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m 동메달' 안현수, 주종목 500m '금' 탄력
체력 문제로 가장 약하다는 1500m 종목 동메달 '건재'
주종목 500m에서 해믈린과 치열한 금메달 다툼 전망
‘빅토르 안’ 안현수(29·러시아)가 8년 만에 복귀한 올림픽 무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러시아 국민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출발선에 선 안현수는 10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2분15초06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찰스 해믈린(캐나다), 한티안유(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날 경기는 안현수가 8년 만에 복귀하는 올림픽 무대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했던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1000m·1500m·5000m계주)에 오르며 ‘쇼트트랙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던 안현수는 당시 500m에서도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안현수는 한국 스포츠계의 고질적 병폐인 ‘파벌’ 논란에 휩쓸린 끝에 안현수는 지난 2011년 12월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뒤 2012년 2월부터 러시아 대표로 활약했다. 귀화 직후 부상 등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최근 4차례 월드컵에서도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유럽선수권대회서도 호성적을 거두며 기대를 높였다.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 우나리 씨는 물론 러시아 빙상연맹 관계자들 기대에 부응하듯, 안현수는 이날 1500m에서도 수준급 기량으로 건재를 알렸다. 초반 맨 끝에서 레이스를 이어갔던 안현수는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와 지능적인 인코스 파고들기로 8강과 준결선을 여유 있게 통과했다.
결선에서도 해믈린이 선두로 나선 가운데 4바퀴 남기로 세 번째까지 치고 올라온 뒤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를 파고들며 뒤집기를 노렸지만 해믈린의 노련한 레이스를 넘지 못하고 동메달에 만족했다. 하지만 목표로 삼았던 소치올림픽 첫 경기에서 값진 메달을 획득, 금메달 사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체력 문제 탓에 개인전 가운데 가장 약할 것으로 보였던 1500m에서 메달을 획득, 안현수는 주종목 500m, 금메달을 땄던 1000m에서 해믈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올 시즌 월드컵시리즈 500m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남은 종목이 금메달에 더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큰 기대를 모은다.
안현수는 경기일정에 따라 오는 15일 500m 예선에 참가하고, 일주일 뒤인 22일 은메달 이상이 유력한 500m 결선에 출격한다.
한편, 남자쇼트트랙 올림픽 역사상 첫 ‘노골드’ 우려를 낳고 있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마지막 희망 이한빈(26)은 신다운(21)과의 충돌로 탈락 위기를 넘긴 뒤 가까스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6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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