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KBS 연예대상' 왜 받았나 했더니...

2013 KBS '연예대상' 10여년 만에 대상 쾌거

박승대 김병만 등 '개콘' 수장 계보 적통자

개그맨 김준호가 2013 KBS 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연말이면 공중파 방송사마다 다양한 시상식이 준비된다. 1년 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계기라는 점에서 연말 시상식은 하나의 축제다. 그렇지만 모든 방송사가 연말 시상식을 준비하면서 매우 기쁜 축제 분위기일 수만은 없다.

한 해 동안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서 시청률도 높았다면 나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상은 한정돼 있지만 수상 자격을 갖춘 작품이 많다면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요즘 방송국 연말 시상식은 수상 자격을 갖춘 작품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상을 주는 대신 공동 수상을 남발하며 나눠 먹기에 충실하지만 이 역시 시상식을 준비하는 방송국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

방송국이 정말 난처한 경우는 상을 줄 만한 작품이 많지 않은 경우다. 우수상 최우수상 등은 어떻게 수상자들을 추려볼 수 있지만 대상 수상자로 적합한 작품이나 주인공이 없는 경우에는 정말로 곤란하다. 이로 인해 몇 년 전 한 방송국 연기대상을 배우 한 명이 아닌 특정 인기 드라마가 수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KBS 예능국은 그나마 고민이 덜한 편이다. 특별한 대상 후보가 없을 경우에도 늘 최후의 보루는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늘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개그콘서트(개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개콘’을 능가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당연히 해당 프로그램과 출연 연예인에게 대상의 영예가 가겠지만, 적당한 대상감이 없다면 늘 최고의 자리를 지켜주는 '개콘'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기면 된다. 따라서 어느 해 KBS 연예대상에서 주요 부문을 '개콘'이 휩쓸었다면 이 얘긴 곧 그해 KBS 예능 프로그램이 별다른 대박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3년 KBS 연예대상은 ‘개콘’이 주인공이었다. 무려 10관왕에 오르며 ‘개콘’ 팀 전체가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김준현 김지민이 최우수상, 유민상 김민경이 우수상, 그리고 이문재 안소미가 신인상을 받았으며 이상덕 작가는 작가상, ‘개콘’ 황해' 팀은 최우수 아이디어상 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프로그램으로는 최고의 영예인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았으며 대상의 영광 역시 ‘개콘’의 수장 김준호가 수상했다.

‘개콘’ 출연 개그맨이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3년 박준형 이후 10년만의 쾌거다. 이는 곧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인기 프로그램을 양산해온 KBS 예능국이 2013년 위기에 내몰려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KBS 예능국은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을 중심으로 한 ‘해피선데이’를 중심으로 예능계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과시해왔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해피선데이’가 주춤하면서 KBS 예능국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개콘’은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고 이제야 다시 대상의 영예를 되찾으며 자신들만의 왕좌를 재확인했다.

기본적으로 다른 수상 후보들이 2013년 한 해 KBS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경규와 유재석, 신동엽 등 은 늘 비슷한 위치를 지키고 있으며 2013년 한해 재기의 몸부림을 친 강호동은 아직 정상의 위치에 다다르지 못했다. 이영자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유일하게 김준호의 대항마로 여겨졌지만 대상 수상에는 2%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김준호의 대상 수상은 사실상 ‘개콘’ 전체의 대상 수상을 의미한다. 사실 김준호는 개인적으로 빼어난 한 해를 보내진 않았다. ‘개콘’을 중심으로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2일’, ‘해피투게더3’ ‘퀴즈쇼 사총사’ ‘풀하우스’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개인적인 인기가 대상을 수상할 만큼 폭발적이진 못했다.

김준호가 대상을 수상한 결정적인 이유는 2013년 한 해 동안 ‘개콘’을 잘 이끌고 온 데 대한 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가장 강력한 단결력과 선후배 사이의 기강으로 유명한 KBS 희극인실은 2000년대 들어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KBS 개그 프로그램의 중심이 극장식 오픈 녹화 방식의 ‘개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개콘’ 출연팀에는 일종의 계보가 생겼으며 이들을 총괄하는 1인자의 개념이 생겨났다.

그 시작은 박승대라는 개그맨 출신의 공연기획자였다. 박승대는 대학로 공연장과 개그맨 전문 매니지먼트사까지 세워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렇지만 박승대가 후배 개그맨들과 마착을 빚으며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터전을 옮긴 뒤 ‘개콘’은 삼국 시대를 거친다. 박승대의 ‘박승대 라인’과 박준형이 이끄는 ‘갈갈이 라인’과 컬투가 주도하는 ‘컬투 라인’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처럼 ‘개콘’이 삼분돼 있는 동안 박승대가 주도하는 SBS ‘웃찾사’가 KBS ‘개콘’을 넘어서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는 등 ‘개콘’은 최대의 위기를 겪는다. 그렇지만 결국 박준형과 정종철 등을 중심으로 한 갈갈이 라인이 삼국을 통일하며 ‘개콘’ 최대 파벌을 이루는 데 성공했으며 박준형이 ‘개콘’ 1인자의 자리로 우뚝 서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박준형이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결국 ‘개콘’ 역시 ‘웃찾사’를 누르고 다시금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게 된다.

박준형이 타 방송사로 활동 무대를 바꾸면서 새로운 실력자로 ‘달인’ 김병만이 등장한다. 김병만은 절친 이수근과 함께 ‘개콘’ 최고의 실력자로 등극해 ‘개콘’의 전성기를 이어가게 만든다.

오랜 기간 ‘달인’ 코너에 출연했던 김병만이 결국 ‘개콘’에서 하차하고 SBS ‘정글의 법칙’으로 주요 활동 무대를 바꾸면서 다시 1인자 공석 상황이 연출됐고 그 자리는 김준호의 몫이 된다. 김준호는 가장 오랜 기간 ‘개콘’을 지켜온 고참 개그맨이다. 그의 후배 개그맨들이 ‘개콘’ 1인자의 자리에 등극했던 기간 동안에도 김준호는 김대의 등과 함께 고참의 역할을 이어가며 ‘개콘’을 지켜왔다.

그리고 결국 김병만의 하차로 ‘개콘’이 잠시 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되자 김준호는 1인자의 자리에 올라 ‘개콘’을 이끌기 시작했다. 김병만 김준호의 1인자 교체기는 현재 ‘1박2일’의 팀장이 된 서수민 PD가 ‘개콘’ PD로 부임한 시기와 일치한다. 서 PD와 좋은 호흡을 보여온 김준호는 함께 손발을 맞춰 ‘개콘’을 최정상급 개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인정받아 결국 연예 대상의 영예까지 안게 됐다.

그러고 보면 ‘개콘’은 김준호에게 늘 기회의 장이었다. 이번에 대상의 영예를 안긴 프로그램 역시 ‘개콘’이며 불법 도박 사건으로 최대 위기에 내몰렸던 김준호에게 재개의 발판을 마련해준 프로그램 역시 ‘개콘’이다. 불법 도박 사건에 휘말린 연예인들이 좀처럼 연예계로 컴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조속한 컴백을 해서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바로 ‘개콘’이기도 하다.

김준호는 새로운 변신도 준비 중이다. 서 PD가 ‘1박2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김준호를 잊지 않고 그를 시즌 3의 새 멤버로 발탁했다. ‘남자의 자격’에 고정 멤버로 출연하며 정통 개그 프로그램인 ‘개콘’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려다 실패한 김준호는 ‘1박2일’ 출연을 통해 또 한 번의 좋은 기회를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