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예능 대세? 무방비 노출 위험 어쩌나
육아 예능 프로그램 줄줄이 인기 불구
집, 사생활 노출 등 보호문제 심각
2013년 예능계 최고의 히트 상품은 단연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부활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MBC 일요 예능 프로그램 ‘일밤’의 부활은 물론 새로운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늘 바쁜 연예인 아빠를 둔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컨셉트인 ‘아빠! 어디가?’는 아빠의 육아가 강조되는 사회 트렌드와 부합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출연 연예인은 물론이고 2세들의 인기도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 군은 아빠의 인기를 넘어섰다는 얘길 들었을 정도다.
이에 KBS에선 연예인 아빠가 엄마 없이 48시간 동안 육아를 담당하는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동시간대 맞불을 놨다. ‘아빠! 어디가?’가 아빠와의 여행을 담고 있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일상생활에서의 아빠의 육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각각의 특징이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SBS에선 ‘오! 마이 베이비’하는 육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바쁜 자식들을 대신해 손주들의 육아를 담당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급증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춘 프로그램이다.
2014년 새해 예능계에서도 육아 예능 프로그램은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조에 해당되는 ‘아빠! 어디가?’는 새해 시즌 2에 돌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어떤 연예인들이 2세와 함께 출연하는 지가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아빠! 어디가?’ 입장에선 막강한 새로운 멤버를 시즌 2에 영입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방송가에선 ‘아빠! 어디가?’ 제작진이 배우 정웅인 모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개성파 배우로 예능 프로그램 출연 경험은 많지 않지만 충분한 끼를 보여주곤 했던 정웅인도 좋은 카드지만 더욱 탐나는 것은 바로 그의 딸이다.
정웅인의 딸 정세윤 양은 ‘한국의 수리 크루즈’라 불릴 정도로 이미 상당히 유명한 연예인 2세다. 수리 크루즈는 세계적인 스타 톰 크루즈의 딸로 어린 나이지만 빼어난 외모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렇지만 끝내 정웅인은 ‘아빠! 어디가?’ 출연을 거절했다. 기본적으로 출연 거절 이유는 예능 보다는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웅인은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 출연 중이다. 같은 MBC 프로그램인 만큼 촬영 스케줄은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정웅인은 드라마 속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웅인 본인도 상당히 출연 여부를 두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당분간 예능 보다는 연기에 집중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정웅인의 측근들에 따르면 본인이야 연예인이지만 평범한 아이인 딸을 방송에 출연시켜 가족의 사생활이 방송을 타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육아 프로그램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유명 연예인과 그의 가족이 방송에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2세들도 ‘준 연예인’이 된다. 직업적인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 못지 않은 유명세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유명세가 당장은 좋다. 아이들 역시 자신의 인기를 체감하며 보다 적극적이고 쾌활하게 지낼 수 있으며 CF 등의 수입도 증가한다. ‘아빠! 어디가?’에 출연한 연예인 2세들도 대부분 CF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종영하면서 연예인 2세들은 다시 평범한 아이로 돌아가게 된다. 연예인들 입장에선 그 이후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 학창시절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아빠! 어디가?’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윤후의 경우 초등학교에서의 생활하는 일상까지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제 ‘아빠! 어디가?’ 시즌 1이 종영한 뒤 평범한 초등학생으로 돌아가는 윤후가 자신에게 주어진 유명세를 잊고 평범한 학교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처음 여행으로 시작된 ‘아빠! 어디가?’는 평소 출연자들의 가정생활까지 카메라에 담아냈으며 친한 친구들의 이야기까지로 이야기의 규모를 확대했다. 가족 전체의 사생활이 카메라에 담기는 부분 역시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 아예 카메라가 집안으로 들어와 있어 이들 가족의 사생활이 예능의 주된 소재가 돼버렸다.
더 큰 문제는 안전 문제다. 외국의 경우 연예인 2세가 카메라에 담겨 매체에 소개되는 것에 대한 연예인들의 거부 반응이 매우 심한 편이다. 유명 연예인의 2세의 얼굴이 거듭해서 매체에 소개될 경우 엉뚱하게 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연예인과 파파라치들이 종종 충돌하는 경우도 자주 벌어지는 데 가증 흔한 케이스가 파파라치들이 자신의 2세 등 가족들의 사진까지 카메라에 담는 것에 스타들이 격분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미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는 자주 매스컴에 소개돼 얼굴이 만천하에 알려져 있다. 이에 톰 크루즈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어지간한 톱스타 못 지 않은 철통보완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선 연예인 2세들의 사생활 보호가 매우 미흡한 편이다. 오히려 아침 프로그램 등에 집과 2세를 공개하며 그 대가로 인테리어와 육아 용품 등을 협찬 받는 연예인들이 대부분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매스컴을 통해 자주 소개된 연예인 2세가 별다른 사건사고의 타깃이 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고수입자로 알려진 유명 연예인의 2세가 유괴를 당하거나 테러를 당하는 사건사고가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이 같은 사건은 단 한 건이라고 절대 벌어져선 안되는 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예능계의 대세로 거듭나면서 연예인의 집이 방송에 소개되는 일도 급증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방송인의 경우 집이 어디인지가 대부분 외부에 공개돼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노홍철이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MBC '무한도전‘ 등을 통해 그의 집이 자주 매체에 공개됐고 이를 통해 집의 위치를 알게 된 한 남성이 별다른 이유 없이 노홍철의 집 주변을 찾아가 ’묻지마 폭행‘을 자행했다. 이로 인해 노홍철은 왼쪽 귀가 찢어지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어 병원이 입원해야 했다.
심지어 당시 노홍철을 폭행한 남성은 과도까지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별다른 폭행의 이유는 없었다. 평소 정신이상증세를 갖고 있던 이 남성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노홍철의 집 주소를 확인하고 찾아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이처럼 거듭된 방송을 통한 연예인의 사생활 노출이 아찔한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이제 연예인 본인은 물론 2세 등 그의 가족까지 사생활 노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청자들이 이런 부분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아찔한 사건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 감안해야 한다.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것만큼 출연자를 보호하는 것 역시 방송국의 중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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