. 그리고 대회 순위가 정해지는 대로 소치행 여부가 결정된다. 안도의 도전이 궁극적으로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어온 안도의 특별한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갈채를 받을 만하다.

안도가 소치 동계올림픽 은반 위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며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의 딸 히마와리와 함께 멋진 추억을 쌓기를 전 세계 피겨팬들은 바라고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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