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19금' 발언으로 시작된 촌극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4.02.10 08:46  수정 2014.02.19 10:15

'댄스 타운' 속 베드신 무공사 언급에 온라인 들썩

유수의 영화제서 각광받은 수작이 야한 영화로 추락

영화 '댄스타운'이 ‘북한에서 야동을 보다 걸려 남편 몰래 탈북한 여성이 나오는 야해도 너무 야한 파격적인 영화’로 돌변하고 말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급격히 증대한 관심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정보가 적었기 때문에 벌어진 참극이다. ⓒ 영화 '댄스타운' 포스터_트리필름

‘라미란 효과’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최근 들어 라미란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파 조연 배우로 활동하며 얼굴을 알려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얼굴이 알려진 데 비해 이름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지난 6일 하루 종일 그의 이름이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2위 자리를 지켰다. 말 그대로 뜬 것이다.

그 원동력은 앞서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였다. ‘거지, 내시, 몸종 그리고 변태’ 특집으로 꾸며진 이날 방송에는 이병준, 김기방, 라미란, 최우식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라미란의 발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바로 무공사 베드신 촬영 후기다. 방송에서 라미란은 “탈북여성 역할로 출연한 영화에서 공사도 안하고 베드신을 찍었다. 영하 22도의 날씨에 방산시장 길에서 베드신을 찍었다”며 “데뷔도 노출로 시작했는데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데뷔작으로 목욕탕 장면에서 내 엉덩이에서부터 카메라가 줌아웃 됐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배우 김기방은 “라미란이 영화계 음담패설의 갑”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여기서 공사란 베드신에서 피치 못할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체 주요부위를 가리는 작업을 의미한다.

라미란의 발언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물론 다양한 이슈가 포함된 발언임은 확실하다. 우선 여배우의 베드신 촬영 후기라는 점부터 화제성이 강한데 공사도 안한 채 길에서 찍은 베드신이라고 하니 더욱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기방을 통해 그가 영화계 음담패설의 갑이라고 알려진 것이 확실하게 부채질을 했다.

사실 그 동안 라미란은 뇌쇄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등 노출이나 섹시미로 부각된 여배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날 방송에서의 발언을 통해 라미란은 새로운 섹시 스타로 급부상했다. 그것도 음담패설에도 강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이내 라미란이 방송에서 언급한 영화로 이어졌다. 바로 그 영화는 전규환 감독의 ‘타운 삼부작’ 마지막 편인 ‘댄스 타운’이다. 지난 2011년 9월 1일에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내에선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화는 못됐지만 2011년 미국 댈러스아시안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수작이다.

라미란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2위를 오고간 데 이어 '댄스 타운'이라는 영화 제목까지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때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라미란, 2위가 댄스 타운이기도 했을 정도다.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되자 언론에서도 라미란과 영화 ‘댄스 타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댄스 타운’에 대한 기사 가운데에는 잘못된 내용이 많았다. 그 이유는 영화 ‘댄스 타운’에 대한 정보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워낙 잘 알려진 영화가 아닌 터라 독립영화까지 섭렵하는 영화 전문기자 정도만 이 영화를 봤을 뿐, 대부분의 연예부 기자들도 잘 모르는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자료도 미비하다. 결국 줄거리 코너에 대략적인 영화 소개가 실려 있을 뿐 자세한 줄거리조차 알려지지 않은 영화인 셈이다.

이처럼 영화를 직접 본 이는 드물고 영화에 대한 자료도 부족하다 보니 엉뚱한 정보와 기사만 넘쳐났다. 라미란의 무공사 베드신 발언으로 영화가 알려진 터라 대부분의 언론 기사에서 ‘댄스 타운’은 야해도 너무 야한 파격적인 노출이 이뤄진 영화로 충격적이고 경악적이라는 등의 반응을 불러일으킨 영화라고 소개돼 있다.

이 영화를 관람한 뒤 블로그에 소감을 남긴 이들의 글에는 그나마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오류도 많았다. 어떤 기사에선 영화 속 라미란의 배역을 ‘북한에서 남한 야동을 보다 걸릴뻔한 위기가 찾아오자 남편 몰래 탈북해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역할’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뒤흔드는 잘못된 정보다.

기본적으로 영화 ‘댄스 타운’은 야하지 않다. 정식 베드신은 라미란이 언급한 길거리에서의 베드신이 한 번인데 노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아마도 무공사 촬영을 한 까닭은 그만큼 파격적이고 노출이 심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너무 노출 수위가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한 번의 베드신은 부부가 성관계를 가진 뒤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으로 라미란의 하체 엉덩이 라인이 드러나지만 파격적인 노출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장면이다. 또 한 장면은 일종의 성추행 장면인데 속옷이 조금 노출되는 수준에 불과하며 자살을 시도하던 남성이 갑자기 성추행을 하듯 라미란을 끌어안는 장면이라 야하다기 보단 절망적인 느낌이 강하다.

오히려 탈북자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된 여주인공이 힘겹게 한국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야하다기 보단 매우 우울한 색채가 강한 영화다. 게다가 여주인공은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탈북한 경우인데 남편이 중국에서 구해온 야동을 부부가 함께 봤는데 누군가 그 사실을 고발하면서 위기에 내몰려 탈북했다. 남편 몰래 탈북한 게 아니라 남편이 손을 써서 탈북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라미란은 남한에 온 뒤 끊임없이 남편도 탈북에 성공해 다시 만나기를 학수고대한다.

따라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감정선은 탈북이 아닌 홀로 탈북해서 북에 있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주인공의 그리움이다. 북한을 떠나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로 와서 살게 된 여성이 북에 있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도시의 그리움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북한에서 야동을 보다 걸려 남편 몰래 탈북한 여성이 나오는 야해도 너무 야한 파격적인 영화’로 돌변하고 말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급격히 증대한 관심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정보가 적었기 때문에 벌어진 참극이다.

분명 이 과정을 통해 라미란은 유명세를 얻으며 소위 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댄스 타운’이라는 영화 역시 많이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야해도 너무 야한 파격적인 영화’가 돼 버린 상황을 전규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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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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